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꿈이 함께 꾸는 꿈이려면
내 거창한 계획을 심사위원 분들께서는 다소 모호하다 여기시는 것 같았다. 그래도 이번에는 또 자신감이 통했는지, 며칠 뒤 합격 통보를 받았다. 2기 오리엔테이션 장소는 수원시의 아주대학교였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청년으로서는 솔직히 어떤 활동을 하든 서울시 안 이곳저곳에서 이뤄지는 데에 퍽 익숙하다. 이동 동선은 길어도 서울 밖에서 진행되는 일들이 새롭고 반갑기도 했다.
오리엔테이션은 전체적인 안내와 함께 축하공연과 깜짝 인물 등장, 이후 프로그램 내용에 대한 질의응답 순으로 이루어졌다. 여기서 깜짝 인물이 바로 갭이어 프로그램을 실행시켰다고 볼 수 있는 경기도지사 김동연 님이었다. 이 프로그램에 궁금했던 점 중 하나는 어떻게 이렇게 관용적인 기획이 통과되었는지였는데, 어린 시절 궁핍했다는, 얼핏 상투적으로 들릴지 모를 진담과 함께 시작한 이야기는 내가 품어온 고민을 건드렸다.
그러니까 세상에는, 문제가 참 많지 않은지. 끝도 없이 많고 방방곡곡에 많아서 뉴스를 볼 때면 한숨이 푹푹 나지 않는지. 나 자신이 잘 살고, 잘되고, 행복한 것도 참 중요하지만 누구든 사람인 이상 혼자서만 행복하다는 건 불가능하다. 어느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나만 아니면 돼!" 같은 말을 등장시킨 이래 그것이 시대정신이 되어버린 듯한 기분이 들더라도 결국 인간은 타인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생물이다.
사람은 남과의 관계를 통해 자신을 정의한다. 자랑을 하려고 해도 들을 사람이 있어주어야 한다. 그래서 남을 업신여기는 사람이야말로 남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이야기가 조금 새어버렸지만, 아무튼 나는 이 고민을 질문으로 꺼내놓기로 했다. 어떻게 자신을 위하는 동시에 사회를 위할 수 있을지, 그리고 자신의 그릇을 키우기 위해서 청년 김동연은 어떻게 하였는지도 함께 여쭸다.
도지사님은 좋은 토론이 가능한 주제라며 '꿈은 명사가 아닌 동사'라는 표현과 함께 세 가지 반란을 말씀해 주셨다. 자기 환경을 깨는 반란, 자기 자신의 틀을 깨는 반란, 그리고 우리 사회를 뒤집는 반란이었다. 이때의 반란이란 유쾌한 반란이며, 나 자신이 인간적으로 성숙하면 내가 원하는 바가 남을 위하는 바가 될 수 있다는 철학적인 답변으로 느껴졌다.
오리엔테이션으로부터 딱 한 달이 지난 지금, 이 글을 적으며 질문과 답변을 다시 생각해 본다. 고작 몇 주 사이 우리 사회에는 많은 일이 일어났다. 경기도 성남시의 서현동에서 일어난 '테러', 일본 후쿠시마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 독립운동가에 대한 의아한 재평가까지. 어느 하나 마음에 깊은 인상 또는 상처를 남기지 않은 게 없었다. 한 달 전의 질문이 여전히 유효하고 답변 또한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이 질문은 여전히 곱씹고 있는 고민이기도 하다. 실은 OT 바로 전날, 한 친구가 내게 이런 말을 해주었다. 네 강점은 이타적이라는 건데, 지나치게 이타적이지는 않은지 좀 더 냉철할 필요가 있으며, 하고 싶은 업이 있다면 업에 맞는 사람으로 재창조되어야 한다고. 뜨끔해지는 말이었다. 현실적인 관점에서 한정된 시간과 에너지를 잘 사용할 방법을 찾아가야겠다. 나 역시 사회를 통해 갭이어라는 소중한 기회를 얻었으므로.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