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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석 Mar 07. 2021

현재 심사정의 그림 <토끼를 잡은 매>

심사정 <토끼를 잡은 매>(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이 중요 문화재로 분류해둔 그림입니다. 얼마 전 국립중앙박물관 서화실에서 처음 만났죠. 세로로 긴 그림으로 상, 중, 하 삼단으로 나뉘는데, 핵심은 가운데에 그려져 있습니다.



매가 잔뜩 집중한 모습으로 토끼를 발톱으로 찍어누릅니다. 토끼는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옴짝달싹 못 하고 있군요. 공격하는 매를 공격당하는 토끼보다 상대적으로 상당히 크게 그려 포식자인 매가 먹잇감인 토끼를 압도하는 모습을 부각했습니다. 매와 토끼의 표정까지 상당히 공들여 묘사한 화가의 솜씨는 역시나 하는 찬탄을 부르죠.     


사진출처: 국립중앙박물관
사진출처: 국립중앙박물관


이 장면에 극적 효과를 더하기 위한 구경꾼들도 보입니다. 위에서는 까치 두 마리가 놀라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밑에서는 꿩 한 쌍이 역시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뜬 채 두려움에 사로잡혔습니다. 구경꾼들 덕분에 매가 토끼를 포획하는 장면이 더 극적으로 표현됐죠. 좋은 그림은 이렇게 찬찬히 뜯어보면 화가의 기량이나 의도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법입니다.     


사진출처: 국립중앙박물관


화면 왼쪽 가운데 적힌 글씨는 무자하방사임량(戊子夏倣寫林良). 1768년 여름 명(明)나라 화가 임량의 작품을 참작해서 그렸다는 내용입니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 검색에서 이 그림을 찾아보면 사진 여섯 장이 나옵니다. 그림의 세부까지 자세하게 볼 수 있으니 세상 참 많이 좋아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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