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커리어 전환은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되지 않는다2

2장. 직무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의 문제라고 느꼈던 순간

by 김서영

멤버십 기획 회의에서였다.
“이 혜택이면 고객들이 충분히 매력을 느낄 거예요.”
누군가 그렇게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나는 안 느끼는데…


사실 나는 멤버십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할인 혜택을 찾아다니지도 않고,
이벤트 참여 알림이 와도 대부분 넘겼다.


그런데 나는 지금
그 멤버십의 가치를 정의하고, 고객의 행동을 설계하고 있었다.

기획자로서 할 일은 다 알고 있었다.


데이터를 보고, 가설을 세우고,
전환율을 높이기 위한 장치를 고민했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내가 만든 멤버십 화면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거, 내가 사용자라면 쓸까?
굳이 이걸 쓰기 위해 앱을 켤까?

그 질문에 선뜻 “그렇다”고 말할 수 없었다.


그 순간, 묘한 현타가 왔다.
내가 못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내가 이 산업의 사용자로서 설득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더 크게 다가왔다.


그때 처음으로 “이건 직무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기획이라는 일 자체는 여전히 재미있었다.

문제를 구조화하는 것도, 흐름을 설계하는 것도 좋았다.


그런데 이 산업 안에서는 내가 왜 이걸 해야 하는지
마음으로 설명되지 않았다.

이전 02화1부. 커리어 전환은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