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달동네 품은 최호철의 그림 <한남동 우사단길>

석기자미술관(262) 《여러 개였던 것 중에: 여섯 명의 이미지 노동자》

by 김석
인사이트_인터뷰_한남3구역_조합원편_전경_1-1200x675.png 한남 3구역 (사진출처: 현대건설 매거진H)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686번지 일대. ‘한남 3구역’으로 불리는 이곳에선 지금 단군 이래 최대 규모라는 재개발 사업이 한창이다. 가파른 언덕을 따라 옹기종기 모여 있던 낡은 주택이 하나둘 철거되고 있다. 다른 재개발 사업과 마찬가지로, 언젠가는 이곳에도 휘황찬란한 고층 아파트와 빌딩이 들어설 것이다. 이태원 달동네는 그렇게 기억 저편으로 사라질 것이다. 거스를 수 없는 변화인 것이다.


최호철_2018년 한남동 우사단길_270x95cm_종이에 혼합매체_2018.jpg 최호철, <한남동 우사단길>, 2018, 종이에 혼합매체, 95×270cm



미련이 남았던 것일까. 한남 3구역 재개발 이슈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던 2018년, 어느 화가가 조용히 한남 3구역이라 불리는 이태원 달동네 풍경을 화폭에 담았다. 꼭대기에 우뚝 선 한광교회를 중심으로 아파트 단지와 다세대 주택, 한국이슬람교 서울중앙성원까지 오직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스카이라인. 언덕을 빼곡하게 뒤덮은 집과 나무와 골목길. 그리고 이곳에서 살아온 사람들. 화가는 무엇 하나 놓치지 않겠다는 듯 집요하게 달동네의 구석구석을 커다란 화폭에 옮겨 놓았다.


최호철 작가의 그림 <한남동 우사단길>(2018)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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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이 갤러리조은에서 열리는 그룹전 《여러 개였던 것 중에: 여섯 명의 이미지 노동자》(2026.2.5.~3.7)에 나왔다. 이 그림 하나를 보려고 한남동 전시장에 갔다. 최호철의 그림을 원화로 볼 기회가 많지 않아서다. 지난해 가을, 서울시 송파구 더 갤러리 호수에서 열린 전시회 《SeMA Collection: 도시예찬》에서 서울시립미술관이 소장한 최호철의 작품 <우리 사는 땅>을 직접 볼 수 있었다. 최호철은 2008년에 펴낸 화집 《을지로순환선》(거북이북스)에서 이 그림 밑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도시는 자신을 세워 준 이들의 터전을 숨기며 자란다.

더 커지면 아예 바깥으로 밀어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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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동 우사단길> 또한 마찬가지다. 그림 속에 펼쳐진 풍경은 눈에 보이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저 많은 풍경은 절대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최호철 작가는 다양한 시점을 사용해 서울이라는 도시의 모습을 만화경처럼 압축해서 표현했다. 단순히 서울이라는 거대한 도시의 오늘을 재현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언젠가는 이 화면 밖으로 밀려날 달동네 주민들의 고달픈 삶을 생생하게 그려 넣었다.


저 풍경 안에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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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정보

제목: 《여러 개였던 것 중에: 여섯 명의 이미지 노동자》

기간: 2026년 2월 5일(목)~3월 7일(토)

장소: 갤러리 조은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 55가길 3 골든너겟 빌딩 1층)

문의: 02-790-5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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