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커리어 전환은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되지 않는다3

3장. ‘다 잘하는 사람’이 되는 게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by 김서영

회사에서는 종종 이런 말을 들었다.
“이건 네가 제일 잘 아니까 한 번 봐줘.”
“디자인도 알고 기획도 아니까 네가 하면 딱이야.”

처음엔 그 말이 좋았다.


내가 필요하다는 느낌이 들었고,
회사에서 신뢰받고 있다는 증거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 말이 조금씩 부담으로 바뀌었다.

일의 경계가 점점 흐려졌다.


디자이너로 시작했지만
기획을 했고, 브랜딩을 했고, 마케팅도 건드렸다.


회사 안에서는 편리한 사람이 되어갔지만
회사 밖으로 나가면
내가 누구인지 설명하기 어려워졌다.


“그래서 무슨 일을 하세요?”라는 질문에
대답이 길어졌다.


설명이 길어질수록
스스로도 확신이 줄어드는 기분이 들었다.

그때부터 ‘물경력’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자주 떠올랐다.


아직은 아니겠지, 라고 생각하면서도

언젠가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다는 불안이 따라왔다.


성장은 하고 있었지만 방향은 보이지 않았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른 채
계속 속도를 내고 있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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