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에서 ‘좋은 서비스’가 실패하는 이유

by 김서영

헬스케어 서비스 기획을 하다 보면
이런 말을 자주 듣는다.


“기술은 정말 좋은데, 왜 안 쓰일까?”
“의미 있는 서비스였는데, 왜 사라졌을까?”


실제로 헬스케어에는
‘나쁜 서비스’보다 ‘좋아 보였던 서비스의 실패’가 훨씬 많다.

그리고 그 실패에는
꽤 반복되는 패턴이 있다.


1. 너무 앞서 있었던 서비스

– Google Health

Google은 오래전부터 헬스케어에 관심이 많았다.
의료 기록을 통합하고, 개인이 자신의 건강 데이터를 관리하는 서비스.
지금 보면 너무 익숙한 개념이다.

하지만 초기 Google Health는 실패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병원 데이터 연동은 제한적이었고

사용자는 무엇을 입력해야 할지 몰랐고

“그래서 이걸 왜 써야 하는지”가 명확하지 않았다


기술은 앞서 있었지만,
사용자의 준비도와 생태계는 아직 따라오지 못했다.

헬스케어에서 ‘너무 이른 서비스’는
‘틀린 서비스’와 거의 같은 결과를 낳는다.


2. 완벽했지만, 일상에 들어오지 못한 서비스

– IBM Watson Health

IBM Watson Health는
AI 기반 의료 분석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방대한 의료 논문 분석

암 진단 및 치료 보조

의사 결정을 돕는 AI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현실의 의료 환경이었다.

병원마다 다른 데이터 구조

의사의 실제 진료 흐름과 맞지 않는 인터페이스

“AI가 말하는 권고를 왜 따라야 하는가?”에 대한 설명 부족


결국 Watson Health는
‘똑똑했지만, 의료진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지 못한 서비스’가 되었다.

헬스케어에서는
현장을 바꾸려면, 현장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3. 사용자를 ‘환자’로만 본 서비스

– Babylon Health

Babylon Health는
AI 문진과 원격진료로 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여러 한계가 드러났다.

문진은 효율적이었지만, 불안을 키우는 경우가 많았고

사용자는 ‘진단 결과’보다 ‘설명과 맥락’을 원했으며

의료 판단의 책임 경계가 모호했다


Babylon의 실패에서 드러난 핵심은 이것이다.


사람은 진단을 원하지 않는다.
이해와 안심을 원한다.


헬스케어 서비스에서
사용자를 ‘데이터 입력자’나 ‘환자 객체’로만 보면
신뢰는 쉽게 무너진다.


4. 너무 많은 데이터를 너무 그대로 보여준 서비스

– Apple Health (초기)

Apple Health는 실패한 서비스는 아니다.
하지만 초기 버전은 사용자에게 어려운 서비스였다.

수치와 그래프는 많았지만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알기 어려웠고

“그래서 나는 뭘 하면 되는지”가 없었다


Apple이 이후 방향을 바꾼 지점은 분명하다.

데이터 ‘나열’ → 데이터 ‘해석’

기록 → 패턴

측정 → 행동 제안


헬스케어에서
정보 제공은 서비스가 아니다.
의미 있는 해석과 다음 행동이 있어야 한다.


5. 의료를 ‘기술 문제’로만 본 서비스들

많은 헬스케어 서비스가
이 함정에 빠진다.

“AI 정확도가 몇 %다”

“데이터를 얼마나 많이 분석한다”

“표준을 완벽히 지켰다”


하지만 실제 실패 이유는 대부분 비슷하다.

신뢰 설계가 없었고

책임 구조가 불명확했고

사용자의 감정과 불안을 고려하지 않았다


헬스케어는
기술 산업이기 전에 신뢰 산업이다.


헬스케어에서 ‘좋은 서비스’가 실패하는 공통 이유

사례들을 관통하는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사용자보다 기술을 먼저 설명했다

현장의 흐름을 바꾸려 하면서, 존중하지 않았다

데이터는 있었지만, 맥락이 없었다

불안을 줄이기보다, 정보를 늘렸다

책임과 한계를 명확히 말하지 않았다


그래서 헬스케어 서비스 기획은 다르다

헬스케어에서의 ‘좋은 기획’은
혁신적인 기능보다 이런 질문에서 시작한다.


이 서비스는 누군가를 덜 불안하게 만드는가?

잘못 이해될 여지는 없는가?

사용하지 않아도 괜찮은 선택지를 주고 있는가?


헬스케어에서 실패한 서비스들은
대부분 의도가 나빠서가 아니라, 기준이 달라서 실패했다.


마무리하며

헬스케어 서비스의 실패는
기술의 실패가 아니다.


사람을 이해하지 못한 설계의 실패다.


FHIR 이후,
PHR과 CDSS가 가능한 시대에
이제 헬스케어 서비스의 성패는 더 분명해졌다.

기술은 점점 평준화되고

데이터는 점점 연결되며

결국 남는 차이는 ‘사람을 어떻게 보았는가’다.


좋은 헬스케어 서비스란
가장 똑똑한 서비스가 아니라,
가장 조심스러운 서비스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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