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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서로 Oct 19. 2021

엄마, 오늘 내 꿈은 말이야


  몇 달 전, 아이에게 꿈이 무엇인지 물은 적이 있다. 단순히 정말 궁금해서였다. 그때 아이는 "내가 오늘 무슨 꿈을 꿨는지 기억이 안 나"라고 답했고, 때문에 나는 꿈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음을 설명해야 했다.


  헤이지니의 '바쁘다 바빠 직업탐험'을 몇 편 본 아이는 그제야 엄마가 말했던 '꿈'이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이해한 눈치였다. 매일매일 엄마에게 오늘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말하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아이는 강아지가 아프면 슬프니까 수의사, 엄마처럼 요리를 잘하고 싶어서 요리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꿈은 매일매일 바뀌었다. 가장 많이 말했던 꿈은 의사와 소방관, 그리고 발레리나였다. 나는 어렸을 적 단 한 번도 소방관이나 의사가 되고 싶었던 적이 없는데 신기할 따름이다.


  아이가 되고 싶다고 말한 직업들을 듣다 보면 우리 아이가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우리 아이는 남에게 봉사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졌다. 춤추기와 공주님 옷도 좋아한다. 강아지만 보면 내 옷소매를 꼭 쥐고 뒤로 숨길래 무서워하는 줄로만 알았는데 사실은 귀여워하고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직업이 곧 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는 질문은 직업으로 판가름 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때문에 나는 아이가 어떤 직업을 갖고 싶다 말하면, 늘 그 이유를 되묻는다. 왜 그 직업을 갖고 싶느냐고 말이다. 그럼 아이는 자기 나름대로의 이유를 댄다. 그 이유들이 언젠가 아이의 꿈이 될 거다.


  우리 아이 이름의 뜻은 "네가 원한다면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 이름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 단어가 그런 뜻을?'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와 남편은 뱅뱅 돌아 우리만의 의미를 만들었고, 우리 아이는 그 의미대로 꿈을 꾼다.


  오늘 우리 아이의 꿈은 선생님이었다. 이유를 물으니 "은솔반 선생님이 너무너무 좋아서"라고 답했다. 사랑이 가득한 아이의 내일 꿈은 무엇일지 벌써 궁금하다. 꼬박 하루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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