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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석 Jan 03. 2023

작가보다 더 유명한 문학의 주인공들

알베르토 망겔 <끝내주는 괴물들>(현대문학, 2021)


미친 독서가 알베르토 망겔의 2018년 작으로, 원제는 Fabulous Monsters. '끝내주는 괴물들'이란 우리말 제목이 참 적절해 보입니다.


문학과 그 밖의 것들의 역사에서 손에 꼽을 만한 캐릭터들의 내력과 특징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낸 에세이 모음집입니다. 걔중에는 당연히 아는 이름들도 있고, 전혀 생소한 존재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제 눈을 휘둥그레 만든 건 열세 번째 에피소드의 주인공 '성진'입니다. 


성진이 누군가요? 서포 김만중의 소설 <구운몽>의 주인공 아니던가요? 드라큘라와 파우스트와 슈퍼맨과 돈 후안과 로빈슨 크루소와 네모 선장과 프랑켄슈타인의 괴물과 신드바드의 사이에서 성진이란 이름을 만날 수 있다니. 알베르토 망겔은 대단한 독서가임에 틀림없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 하나. 영어 제목이 중국어식으로 Hsing-Chen이라 표기돼 있더군요. 저자야 그렇다 쳐도 출판사는 몰랐을까요. 저는 그럴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봅니다. 


출판사가 사전에 인지했다는 걸 전제로, 한국판 서문을 받을 정도였으면 최소한 한국어 판에는 Sung-Jin이라고 표기해야 하지 않았을까. 멀쩡하게 우리 소설인데 작품의 배경이 중국이라서? 주인공 성진이 중국 사람이라서? 김만중은 중국 작가가 아니라 조선의 작가였습니다. 그 부분을 저자에게 사전에 충분히 납득시킬 수 있지 않았을까. 거듭 아쉽습니다.


아무튼 이 얘긴 그만하기로 하고, 알베르토 망겔의 책을 읽다 보면 이 분의 방대한 독서에 입을 다물 수 없는 동시에 나의 독서가 얼마나 왜소한지 저절로 깨닫게 됩니다. 물론 저자처럼 읽는 일이 직업은 아닙니다만, 열정의 독서가는 늘 저를 주눅들게 합니다. 그 책에 언급된 수많은 작품을 다 가지 쳐 읽을 수는 없는 노릇. 그래서 제가 고른 대표 주인공은 바로 '방랑하는 유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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