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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석 Jul 19. 2023

실크로드와 불교미술의 탄생

강희정 <난처한 동양미술 이야기 3>(사회평론, 2023)


기다리던 3권이 드디어 나왔습니다. 


실크로드 미술의 여명기를 다룬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사막 어딘가에 꼭꼭 묻혀 있던 잊힌 문명의 흔적을 세상에 알린 건 분명 제국주의에 편승한, 제국주의의 도움을 받은 서구의 탐험가, 군인, 역사가들이었습니다. 그들의 일부는 때론 야만적이고 무자비하다 싶을 만큼 귀중한 인류의 유산을 마구잡이로 파헤치고 약탈하기도 했습니다.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그런 그들을 비난하는 건 아주 쉽고요.


당연히 면제부를 줘선 안 됩니다. 하지만 바로 그들 때문에 꼭꼭 숨었던 고대 문명의 역사가 세상에 알려질 수 있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역사의 아이러니죠. 우리에게도 그런 역사가 엄연히 있었고요. 흥망성쇠라는 말이 왜 생겼겠어요. 흥하고 성하다가도 망하고 쇠하는 것이 역사의 순리임을 우리는 지난 역사로부터 배웁니다.


지난해 2권을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강희정 교수의 이 시리즈는 '개념'에 충실합니다. 개념을 알고 나면 그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죠. 그런 면에서 '대중의 미술화'에 훌륭하게 부합하는 좋은 책입니다. 기원전 1세기에 지금의 아프가니스탄 지역에서 만들어진 금관과 5세기 신라 금관이 놀랍도록 비슷하다는 점은 놀랍습니다. 한없이 멀게만 보이는 두 세계가 그토록 오래 전에 문화적 접점을 이뤘다는 생생한 증거니까요. 제게는 특히 불교 미술의 기본 개념을 쉽고도 명쾌하게 이해할 수 있었던 유익한 독서였습니다.


책에 미술의 핵심에 관한 이런 구절이 있어 옮겨옵니다.


"아름다움이라는 목표를 위해 쓸데없는, 효용성 없는 일을 힘껏 공들여 하는 것, 우리는 그걸 미술이라 불러왔어요."


그것이 바로 미술의 쓸모, 예술의 쓸모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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