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기자미술관(169) 김성호 개인전 <새벽, 빛을 품다>
어둠이 걷히기 전, 도시를 물들이는 빛. 아주 잠깐, 스치듯 지나가 버리고 마는 그 빛을 붙잡아 화폭에 색으로 표현할 줄 아는, 그것이 화가의 눈이다. 2015년 6월, 인사동 선화랑에서 처음 본 김성호 작가의 그림은 단숨에 나를 사로잡았다. 파랑의 매혹. 김성호 작가를 인터뷰하고 다른 전시와 묶어 뉴스에 소개했다.
현대미술에 담은 다채롭고 화려한 ‘도시 표정’ (KBS 뉴스7 2015.6.19.)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3098562
그리고 며칠 뒤,
출입처 홍보 담당자 한 분이 뉴스를 보시고 문자를 보내왔다. 조풍류라는 화가, 혹시 아세요? 처음 듣는 이름입니다만. 이윽고 사진 한 장이 도착했다. 파랑으로 뒤덮인 그림이었다. 파랑 때문에 연락을 주신 거였다. 알겠습니다. 그 뒤로 까맣게 잊고 있던 조풍류라는 이름을 다시 만난 건 그해 말이었다. 책상에 잔뜩 쌓인 보도자료를 정리하다가 이름을 발견했다. 그때 그 화가네. 그런데 아뿔싸. 전시가 끝나가고 있었다. 서둘러 갤러리에 전화해서 인터뷰 약속을 잡았다. 그렇게 화가 조풍류를 만났다.
초대형 캔버스에 담긴 색다른 서울 풍경 (KBS 뉴스광장 2015.12.14.)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3198141
결국, 조풍류를 만나게 해준 건 김성호의 ‘블루’였던 셈.
그러므로 김성호의 ‘블루’는 내게 각별한 기억일 수밖에 없다. 마침, 인사동에서 김성호의 개인전이 열린다기에 보러 갔다. 김성호의 ‘블루’는 10년 전에 처음 만났을 때의 느낌 그대로였다. 그 시간에서 더 나아가 밝음이 어둠을 밀어낸 여명의 시간이 내뿜는 빛이 화폭에 어른거리고 있었다. 도시를 배경으로 한 그림과 더불어 제주 작업 몇 점이 시선을 붙들었다. 화가는 빛을 감지하는 예민한 감각을 지녔다.
“잠들지 못하고 깨어 있는 새벽녘의 어스름한 여명 속에 다 쏟아놓고 싶다. 삶의 아픔, 상처, 혹은 사랑까지도…. 밝고 화사한 것보다는 어둠 속에 짙은 그리움이 느껴지는 그림, 추상적인 듯하지만 보는 이의 감성을 툭 건드리는 그림…. 나의 그림은 삶을 향한 따뜻한 위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