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석 Jul 22. 2023

이 책을 만든 그 모든 분에게 경의를

조르조 바사리 <르네상스 미술가 평전 6>(한길사, 2019)


조르조 바사리의 위대한 저작 <르네상스 미술가 평전>의 한국어판 마지막 권인 제6권은 보유편에 해당합니다. 6권의 서문으로 미국에서 활동하는 미술사학자 데이비드 영 킴의 특별기고문을 시작으로, 바사리의 <아카데미 회원들의 디세뇨-화가, 조각가, 건축가들과 그들의 작품들>에서는 아뇰로 브론치노를 비롯해 앞서 소개하지 않은 예술가들의 활동과 업적을 정리해 놓았습니다.     


그다음으로 <토스카나의 프란체스코 왕세자 혼례 축제의 아카데미아 회원들의 작품 기록>이 상당한 분량을 차지하고, 그 뒤로 나오는 <조르조 바사리의 작품에 관한 기록>은 바사리의 자전적 기록입니다. 이 글이 중요한 까닭은 바사리 스스로 왜 이 야심만만한 저작을 쓰게 됐는지 밝히고 있기 때문입니다. 집필 동기를 밝힌 부분이라 좀 길어도 여기에 옮겨둡니다.     


추기경은 조비오 주교와 (중략) 여러 인사의 의견을 받아들여 다음과 같이 제안했다. “바사리 군, 자네가 조비오 주교를 대신해 이 예술가들과 그들의 작품을 연대순으로 정리해보게. 그렇게 함으로써 자네 예술도 그 혜택을 받게 되지 않을까 생각되네.” 나는 이런 일이 도저히 내 힘으로는 할 수 없을 줄은 알았으니 일단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하여 나는 어렸을 때부터 기분풀이 겸 예술가들을 동경하는 마음을 곁들여 만들어두었던 노트와 비망록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적당하다고 생각되는 자료들을 모아서 조비오 주교에게 보여주었다. 그러자 그분은 나를 칭찬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바사리 군, 나는 자네가 이 일에 본격적으로 착수하기를 바라네. 정성껏 만들어보게. 나는 자네가 이를 훌륭히 해내리라고 확신하네. 사실 나는 전문지식도 없고 또 이것저것 자세한 사항도 자네만큼 모르니, 내가 써본다 해도 플리니우스 저서 정도밖에 안 될 것일세. 바사리 군, 꼭 내가 말한 대로 하게. 지금 여기 가져온 것을 보니 자네가 이를 멋지게 완성하리라는 확신이 드네.”   

  

그는 나를 설득하려고 (중략) 그밖에 나와 친한 친구들을 찾아가 나를 설득하라고 시켰다. 결국 나는 결심하고 일에 착수해 완성한 후에 그들에게 첨가 또는 정정하도록 하고, 저자명도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 이름으로 출판하려고 했다.     


뒤에는 바사리가 책을 출판하는 과정을 소개했습니다. 글의 말미에 피렌체 대교구 총대리 주교가 내준 출판허가서가 붙어 있는데, 날짜는 1567년 8월 25일입니다.     


다음으로 ‘건축, 조각, 회화의 길잡이’라는 부제가 붙은 <조르조 바사리가 기록한 디세뇨 예술 3종>에서 바사리는 각 분야의 개념과 기법, 재료 등을 설명해 놓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르네상스 미술사 연표와 맺음말까지 해서 장장 6권 3,890쪽에 이르는 <르네상스 미술가 평전>이 마무리됩니다.     


이 위대한 저작을 일독했다는 뿌듯함을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 제가 미술을 공부해나가는 데 더없이 소중한 자양분이 돼줄 겁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책을 쓴 사람, 수백 년 동안 자기네 나라 언어로 옮기고 주석을 달고 오류를 수정한 각국의 학자들, 의사로서 주경야독하며 이 책을 우리말로 옮기는 데 무한한 에너지와 열정을 바친 고(故) 이근배 선생, 그리고 이 책을 다시 매만지고 다듬어서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한국어판 전집으로 꾸며준 분들, 그리고 이 방대한 저작의 출간을 맡아준 출판사 한길사에 독자로서 깊은 경의를 표합니다. 참 고맙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실크로드와 불교미술의 탄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