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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이 Sep 30. 2018

한 사람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브런치를 시작하며

나는 쓸모없는 인간이라고 생각했었다.

5년 전 대학 졸업을 앞둔 때였다. 그 시기에 해야한다고 여겨지는 것을 성실히 수행했고, 잘하고 있다고 여겼다.


하지만 그건 내 생각일뿐이었다.

시키는 것을 열심히 했다는 것이 앞으로의 삶을 보장해주진 않았다.

취업을 하려고 했을 때는 취업컨설턴트로부터 내가 쓴 자기소개서의 스토리는 대부분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나마 내 진짜 이야기에서도 임팩트가 없다는 이유로 일부를 과장되게 바꿔야 했다. 전문가가 빨간 플러스펜으로 표시한 부분을 다시 고치고, 지원 동기 및 포부등을 거짓으로 써냈다. 면접도 마찬가지였다. 진심이 담기지 않았다.


3시간동안 자기소개부터 시작해서 시사상식에 프리젠테이션까지 해야했던 모의면접에서는 끝날 때쯤 "이곳에서 한명이 떨어뜨려야 한다면, 누구를 선택하시겠습니까?" 라는 질문을 받았고, 다들 머뭇머뭇할 때 한명이 나를 지목했고, 그렇게 나는 탈락해야 마땅한 지원자 1등으로 뽑혔다.


살면서,  그렇게 마음이 괴로웠던 적이 또 있었을까? 끝까지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허벅지를 꼬집으며 버텼다. 끝나자마자 화장실에 숨었다. 다른 사람들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그렇게 삼십분을 넘게 화장실에 숨어있고, 아무런 생각없이 다시 도서관을 향했다.

취업을 위해서.


괴로운 마음이 지속되었다.

그때 비로소 알게되었다. 나에게 '나'는 없다는 것을. 누군가의 말에 의지해서 그렇게만 살면 다 되는 줄 알았고, 내 스스로 생각할 힘과 자신도 없었던 나.


가장 괴롭고 두려웠던 것은

이렇게 살던 대로 살면 나는 평생 거짓으로 살아갈것같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멈췄다.

딱 1년만. 딱 1년만 '나'라는 사람의 욕구에 집중해서 살아보고, 내 생각을 키워보자.

어떻게 해아하는지 몰라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책을 먼저 잡았다.


쉽지 않았다. 무림의 고수가 산속에서 혼자 수련을 한다라는 생각으로 (지금 생각하면 우숩지만 그때만큼은 꽤나 진지했음)  한 30권쯤의 읽을 책 리스트를 들고 동네의 카페에 콕 박혀 지냈다. 무슨 말인지도 모른 채 단순 독후감제출 숙제하듯이 읽어내려간 책도 있었고, 첫 문장부터 하나하나 공감이 되어 절반이상을 필사했던 책도 있었다. 나와 비슷하거나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지루한 내 인생을 되짚어보는 글쓰기가 시작되었다. 어린 시절 처음 친구와 싸웠던 이야기부터 부모님과의 관계, 내가 사람을 대하는 방식 등. 책 한 권은 될 법한 이야기를 적어내려갔다. 이해할 수 없었던 나의 모습을 이해하기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렇게 1년쯤 되었을 때는 나라는 사람에 대한 어느정도의 이해를 할 수 있었고, 스스로 관심이 있는 분야도 생겨났다. 그리고 내 호기심을 자극하는 교육기업 <어썸스쿨>에서 청소년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얻기도 했다. 그곳에서 교육받고, 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나고, 또 스스로 피드백하면서 내가 만나는 아이들의 삶에 도움이 되는 교육은 무엇일지, 아이들이 이 과정을 통해 느끼고 배워갔으면 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4년을 보냈다.


매번 수업에서 한가지씩 질문을 품고, 그 문제에 대한 답을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수업을 준비해왔다.


아이들은 어떤 상태인지? 지금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어색함없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할까?

어떻게 하면 닫힌 마음을 열 수 있을까? 어떻게하면 더 자유로운 사고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팀원들이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하도록 할 수 있을까?


그 과정에서 대단한 것이 아닐지라도, 소소하지만 강력한 순간을 마주할 수 있었다.

사실 지금까지는 내가 아이들과 그런 시간을 보낸다는 자체로. 내가 살아있다는 그 생생한 느낌을 가지며 살아간다는 사실 자체로 감격이었고 행복이었다.

(물론,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 앞에서 좌절스럽고 때론 내가 하고 있는 것에 대한 회의감을 느낄 때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데 시간이 흐름에 따라 더 제대로 변화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사회구조와 사람들의 인식의 변화 그리고 아이들이 직접 부딪치는 학교와 가정에서의 환경도 많이 달려졌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그러던 중 영화 <노임팩트맨>을 보게되었다.

지구에 가하는 인간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뉴욕 한복판에서 가족과 함께 1년 동안 공산품, 플라스틱, 전기 등 환경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배제한 채 생활하는 ‘노 임팩트’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가족의 이야기였다. 그것을 주도한 콜린비밴에게 이 프로젝트는 그냥 바보같은 행위에 그치거라고 비웃고 조롱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러나 1년이 끝날 때쯤, 그의 이야기를 듣고자 강연 요청이 쇄도한다. 그리고 <노임팩트 프로젝트>를 2주간 해보겠다는 뉴욕대 학생들 앞에서 말한다.


한사람이 세상을 바꾼다. 중요한 건 나만 변해선 변화를 가져올 수 없죠.
하지만 개개인이 변하면 모두를 변하게 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나 역시도 그러했다. 선진 교육 문화를 갖춘 다른 나라를 부러워하고, 우리 교육은 불행하고 갖춰진 것이 없다고 불평했었다. 그런데 모든 변화는 한 사람, 한사람에서 시작되었음을 기억한다.


나에게도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확실한 것은 내가 겪은 상황이 반복되는 것은 피하고 싶다.

사회에서는 어떤 사람이 필요한지, 주어진 것을 어떻게 하면 더 우수한 성적으로 해낼 지 보다

나라는 사람은 어떤 성향의 사람이고, 언제 행복한지, 그래서 특정 상황에서 내 생각은 어떠한지에 우선 초점을 맞추는 교육 환경을 그려본다.


교육이란 무엇인지,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는 무엇이 필요한지.

책과 씨름하며 혼자 이런 고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하며

풀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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