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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페셜제너럴리스트 Sep 03. 2021

D.P.

이 드라마를 전 장병 정신교육 교재로 추천합니다.

출처 : 넷플릭스


D.P.가 그렇게 난리라고 들었다. 나는 사실 보지 않으려고 했다. 내가 군대에 있을 때는 그 정도의 가혹행위를 본적도 들은적도 없었고, 사람이 사람을 괴롭히는 걸 영상으로 보는 것이 너무 불편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다 짬이 나서 유튜브로 DP의 줄거리 요약 영상을 보게 되었고 한 20분만에 이 드라마에 빨려들어갔다. 결국 요약으로 본 1~4회를 제외하고 5~6회를 넷플릭스로 모두 볼 수 밖에 없었다.(석봉이가 어떻게 되는지 너무 궁금했다. 스토리의 힘은 참 무섭다.)


D.P.는 군대의 부정적인 현실을 극단적으로 표현하는 드라마라 가혹행위 묘사가 너무 폭력적이고 적나라하기 때문에 보면서 불편한 마음이 가시질 않는다. 그나마 불편함이 덜했던 이유는 단순히 부조리를 보여주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탈영병을 추격하는 추리와 추격전 요소가 가미되었다는 점이 있었고, 안준호와 한호열 그리고 박범구가 보여주는 인물들의 인간적인 케미가 그나마 불편한 소재가 주는 답답함에서 숨통을 틔어주었기 때문이다.(그리고 정해인은 잘생겼다.. 부럽다.) 그저 가혹행위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탈영병을 찾아 나가는 스토리의 서사, 그 안에서 엮여지는 인간 관계에 집중하면서 보기에 덜 불편한 점이 있었다. 거기에 어느 하나 어색하지 않은 배우들의 연기력도 인상적이었고, 소재 만큼 어두웠던 영상의 톤도 몰입하게 만드는 요소였다.


나는 D.P.를 단순히 군대에서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드라마로만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단지 군대에서만 인간이 인간을 죽을 정도로 괴롭히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군대 문화를 바탕으로 한 가혹행위는 사회 어느 곳에나 존재한다. 최근 IT 업계 최고의 회사에서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사람이 죽었다.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라는 IT 업계에서도 그런 일이 벌어지는 데 다른 곳에서도 마찬가지 일이 벌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 지금도 다양한 장소에서 내부적인 부조리로 인해 조직을 떠나기도 하고 목숨을 끊기까지 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나는 D.P.가 군대라는 조직의 문제점을 생각하는데에서 그치지 않고 모든 조직에서 부조리가 발생하게 되는 구조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드는 드라마로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되길 바란다. 탐욕과 무능으로 가득찬 리더, 권력을 악용하는 중간 리더십, 거기에 유착되어 자신의 이득만을 추구하는 일부와 방관하는 대다수의 무기력한 사람들이 보통의 사람들을 얼마나 악하게 만들고, 약자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지 생각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모두 방관자 일 수 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조직 속에서 권력으로 인한 수많은 피해자들이 각자가 속한 조직에서 발생하지만 '수십 년간 수통 하나 바뀌지 않는' 현실 속에서 우리는 모두 무기력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이 드라마를 통해 조직의 부조리라는 현실을 함께 공유라도 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당연하지만 국방부에서 이 드라마를 아주 많이 싫어할 것 같다. 그러나 전직 정훈장교의 입장에서 생각해 봤을 때 군대에서 인간이 인간을 괴롭히면 어떤 일까지 벌어지는 지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생생하게 교육할 수 있다는 점에서 D.P.는 무엇보다도 좋은 정신교육 교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간부부터 병사까지 인간을 괴롭히고, 그것을 방관하면 얼마나 X될 수 있는지를 얼마나 생생하게 가르쳐주는가!) 예전에 군 복무 시절 음주운전 사고가 일어나면 감찰실에서 피와 살점이 낭자한 실제 음주운전 사고 현장 사진을 가지고 교육을 하는데 이건 그거에 비하면 순한맛 아닌가 싶다. 전향적으로 모든 장병에게 D.P.를 보여주면 어떨까? (물론 요즘 핸드폰 사용이 가능하니 이미 많은 장병들이 D.P.를 봤을지도 모르겠다.)


PS : 병사들에게는 병사의 세상이 있고, 간부에게는 간부의 세상이 있다. 언젠가는 단기 장교의 시선으로 본 군대 이야기가 만들어 져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상 간부들은 직장인이기 때문에 미생의 느낌적인 느낌이 느껴지는 군대 배경의 오묘한 콘텐츠가 탄생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추천 요소 : 정해인은 잘 생겼고 추격은 쫄깃쫄깃 하다.

비추천 요소 : 너무 극사실적인 군대 가혹행위 묘사가 불편하다.

추천 여부 :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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