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능의 가혹한 즐거움
산천초목과 모두가 재빠르게 변해가는 가운데 몇 년을 지칠 줄 모르고 유행 중인 심리테스트에 따르면, 타인이 건네는 말 '당신은 소중하다'와 '당신은 유능하다' 중 전자를 택하는 사람은 감성형이고 후자를 택하는 사람은 사고형이란다.
과격하게 옮겨서, 감정적이지 않은 사람은 소중해지기보다 유능해지길 선호한다는 뜻 같다. 유능, 능이 있다, 그건 곧 쓸모가 있다는 말이다. 세상은 쓸모 있는 사람을 원한다. 쓸모 있는 사람만을 원한다. 아쉽게도 나는 다른 세상에서 살아본 적은 없다.
파이프라인, 비즈니스, 생산성, 은퇴, 돈, 그런 말들이 매일 눈과 귀를 스쳐간다. 저 사람은 글쎄 세 가지 직업에, 다섯 개의 부캐를 가졌으며, 스무 종류의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고 있대. 이런 소식들이 메운 허공은 누구든지 무엇에든 몰두하길 강요한다. 최대한 바쁘게 사는 삶을 칭송하고 조장하고 부추긴다.
점점 일에 중독되다 못해 바쁨에 중독된다. 바쁜, 분주한, 눈코뜰 새가 없고 얼굴 보기가 어렵다는 표현은 얼마나 따뜻한가. — 세상에 나를 부르는 일이 그토록 많으니 나는 이토록 쓸모 있고 성실하며 책임질 줄 아는 사람이다. — 일이 몰아치는 상태는 백수의 반대 같다. 바쁨이 능력을 보증한다.
그렇지만 정말로 잠은 죽어서 자면 그만인가?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하나?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하고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만 보배이며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가?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는 없다지만 이 손에 들린 게 도끼가 맞나? 어디 도끼 자루를 진정으로 썩혀본 적이나 있던가?
나는 쉼 없이 열심히 사는 사람들과 만난다. 우리는 한탄한다. 건강이 작살이 났어요. 서로는 화답한다. 그럴 만도 하죠. 이제 나는 설득을 하는 척한다. 이건 중독이에요, 자학이에요, 학대라고요, 이렇게 살아서는 안 돼요! 실은 그렇게 말하는 순간조차 자부심을 멈출 수 없다. 제가 이렇게 바쁘고 열정적이고 쓸모 있지요.
눈 감은 채 해보는 심호흡에서 느끼는 날숨의 속력보다 불안의 속도가 빠르다. 침대에 누워서도 마음은 서성거리다 보면 잠보다는 벌여놓은 일이 부풀어 오르는 기세가 더 세차다. 나는 이상한 질문을 한다. 가장 효율적으로 휴식을 취하는 방법은 뭘까. 혼자서 답을 알아차린다. 일을 하는 것. 일을 다 마쳐야 진정한 휴식이 있을 테니까.
아, 이 기특한 나를 다시 달래 본다. 이봐, 일을 잘하려면 휴식도 잘해야 해. 잘 놀고 잘 쉬는 것도 능력이야. 전전긍긍 안달복달, 그래서는 될 일도 안 되는 법이야. 이제 점차 인정한다. 나는 휴식을 바란 적이 없다. 휴식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 일이 무엇인지 몰라서, 나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믿지 못해서.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