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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직하고 시커먼 느낌의 통증이 쾅

아.. 다시 회사 다닐 수 있을까?

by 김씨네가족

월요일 아침은 조금 무겁지만, 그 무거움을 조금만 들어내면 어디선가 힘이 조금씩 커져서 나를 일터로 옮기게 되는 신기한 현상을 매번 경험한다.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던 월요일 아침이었지만 작은 사건은 나의 현재를 되돌아보게 했다.


버스에서 내려 지하철역 입구로 가는 길은 불과 50M 거리밖에 되지 않는다. 많이 춥진 않았지만 계속 서있기에는 조금은 쌀쌀함을 느낄 수 있는 날씨였다.


갑자기 허리 뒤쪽에 묵직하고 시커먼 느낌의 통증이 ''하고 충격을 주었다. 그리고는 그대로 털썩 주저앉아버렸다. 다행히 넘어지거나 쓰러질 정도는 아니었지만 다들 바쁘게 움직이는 거리에서 옛날 화장실에서 변을 보는 자세로 앉아 있었다. 그래도 나이가 아직은 어려서 그런지 내 다리는 내 몸을 지탱시켜주었다.


순간, 이게 '디스크인가?', '와 장난 아니게 아프네..', '디스크 환자들은 어떻게 살아가는 거지?'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가면서, '아.. 다시 회사 다닐 수 있을까?', '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하지?' 등 별의별 생각이 다 지나간다. 그만큼 그 순간의 고통은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세계였다.


1-2분 정도 앉아있다가 다시 일어서려 했으나 일어설 수 없었다. 내 바로 앞에는 택시가 사람들을 태우기 위해서 기다리고 있었고, 그 택시기사는 아무런 잘못도 없는데 나한테 전혀 관심을 주고 있지 않다는 생각에 순간 괘씸할 뻔했다. 그리고 다들 바쁘게 자기의 삶을 살아가기 때문에 주변을 신경 쓸 여유가 없는 현시대까지 비판하고 싶은 쓸데없는 생각도 잠깐 든다.




다시 정신을 차려서, 현시대보다는 지금 내가 이 몸을 이끌고 어떻게 집에 돌아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 생각을 정리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훨씬 낫다는 바른 생각으로 돌아왔다. 아주 큰 문제는 없었는지 허리 통증은 계속 있었지만 조금씩 몸을 움직이니 집까지는 겨우 돌아올 수 있었다.


역시나 아내와 아이들이 나를 반겨준다. 아내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아이들은 마냥 즐겁고 기쁘게 날 반겨준다. 어른과 아이들의 세계관이 얼마나 다른지 극명히 드러나는 순간이다.


나 스스로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계속 건강할 거야!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나한테 있었던 것 같다. 그 누구도 아프고 싶어서 아픈 사람은 없는 세상인데, 나는 거기에서 예외이길 항상 바라왔던 건 아닐까?


다행히 병원에서 디스크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고, 오랫동안 잘못된 자세로 인해서 허리 뒤 뼈가 정상적이지 않다고 했다. 근육이 문제인데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으면 뼈가 정상으로 돌아온다고 이야기한다. 평생 동안 잘못된 습관이 지금에서야 문제를 일으킨 것이다.


그래도 40년이나 나의 잘못된 습관을 지켜준 내 몸에게 감사함과 경의를 표한다. 이제는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너희들에게 잘해야겠다는 다짐도 해본다.



건강할 때는 건강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먹고살만할 때는 먹고살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사람들은 잘 모른다.

자유가 있는 나라에 살 때는, 자유를 박탈당한 경험이 없어서 현재의 나라가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마음껏 순대와 떡볶이를 먹을 수 있을 때는 순대와 떡볶이의 소중함을 모른다.

자녀를 별문제 없이 낳을 수 있는 부모들은, 자녀를 임신하지 못하는 부모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녀들을 가질 수 있다는 기쁨에 대해서 크게 느끼지 못한다.

키보드로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나는, 손가락이 있음에 이 손가락으로 나의 생각을 글로 표현할 수 있는 사실이 얼마나 축복된 일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살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사실인지,

죽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죽을 순 없지만,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이라면

나는 오늘의 행복을 놓치는 어리석은 행위를 반복하진 않을 것이다.


지금 비록 몸이 조금 불편하고 아프지만,

사랑하는 아내와 점심을 먹을 수 있다는 행복을 누리기에는 나의 현재 환경은 완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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