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기자미술관(225) 노노탁 스튜디오 개인전 《노노탁 NONOTAK》
커튼을 열고 짙은 어둠에 잠긴 전시장으로 들어선다.
다섯 개의 투명한 막 너머에서 쏜 빛이 다섯 개의 투명한 막을 차례차례 통과해 맞은편 벽에 커다란 잔상을 남긴다. 가로로 흐르는 선과 세로로 흐르는 선이 직각으로 교차하고, 각도를 틀어 회전하고, 직선이 사라지면 곡선이 나타난다. 가까워졌다가 멀어지고, 멀어졌다가 다시 가까워지는 선들의 움직임이 빚어내는 긴장감이 상당하다. 투명한 막과 벽 사이에 선 내 모습이 벽에 투사된다. 몰입감.
프랑스 파리를 주 무대로 활동하는 크리에이티브 듀오 노노탁 스튜디오(NONOTAK STUDIO)의 첫 한국 개인전 《노노탁 NONOTAK》이 8월 25일(월)부터 12월 31일(수)까지 세화미술관에서 열린다. 전시장에서 처음 만나게 되는 <데이드림 V.6 DAYDREAM V.6>는 프로젝션 매핑 기법과 비디오, 패브릭, 사운드를 결합한 설치 작품이다. 제목 뒤에 붙은 V.6는 ‘여섯 번째 버전’을 가리킨다. 크기가 가변적이어서 전시장 환경에 맞춰 설치된다. 융통성.
노노탁 스튜디오는 비주얼 아티스트 노에미 쉬퍼(Noemi Schipfer)와 빛·사운드 아티스트 타카미 나카모토(Takami Nakamoto)가 2011년에 결성한 팀이다. 파리 거리의 한 벽화 프로젝트를 계기로 두 사람은 각자의 배경이었던 시각 예술, 공간, 사운드를 더 깊이 결합해 협업을 이어가 보고 싶었고, 그 과정에서 자신들이 지향하는 작업을 구현하는 데 가장 자연스러운 언어가 ‘설치’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리하여 오늘에 이른다. 협업.
무중력의 우주 공간을 유영하는 듯한 기분이다. 빛은 소리와 더불어 빨라지기도, 느려지기도 한다. 속도의 차이가 주는 긴장감이 있다. 한 치도 어긋남이 없는 사운드가 그 효과를 배가한다. 빛이 어디에서 나와서 어디로 갈지 우리는 모른다.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도 역시 모른다. 궁금하다면 끝까지 보는 수밖에. <히든 섀도 V.2 HIDDEN SHADOW V.2>라는 작품은 관람객이 신발을 벗고 직접 위에 올라서 볼 수 있다. 우주 공간 한가운데 내가 있다. 현기증.
45도 각도로 기울어진 정사각형 구조물 20개가 다이아몬드 형태로 터널을 형성한다. 각 구조물은 DMX(Digital Multiplex) 조명 시스템을 통해 개별적으로 제어되며, 작품을 위해 제작된 오리지널 사운드트랙과 정밀하게 동기화돼 음악의 흐름에 맞춰 빛이 실시간으로 변한다. 이 작품은 공간을 가로지르는 빛의 움직임과 그 빛이 주변에 만들어내는 시각적 분위기와 감각의 변화에 주목한다. 블랙홀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다. 몰입감.
<나르시스 V.4>는 움직이는 빛과 소리로 구성된 키네틱 설치 작품으로, ‘반사’를 핵심 표현 요소로 삼는다.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 제작된 이 작품은 15열로 배열된 75개의 정사각 거울이 움직이며, 사운드스케이프에 맞춰 춤추듯 다양한 빛의 패턴을 만들어낸다.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매혹되어 자신을 사랑하게 된 신화 속 주인공 나르키소스(Narcissus)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기계장치가 획일화된 인간세계를 떠올리게도 한다.
미술관에서 이렇게 네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작품을 온전히 감상하려면 시간을 두고 천천히 봐야 하는데, 어두운 공간에서 쉴 새 없이 깜빡이는 조명과 날카로운 전자음 등이 눈과 귀에 상당한 피로감을 줄 수 있으므로 한 공간에 지나치게 오래 머무는 건 피하는 것이 좋다. 특히 어린이들은 시각과 청각에 큰 자극을 받을 수 있으므로 더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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