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연애에도 권태기가 있었다
아들에게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건 알고 있었다.
아들이 말하는 그녀는
공주옷을 입고 로봇을 좋아하는
반전 있는 여자였다.
정확히 그 이상한 조합에서
우리 아들은 완전히 넘어간 것이다.
네 살 때부터
그 아이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
아마 그때가 인생 처음
좋아하는 감정을 알게된 건 아닐까?
그리고 다섯 살 봄,
그들의 관계도 달라졌다.
그녀가 우리 집에 왔을 때였다.
"와 이안이네 집 안에 계단 있네?"
오후 2시에 왔던 그녀는
저녁 9시가 되어서야 돌아갔다.
그리고 다음날,
우리 아들은 말했다.
"엄마 나 하윤이랑 결혼하기로 했어!"
그들은 금세 공식 커플이 되었다.
하루에 세 번씩은 떠들썩하게 뽀뽀를 했으며
그녀의 여름성경학교에도 놀러 가
그녀의 교회 오빠들에게
얼굴 도장을 찍었다.
하윤이의 긴 여행이 있었을 때는
그녀가 먼저 영상통화를 원했기에
아버지끼리 영상으로 첫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얼마 전, 백화점에서는
아이스크림을 먹는 도중에도
여기 하윤이 있었으면 내가 뽀뽀했을 텐데!
같은 말들을 들어야 했다.
심지어 엄마, 아빠 둘 다에게
혼나야 하는 날에는
"하윤아~~~~"
하면서 오열을 하는데
사람이 너무 기가차면
말이 안 나오고
헛웃음만 나온다는 걸
그때 알아버렸다.
하지만
다섯 살의 교제에도
권태기는 찾아왔다.
"나 그냥 현우랑 결혼할래."
결혼 선포 후
일 년 뒤에 그녀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였다.
순식간에 을의 연애가 되어버렸고
우리 아들은
한동안 그 충격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밥을 먹다가,
자석 블록을 하다가
종종 같은 말을 중얼거렸다.
.
.
.
"엄마 근데 하윤이 나랑 결혼 안 할 수도 있대."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게
엄마로서도 꽤나 힘들었다.
여섯 살 새 학기가 되었다.
짝꿍은 같은 색 색종이를 뽑아 정했다.
그리고 정확히
둘의 손에는
같은 파란색 삼각형이 쥐어졌다.
그들의 뽀뽀를 계속해서 직관해야만 했지만
그로써 권태기는 종결되었다.
이 이야기는
선생님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원장 선생님에게로 전달되었다.
몇 십 년 뒤
그 사랑이 결혼으로 이어진다면
원장 선생님은 주례를,
역대 담임선생님들은 십시일반 모아
냉장고라도 준비하겠다는
의미 있는 회신을 받았다..
이제 아들의 여섯 살 봄이 시작되었다.
앞으로 몇 번의 연애가
피고 질지 모르겠지만
첫 번째 연애만큼은
똑똑히 지켜보고 기억해두려 한다.
앞으론 안 보여줄 수도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