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잘하고 있지만, 설명하기 어려운 불안
회의가 끝난 뒤였다.
“이번 건 잘 정리해주셨어요.”
가볍게 건네진 말이었는데, 그날은 이상하게 그 말이 오래 남았다.
보통은 안도감이 먼저 드는 말이다.
이번에도 일을 잘 마쳤구나,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겠구나.
그런데 그날은 집에 돌아오는 길에 계속 같은 생각이 맴돌았다.
그래서, 나는 지금 뭘 잘하고 있는 거지?
나는 분명 일을 해내고 있었다.
주어진 기획은 정리했고, 요구사항은 빠짐없이 반영했고,
결과물은 무난하게 통과됐다.
그런데 그 ‘잘함’이 내 것이 아니라
회사에 잘 맞춰진 결과물처럼 느껴졌다.
퇴근 후에 노트북을 덮고도
머릿속이 쉬어지지 않는 날이 많아졌다.
일이 많아서라기보다는,
일이 끝나도 마음이 정리되지 않아서였다.
불안이라는 단어가 딱 맞는지도 모르겠다.
초조함이나 조급함과도 달랐다.
차라리 ‘설명되지 않는 질문’에 가까웠다.
이걸 계속하면 나는 어디로 가게 될까?
이 일의 다음 장면에, 나는 등장할까?
그 질문이 처음 생겼을 때
나는 그걸 애써 무시했다.
괜히 예민해진 거라고, 다들 한 번쯤 겪는 감정이라고.
하지만 그 질문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성과가 쌓일수록 더 또렷해졌다.
그때 처음 깨달았다.
이 불안은 내가 못해서 생긴 게 아니라,
내가 계속 잘하고 있기 때문에 생긴 감정일지도 모른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