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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석 Sep 16. 2023

한국 근대사를 수놓은 천재 화가들

김인혜 <살롱 드 경성>(해냄, 2023)


이 책을 읽고 후회했다. 국립현대미술관 문신 전시를 취재하지 않은 것을. 심지어 전시를 보지도 않았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부끄러웠다. 나의 어설프고 보잘 것 없는 앎과 한없이 짧은 생각으로 예술가들의 세계를 얼마나 함부로 제멋대로 추측하고 속단해 왔는 지. 그 사람으로 살아보지도 않고서 작품이 좋네 별로네 어쩌네 하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이 책을 읽고 나서 알았다. 왜 도상봉이 조선 백자를 그렸는지, 오지호와 이대원과 변시지의 그림이 왜 거기에 이를 수밖에 없었는지, 빼앗긴 나라에서 태어나 살아가는 일이 어떤 것이었는지, 이제야 조금 알 것도 같다.


이 책에 나오는 예술가 중에서 김병기, 백영수 두 분을 생전에 직접 뵙고 인터뷰했다. 이중섭, 유영국, 김환기, 임군홍, 이쾌대, 변월룡, 장욱진, 백영수의 단독 전시를 취재해서 뉴스에 소개했다. 유영국, 박수근, 임군홍, 오지호, 장욱진의 유족과 만나고 인터뷰했다.


저자를 만난 적이 있는지 잘 생각나지 않는다. 아마도 어느 취재현장에서 필시 마주친 일이 있을 것이다. 그것과 상관없이 국립미술관에 오래 몸담으며 근대미술을 집중적으로 연구한 저자의 내공이 고스란히 담긴 이 책에서 겸허하게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 이 훌륭한 책이 널리 읽혔으면 한다.


"노예처럼 일하고, 서민과 함께 생활하고, 신처럼 창조한다." - 묘비명에 새긴 문신의 좌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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