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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이 Feb 27. 2020

그냥 옆에 있어주면 되는 건데

관계에 관하여 : 내게 맞는 것이 너에게는 맞지 않을 수 있다

친구가 힘들어했다. 꽤 오래된 일이었다. 돕고 싶어 전화를 걸었다. 이야기를 충분히 들었다. 전화를 끊고 나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다음날 다시 통화를 했다. 친구에게서 어떤 부분이 잘못되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꼭 그렇게 하도록 더 강조해서 이야기했다.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내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이 있듯이 그 친구한테서 뛰어난 부분이 있었다. 내가 가지지 못한 모습을 그 친구는 가졌다. 우리는 다르다. 그런데 왜 나는 내 생각을 답이라 그에게 강조했을까.


내게 맞는 것이 모두에게 맞을 수는 없다.


때론 그것을 잊고 누군가에게 내게 맞는 것을 강요하는 실수를 저지른다. 내게 소중한 사람일수록 상대를 아끼는 만큼 그에게 너무 감정 이입한 나머지 내 기준에서 이렇게 저렇게 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하게 된다. 상황이 잘 맞아떨어져서 나의 바람대로 상대가 내 조언을 따르고 일이 잘 풀린다면야 나쁠 건 없겠지만..! 내 것을 먼저 내어 놓고 그저 상대가 내 바람대로 와주길 바라는 것, 그것은 그의 삶을 존중하지 못한 것에서 비롯된 경솔한 행동인 경우가 많다.  


소중한 사람일수록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관심을 보이되 배려를 한 스푼 더할 필요가 있다. 지금 그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이 중요한 지에 대한 내 기준에서의 조언이 아닌 그의 현재 상황 그리고 그 감정과 마음에 귀 기울일 것!


그렇게 할 때, 비로소 상대로 하여금 현재를 다른 눈으로 다시 바라보게 할 수 있다. 다시금 생각하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속도로, 방향으로 걷기 시작할 것이다.  



그냥 옆을 지켜주는 것만으로 참 고마웠던 고양이 -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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