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애프터스콜레에서 한국음식 만들기
2019년 09월 26일
북유럽을 떠나기 전, 무조건 배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나눠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고민했었다. 우리가 이곳에서 관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좀더 가까워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세가지의 한국 문화 컨텐츠를 준비했다. 한국의 전통 놀이 / 한국의 음식 / 한국의 의복 이렇게 세가지였다. 난 음식을 좋아한다. 음식을 하는 과정은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인지 외국에 가서 한국의 무엇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까? 고민할 때, 크게 고민할 것도 없이 음식을 선택했다. 특히 누가 만드느냐에 따라 또 다양한 맛이 나는 김밥을 선택했다.
그리고 덴마크에 머문지 거의 한달 쯤 되었을 때, 덴마크 애프터스콜레 EIS라는 학교에서 일주일동안 머물며, 처음으로 한국의 밤! KOREAN NIGHT!를 실행할 수 있게 되었다.
준비 과정은 처음엔 복잡하게 여기기도 했지만 은근히 수월하기도 했다. 재료를 준비하고자 장을 보고, 같이 모여 재료 손질을 했다. 하나하나 손이 많이 갔다. 집에서 냉동해온 밥을 녹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여섯시 뭉치니 한시간반 안에 재료 준비가 완성. 아이들에게 한국 음식 궁금한 사람 식당으로 7시에 모여!!! (행사는 7시부터 8시까지 진행!) 라는 포스터를 붙여 알리고! 드디어 약속한 시간 7시가 가까워졌다. 신나는 음악을 틀어놓고 기다리며, 아무도 안오면 어떡하지? ㅎㅎ 라는 걱정이 들었다. 그리고10분 전. 식당 앞은 붐비기 시작했다.
식당 문을 열며 "시-작!" 을 외치자 아이들을 우다다다다 하고 몰려 들어왔다. 거의 한번에 20명? 앗 김밥은 총 한시간동안 20명 기준으로 준비했는데.! 한번에 20명이라니..? 가능할까? 게다가 김발은 5개라 한번에 수용가능한 인원은 5자리 뿐인데, 어떻게 하지? 순간 고민고민하다가 결정했다. 2명씩 팀을 이뤄서 둘이 힘을 합하여 김밥 한줄 만들기..ㅎㅎ
우선 뭐가 필요할까? 김밥 소개를 먼저했다. 우리가 오늘 만들음식 이름은 김밥이다! 봉지에 있는 그림을 보여주자 아이들은 "아~~~ 스시~~!?" 라고 한다. 김밥을 알고 있는 아이는 그 많던 아이들 중에 한명 뿐, 대부분이 스시로 알고 있었다.
"맞아 김밥이랑 스시는 둘다 밥이 들어가 - 그런데 스시의 밥은 식초와 설탕으로 간을 하지만 김밥은 소금과 참기름으로 간을 해. 그리고 스시는 날 생선이 주 재료로 들어간다면, 김밥은 야채가 많이 들어가고 소고기 참치등을 넣는다. 물론 재료는 자기가 넣기 나름이지만!"
"오늘 우리가 만들게 뭐라고!?!"라고 묻자.
애들이 일동 크게 "김!밥!!!" 이라고 합창해줬다.
오늘 우리 음식중에 김밥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이야기 해주었다. 우리한테 어린 시절 소풍! 하면 떠오르던 김밥에 대해서. 소풍으로 설레는 마음에 아침에 솔솔 풍기는 참기름 냄새는 그 설렘을 배로 만들어주었다고! 게다가 김밥에는 다양한 야채가 들어가서 가벼우면서 영양도 생각한 좋은 음식이라고. 특히나 내가 정말 사랑하는 음식이라고 ! 그렇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만드는 방법에 대해 소개부었다.
-애들아 가장 먼저 뭐가 필요할까??!
김!!
-그럼 김 다음에는?
밥!!!!
-맞아 이 음식은 김과 밥이 기본이지! 그래서 김밥이야! 밥은 2/3만 채우고, 이제부터 너희 팀원이랑 토론시간이야! 무슨 재료를 섞으면 가장 맛있을까? 원하는 재료를 토의하고 넣어보자! 그리고 이제 가장 중요한 부분이야!! 이부분에서 너희가 김밥을 젓가락으로 먹느냐 스푼으로 먹느냐 결정된다!!!김밥을 말아볼건데, 타이트하게 꾹꾹!
(사실 나도 김밥 처음 말아본다 ㅋㅋㅋㅋ) 이론적으로 배운거 나름 잘 전파해봄...애들아 끝을 붙잡고 말야.. 음음.. 김발로 지금 말지말고, 먼저 한바퀴 말고 김발 끝으로 다시 끌고와서 김발로 말아!! (지극히 ... 한 10분전에 딱 한번 말아본 사람의 조언이다. ) 설명이 막 느낌적인 느낌이라 아이들도 혼란 ...ㅎㅎ 어쨌든 고맙게도 잘 따라줌...!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타이트하게 말아! ㅋㅋ 애들은 잘 말아주었고, 칼질까지 아주 굿! 한시간만에 끝내려던 김밥 수업이 너무 많은 관심 덕에 두시간을 진행했다!
마지막 팀은 너무 많이와서 네명이서 한조로 해야했다.!! 너네가 팀이니까 전체 과정에서 같이 힘을 합쳐서 잘 마무리해봐~~~!! 밥을 깔고, 재료를 선정하는 것부터 의견을 잘 조율해서 만들었던 팀! "마는건 내가 해볼게!", "자르는건 내가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 네명이 자기가 하겠다고 어필하며, 쪼그만 김밥 한줄에 네명이 역할분담을 해서 드뎌 완성! 거기에 불닭볶음 소스까지 듬뿍 뭍혀 맛있게 먹었다 !!!!다 먹고나서는. 남은 재료는 버리기전 먹을사람 자유롭게 먹어~~! 라고 하니까 아이들이 몰려서 재료를 막 집어먹기 시작했다. 어떤 조합이 가장 인기가 좋은지 가만히 지켜보니, 단무지에 햄이랑 계란을 싸서 먹는게 가장 핫하더라.. 특히나 단무지 대박이라며.. 처음 먹어봤다. (그거 여기 마트에서 산거거든... 한국꺼 아니야.. ㅎㅎㅎ) 마지막 사진까지 마무리~~~!!!
-우리가 마지막 팀이니까 같이 치우면 어떨까?
몇명 슬쩍 도망친 아이들 빼곤 다같이 재료를 옮기고! 설거지까지 구우웃! 사실 키친에서 정리를 해본적이 없어서 어떻게 무엇을 사용해서 정리해야할지, 식기세척기는 어떻게 사용해야하는지 모르는 상황이었는데..!
아까 이야기를 좀 나눴던 Tilda가 다가왔다. "도와줄까?" 라고 하기에 간절한 눈빛으로 끄덕끄덕 했다. 식기세척기 사용법을 알려주고, 이외 식기를 정돈해주었다. 늦은 시간까지 끝까지 함께했다. 너무 고마와서 삼십분 후에 9시 이브닝티타임 (*매일 밤 9시에 아이들은 식당에서 빵과 따듯한 차를 마시며 이브닝타임을 가진다.) 때, 틸다를 찾아서 한국에서 사온 선물을 가져다 주었다!!
정말 재미난 경험이었다! 애들이 한번에 몰려와 당황하면서도 어떻게든 해야겠다며! 김밥 수업을 한것도 웃기고, 애들이 나보다 불닭볶음 소스 더 잘 먹는 것도 웃기고 조이랑 둘이 역할도 잘 분배해서 재미나게 마무리한 것 같아 ! 즐거웠다. 교장쌤도 집에 계시다가 코리아나이트 소식을 듣고는 저녁에 오셔서는 "아이들이 어쩜 이렇게 즐거워하냐고, 너무 좋은 경험을 만들어주어 고맙다" 고 인사하셨다. 여기와서 뭔가 배워야겠다는 생각만 했었는데, 우리가 나눌 수 있는 시간도 만들었다는 것이 참 뿌듯해졌다. 무엇보다 아이들 깊숙하게 들어가서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 더 찐하게 친해질 수 있었던 것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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