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정 <난처한 동양미술 이야기 3>(사회평론, 2023)
기다리던 3권이 드디어 나왔습니다.
실크로드 미술의 여명기를 다룬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사막 어딘가에 꼭꼭 묻혀 있던 잊힌 문명의 흔적을 세상에 알린 건 분명 제국주의에 편승한, 제국주의의 도움을 받은 서구의 탐험가, 군인, 역사가들이었습니다. 그들의 일부는 때론 야만적이고 무자비하다 싶을 만큼 귀중한 인류의 유산을 마구잡이로 파헤치고 약탈하기도 했습니다.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그런 그들을 비난하는 건 아주 쉽고요.
당연히 면제부를 줘선 안 됩니다. 하지만 바로 그들 때문에 꼭꼭 숨었던 고대 문명의 역사가 세상에 알려질 수 있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역사의 아이러니죠. 우리에게도 그런 역사가 엄연히 있었고요. 흥망성쇠라는 말이 왜 생겼겠어요. 흥하고 성하다가도 망하고 쇠하는 것이 역사의 순리임을 우리는 지난 역사로부터 배웁니다.
지난해 2권을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강희정 교수의 이 시리즈는 '개념'에 충실합니다. 개념을 알고 나면 그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죠. 그런 면에서 '대중의 미술화'에 훌륭하게 부합하는 좋은 책입니다. 기원전 1세기에 지금의 아프가니스탄 지역에서 만들어진 금관과 5세기 신라 금관이 놀랍도록 비슷하다는 점은 놀랍습니다. 한없이 멀게만 보이는 두 세계가 그토록 오래 전에 문화적 접점을 이뤘다는 생생한 증거니까요. 제게는 특히 불교 미술의 기본 개념을 쉽고도 명쾌하게 이해할 수 있었던 유익한 독서였습니다.
책에 미술의 핵심에 관한 이런 구절이 있어 옮겨옵니다.
그것이 바로 미술의 쓸모, 예술의 쓸모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