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게, 바쁘게, 더 바쁘게

유능의 가혹한 즐거움

by 이다솜X김세계

산천초목과 모두가 재빠르게 변해가는 가운데 몇 년을 지칠 줄 모르고 유행 중인 심리테스트에 따르면, 타인이 건네는 말 '당신은 소중하다'와 '당신은 유능하다' 중 전자를 택하는 사람은 감성형이고 후자를 택하는 사람은 사고형이란다.


과격하게 옮겨서, 감정적이지 않은 사람은 소중해지기보다 유능해지길 선호한다는 뜻 같다. 유능, 능이 있다, 그건 곧 쓸모가 있다는 말이다. 세상은 쓸모 있는 사람을 원한다. 쓸모 있는 사람만을 원한다. 아쉽게도 나는 다른 세상에서 살아본 적은 없다.


파이프라인, 비즈니스, 생산성, 은퇴, 돈, 그런 말들이 매일 눈과 귀를 스쳐간다. 저 사람은 글쎄 세 가지 직업에, 다섯 개의 부캐를 가졌으며, 스무 종류의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고 있대. 이런 소식들이 메운 허공은 누구든지 무엇에든 몰두하길 강요한다. 최대한 바쁘게 사는 삶을 칭송하고 조장하고 부추긴다.

더 나타날 것은 없다. 이 이미지는 회색 사각형이다.

점점 일에 중독되다 못해 바쁨에 중독된다. 바쁜, 분주한, 눈코뜰 새가 없고 얼굴 보기가 어렵다는 표현은 얼마나 따뜻한가. — 세상에 나를 부르는 일이 그토록 많으니 나는 이토록 쓸모 있고 성실하며 책임질 줄 아는 사람이다. — 일이 몰아치는 상태는 백수의 반대 같다. 바쁨이 능력을 보증한다.


그렇지만 정말로 잠은 죽어서 자면 그만인가?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하나?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하고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만 보배이며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가?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는 없다지만 이 손에 들린 게 도끼가 맞나? 어디 도끼 자루를 진정으로 썩혀본 적이나 있던가?


나는 쉼 없이 열심히 사는 사람들과 만난다. 우리는 한탄한다. 건강이 작살이 났어요. 서로는 화답한다. 그럴 만도 하죠. 이제 나는 설득을 하는 척한다. 이건 중독이에요, 자학이에요, 학대라고요, 이렇게 살아서는 안 돼요! 실은 그렇게 말하는 순간조차 자부심을 멈출 수 없다. 제가 이렇게 바쁘고 열정적이고 쓸모 있지요.


눈 감은 채 해보는 심호흡에서 느끼는 날숨의 속력보다 불안의 속도가 빠르다. 침대에 누워서도 마음은 서성거리다 보면 잠보다는 벌여놓은 일이 부풀어 오르는 기세가 더 세차다. 나는 이상한 질문을 한다. 가장 효율적으로 휴식을 취하는 방법은 뭘까. 혼자서 답을 알아차린다. 일을 하는 것. 일을 다 마쳐야 진정한 휴식이 있을 테니까.


아, 이 기특한 나를 다시 달래 본다. 이봐, 일을 잘하려면 휴식도 잘해야 해. 잘 놀고 잘 쉬는 것도 능력이야. 전전긍긍 안달복달, 그래서는 될 일도 안 되는 법이야. 이제 점차 인정한다. 나는 휴식을 바란 적이 없다. 휴식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 일이 무엇인지 몰라서, 나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믿지 못해서.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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