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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페셜제너럴리스트 Sep 14. 2021

웃자고 보는 예능이 다큐가 될 때

골때리는 그녀들, 골신강림

버라이어티 (variety show, variety arts, variety entertainment, 문화어: 노래춤묶음)는 영어 단어의 의미 그대로 어느 하나의 형식에 연연하지 않는, 다채로운 포맷과 내용을 담은 쇼이자 예능 · 오락이다. - 위키백과


버라이어티는 말 그대로 다양한 형식으로 사람들에게 흥미, 재미를 느끼게 하는 것을 주 목적으로 한다. 그런데 버라이어티에 사회적인 메세지가 과도하게 들어가거나 리얼리티가 너무 하이퍼 수준으로 올라가면 예능이 다큐가 될 수 있다. 나는 예능과 다큐의 파라미터를 시청자가 불편하지 않은 수준으로 조절하면서 오락성을 잃지 않는 프로그램이 좋은 버라이어티라고 생각한다.


지난 8일 방영된 골때리는 그녀들을 보며 든 생각이 딱 이 짤과 같았다.(출처 : SBS)


골때리는 그녀들의 초반은 예능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고 한다면 후반으로 갈 수록 파라미터가 다큐를 향하고 있는 것 같다. 웃음보다는 치열한 경기에 초점이 맞춰지다보니 심하게 출연자들이 다치는 순간에는 보기가 안타까울 정도였다. 웃자고 보는 예능이 점점 다큐로 보이기 시작했다.


후반으로 갈 수록 다큐가 된 이유로 나는 개벤져스의 부재가 컸다고 생각한다. 개벤져스가 초반 탈락하고 프로그램에서 자취를 감추면서 예능감을 살려줄 출연진이 이수근 하나만 남게 되었다. 이수근 혼자 프로그램의 오락성을 유지하는 것은 버거워 보였다. 시즌2에서는 개벤져스의 선전이 프로그램의 재미를 좌우할지도 모르겠다. 또 다시 개벤져스가 예선에서 탈락할 것 같다면 다른 예능적 요소가 보완될 필요가 있겠다.(황선홍 감독은 u-23 감독을 맡는다는 소문이 있다. 나름 케미가 좋았는데 아쉬운 일이다.)

골때녀의 예능적 요소를 살려주던 개벤져스의 부재는 골때녀를 점점 다큐로 만드는 요인이 되었다.(출처 : SBS)


예능인이 출연한다고 다 버라이어티가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최근 티빙 오리지널로 공개된 '골신강림'은 강호동과 신동엽이 한 편으로 프로 골퍼와 대결을 펼치는 골프 예능이다. 그런데 프로그램 자체가 너무 골프 대결에만 집중 하다보니 이게 티빙의 골프예능인지 예능인들이 골프를 하는 SBS GOLF 채널 프로그램인지 헷깔릴 정도이다. 차라리 골프 예능 중에 예능의 본질에 가까운 프로그램은 TV조선의 '골프왕'이라고 생각한다. 타임어택과 같은 룰이나 양세형의 깐죽거림은 정적일 수 밖에 없는 골프를 소재로 한 프로그램에서 오락성을 잃지 않게 다.


정말 안타깝지만 골신강림의 타겟 시청자는 도대체 누구인지 모르겠다. 골프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강호동, 신동엽이 얼마나 골프를 잘 치는 지 궁금해 할수는 있지만 그건 티샷, 어프로치샷을 한번씩만 보는 것으로 족할 것이다. 결국 시청자들은 강호동과 신동엽이 골프라는 소재를 가지고 얼마나 웃음을 주는지가 궁금하지 않겠나. 골프에 대한 비법이 궁금하다면 옆에서 해설하고 있는 임진한 프로의 레슨 동영상을 보면 되는 것이다. 솔직히 골신강림은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깊이가 없고, 예능을 보고자 하는 사람이 보기에는 재미가 없다. 강호동, 신동엽(거기에 이수근까지)을 데려다 놓고 오락성을 뽑아내지 못한다는 것이 참 안타까울 뿐이다.


이건 거의 비싼 횟감을 가지고 라면을 끓인 셈이다.(출처 : 티빙)


아무리 스포츠를 소재로 다룬다고 해도 결국 본질은 예능이다. 나는 이런 프로그램들이 너무 스포츠에 깊게 몰입하기 보다는 소재의 사용은 가볍게 하고 결국 웃음을 주는 것에 집중했으면 좋겠다. 하루하루 치열한 경쟁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하루 일과를 마치고 돌아와 마음 편히 예능을 보고 싶은데 여기서마저 승부의 치열함으로 다큐를 보게 만들면 피곤함만 더해지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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