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베이비샤워를 하는 나이가 되었다

오래된 친구에게

by 김승연

그 애를 처음 본 건

아마 중학교 1학년이었을 거다.

교회 초등부는 1, 2부로 나뉘어 있었지만

중등부는 합쳐지면서

갑자기 많은 친구들과

오빠, 언니들을 보게 됐는데

그중에서도

눈은 크지 않았지만

조명에 비친 보석처럼 반짝였고

웃음은 화려하진 않은데도 단아했다.

키는 나만큼이나 작은데

아무 말도 안 해도

눈길이 자꾸만 갔다.


우리 교회에 저렇게 예쁜 애가 있었어?

그런 생각은 속으로만 했다.


학창 시절부터 아줌마 수다를 좋아하는

나랑은 좀 다른 과라는 게

멀리서부터 느껴졌으니까.


목소리는 내가 여태껏 들어본 말 중에

가장 간드러진 말씨였다.

나도 서울 사람이지만

서울 말씨라는 게

잘 어울리는 목소리였다.

그녀와 가까워지고 나서는

그녀를 볼 때마다 아직도

100미터 전부터

인사말과 말투를 따라 하는데

생각해 보면 그 시절 동경의 여파 같다.


그런 친구가 어려운 시험을 몇 년이나 준비할 때

나는 부담스럽지 않게 응원하고 싶었다.

그런데 왜 내 말들은

늘 투박하게, 뚝딱거리듯 나갔는지 모르겠다.

20대 초반이었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나는 참 서툴렀다.


그런데 내 투박한 표현까지

예쁜 포장지로 포장해 주는 애였다.

내 친구가 그렇게 예쁘다.

얼굴만 예쁜 게 아니라...!

근데 머리까지 좋은 건…

아아 참- 자랑은 그만해야겠다.



많은 친구들이 이러저러한 이유로

교회를 떠났지만

그 친구와 나는 자리에 있었다.

오랜 시간 같은 자리를 지키다 보니

우리는 어느새 같은 시간을 함께

통과한 사람이 되었다.

그 깊이는 아는 사람만 알 거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비슷한 시기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지난 몇 년간은 베이비샤워만 했다.

1명에서 2명, 3명, 4명….


올해는 벌써 6살이 된 나의 첫째와

몰래카메라까지 준비했다.

“아들- 엄마가 꽃다발 깜빡했다! 라고

신호 줄까?“

”응응 그럼 내가 텐트에 숨겨놨다가

엄마 그거 왜 깜빡했어! 하면서 가져갈게”



분위기 좋은 곳들은 이미 포기한 지 오래다.

엄마를 잠시라도 찾지 않아 줄 키즈카페를

귀하기 귀한 방학 오후 타임에

빌릴 수 있는 것만으로도

100점 만점이라고 자축했다.


그래도 감성 키즈카페를 골랐다!

감성이라는 건

돈을 좀 지불하더라도

마지막까지 지키고 싶은

최후의 보루였다.


모든 건 순조로웠다.

우리를 찾지 않는 아이들,

첫째와의 몰카 작전까지!


그리고 난 그 순간을 멀리서

잘 담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첫째가 스파이더맨 속도로 뛰어가

전달인지 터치인지 던진 건지 모를

어떤 동작을 했다.


내가 상상하던 감동적인 전달은

실패라는 걸 0.1초 만에 알았지만

그거라도 어떻게 찍어보려 했던 건데

우리 애 뒤통수만 나온

영상만 덜렁 찍혔을 뿐이었다.


기대한 내가,

내 아들을 예측하지 못한

이 엄마가 잘못이다,

영상이랑 사진은 포기해야겠다며

허무하게 웃으며 고개를 드는데

내 친구는 이 마저도 감동이라며 운다.



우린 중학생이었는데… 여기까지 왔다.

그때의 얼굴은 이제 좀 흐릿하고

자꾸 생기는 주름과 흰머리를 고민해야할 때지만


우리를 닮은 아이들이

하하하하 소리를 내며

엄마~~ 하며 뛰어놀고 있다.



엄마 그만 찾아!

네 엄마가 내 친구거든

잠깐 나랑 놀아야 되거든!


우리는 베이비샤워를 하는 나이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