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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이 Oct 07. 2018

진하게 남을 2018 경안고

[수업스케치] 경안고등학교 1년의 여정

오늘은 토요일. 경안고 LSP 플래닝 수업에 가는 날!

경안고등학교에서의 삼년이 마무리 되어간다. 

내가 청소년과 함께하는 것. 강의를 한다는 것. 특히나 1년간 학생을 만나는 수업에 들어간다는 것. 사실 몇년전엔 상상도 해보지 못한 일이다. 사람들 앞에만 서면 얼굴이 빨개지고 식은 땀을 줄줄 흘리는 나 였으니까. 대학1학년 때는 앞에서 영어발표 (주제도.. 생각나.. 소주와 맥주에 대한 이야기를 써왔었지..)를 하다가 너무 땀을 많이 흘려서 옷이 다 젖어버리기도 했으니까.


그런데 신기하게도 지금은 자연스럽다. 그리고 즐긴다. 가장 마음이 무거웠을 때, 더이상 이길은 내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을 때, 내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선택한 곳이 경안고였기에. 그리고 아침 잠이 그렇게 많은 내가 3년간 토요일아침 6시에 일어나게 만든 곳이기에.. 나에겐 특별한 곳..!


그리고 이제 마무리가 되어간다. 오늘은 우리 아이들이 진행하던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 날이었다. 진행이 더딘 친구들에게 오늘 빨리 끝내라고 부담을 주기보다는 이제 그 아이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먼저 물을 수 있다. 근사한 프로젝트보다 중요한 것은 진심을 담은 그들의 움직임이니까. 그리고 앞으로도 문제상황을 마주 했을 때 지닐 수 있는 용기있는 태도가 중요한거니까.


그래서 기계처럼 해야할 것을 주욱 늘어놓기보다는 한명한명과 이야기하고 함께 웃는 시간을 보냈다. 그 자리에서 정말 순수하게 행복했다. 


무엇보다 가장 감동적이었던 것은 우리반을 함께 이끌어가는 대학생 멘토(대멘)와의 대화. 

대멘은 우리 다반 친구들을 위해서 우리의 1년간의 여정을 담은 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하나하나 아이들의 글과 사진을 받고, 일일이 편집을 하고 있었다. . .인쇄를 맡기는데에도 꽤 큰 돈이 들어가는데, 아이들에게 좋은추억을 남겨주고 싶다며 한달 전부터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것.


그리고 제작중인 책 초안을 받아봤다. 60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한장씩 넘겨보며, 부끄러운 마음과 고마운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최근 대멘은 어떻게 동기부여해서 적극적으로 참여시킬지에 대한 고민을 했다. 사실 어떠한 수업 스킬보다 진짜 중요한 것은 마음이다. 우리반이 이렇게 화목하고 내가 이렇게 행복할 수 있는 것은 아마 대멘이 지속적으로 보여준 따듯한 그 마음 덕분이었겠지. 그 진심이 내게도 전해진 걸보면..  대멘한테 많이 배우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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