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무지개를 그려왔다.
선 하나를 곧게 그리는 것도 어려워했던 아이가
어느새 자라 색색깔 물감으로 예쁘게, 무지개를 그려온 것이다.
아이가 그림을 그려올 때마다 모아두는 파일에 넣어둘까 하다가
좀 더 오래 보고 싶은 마음에 냉장고에 붙였다.
그런데 어쩐지 이상했다.
어울리지 않는 자리에 무지개가 뜬 느낌이랄까.
그렇게 한참, 무지개 그림을 바라보고 있는데 아이가 와서 물었다.
"엄마. 왜 내 무지개를 냉장고에 붙였어?"
"너무 예뻐서 오래오래 보려고."
"엄마, 근데 무지개는 하늘에 뜨는 거잖아."
맞네. 무지개는 하늘에 뜨는 건데.
어울리지 않는 자리에 붙어 어색해하는 무지개를 떼어냈다.
그리고 거실 창에 붙였다.
그날 이후, 우리 집 하늘엔 매일 무지개가 뜬다.
어제오늘은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그래도 무지개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알록달록 예쁘게.
- 501g <영감의 서재> 챌린지에 참여하며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