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직무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의 문제라고 느꼈던 순간
멤버십 기획 회의에서였다.
“이 혜택이면 고객들이 충분히 매력을 느낄 거예요.”
누군가 그렇게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나는 안 느끼는데…
사실 나는 멤버십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할인 혜택을 찾아다니지도 않고,
이벤트 참여 알림이 와도 대부분 넘겼다.
그런데 나는 지금
그 멤버십의 가치를 정의하고, 고객의 행동을 설계하고 있었다.
기획자로서 할 일은 다 알고 있었다.
데이터를 보고, 가설을 세우고,
전환율을 높이기 위한 장치를 고민했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내가 만든 멤버십 화면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거, 내가 사용자라면 쓸까?
굳이 이걸 쓰기 위해 앱을 켤까?
그 질문에 선뜻 “그렇다”고 말할 수 없었다.
그 순간, 묘한 현타가 왔다.
내가 못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내가 이 산업의 사용자로서 설득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더 크게 다가왔다.
그때 처음으로 “이건 직무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기획이라는 일 자체는 여전히 재미있었다.
문제를 구조화하는 것도, 흐름을 설계하는 것도 좋았다.
그런데 이 산업 안에서는 내가 왜 이걸 해야 하는지
마음으로 설명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