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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풍류 개인전에서 만난 결정적 장면들

석기자미술관(177) 조풍류 개인전 《풍류, 서울을 보다》

by 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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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꾼이 예고 없이 찾아와 그림 앞에서 한바탕 신명 나게 놀고 간다. 어떤 이는 <서울전경도> 앞에서 대금 한 곡조를 근사하게 뽑아내고, 대통령상에 빛나는 이름난 명창들이 즉석에서 구성진 우리 민요를 들려준다. 가야금 연주자는 가락을 뜯고, 북 치는 고수(鼓手)는 북장단을 넣는다. 주말 오후 5시가 되면 <종묘> 그림 앞에서 종묘제례 때 추는 일무(佾舞) 공연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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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이 많아도 좋고 적어도 좋다. 옷차림이니 뭐니 따질 것도 없다. 하는 사람은 전시장이라는 새로운 공간이 주는 특별함이 즐겁고, 보는 사람은 그림 구경에 공연까지 덤으로 보니 두 배, 세 배로 즐겁다. 운 좋게 공연을 본 사람은 한 마디로 횡재한 셈이다. 어디에서 이런 공연을 만날 수 있겠는가. 돈 줘도 못 본다. 공연을 본 당신이 바로 승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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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풍류의 그림에는 음악이 있다. 그림에서 뿜어나오는 묘한 운율이 있다. 음악 하는 사람은 그걸 대번에 알아채고 스스럼없이 그림 앞으로 걸어가 그림이라는 무대를 배경으로 노래하고 연주한다. 그 장면이 어쩌면 그렇게 자연스러운지 모른다. 마치 음악을 위해 그림이 탄생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조풍류의 그림에는 그런 매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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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이 곧 공연장이 되는 행복한 콜라보의 현장을 목도할 때마다 예술이라는 건 표현 방식이 다를 뿐 그동안 우리가 어찌 살아왔는지, 지금이 내 모습은 어떤지 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결국, 하나로 통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조풍류 개인전은 한 편의 종합예술로 진화했다. 그래서 나는 일찍이 조풍류 그림의 ‘유연성’과 ‘확장성’에 주목했다. 지금까지는 무대 배경으로 몇 번 쓰인 게 전부지만, 앞으로 펼쳐질 가능성은 실로 무궁무진하다.


조풍류의 그림을 미디어 아트로 만들어 몰입형 전시를 연다면?


■전시 정보

제목: 조풍류 개인전 《풍류, 서울을 보다》

기간: 2025년 4월 9일(수)부터 4월 21일(월)까지

장소: 인사아트센터 1층 전시장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길 41-1)

문의: 02-73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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