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직을 내려놓고 농부가 된 이스라엘 1대 총리 벤구리온
"고향에 일꾼이 부족합니다. 땅콩 농사를 짓기 위해서 총리 자리를 내려놓겠습니다"
이스라엘 1대 총리인 다비드 벤구리온이 이 말을 하고 총리 자리를 내려놓으려 했다.
그러자 기자 한 명이 물었다.
"농부보다 총리가 더 가치 있는 자리 아닌가요?"
벤구리온의 답변은 이러했다.
"아니요, 총리는 하고 싶은 사람도 많고, 적당한 인물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땅콩 농사는 하고 싶은 사람도 적고,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총리직을 내려놓고 시골에서 땅콩 농사를 짓다가 삶을 마감한 벤구리온은 왜 직업을 바꾸었을까?
명예와 존경과 어느 정도의 부도 가질 수 있는 총리직을 내려놓은 정말 그만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삶을 대하는 그의 태도, 그리고 그만의 삶에 대한 만족, 기쁨에 대한 기준이 있었기 때문에 그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총리직을 내려놓고 시골의 조용한 곳에서 자신만의 일을 하면서 생을 마감한다.
어느덧 40이 되니, 주변에 친구들이 사회에서 중요한 위치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게 보였다. 나는 사실 그동안 여러 번 직업을 바꾸느라 사회에서 뭐 중요한 위치에 있지는 못했다. 오히려 그 구조를 벗어나서 좀 더 넓은 의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자기 스스로의 자존감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래도 나는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나름대로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전문분야의 공부를 했다. 사회 초년에는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인의 생활을 했었고, 여러 가지 이유로 프로그래머는 그만두고 세일즈와 마케팅의 일원으로 회사생활을 했다.
그리고 속세를 벗어나고 싶은 마음과 종교에 대한 큰 신념으로 선교사라는 타이틀을 가진 일을 해외에서 했다. 그리고 다시 탈종교인(?)이 되어서(종교는 유지하되 직업적으로 그 일을 내려놓았다.) 한국으로 돌아와서 이런저런 일을 닥치는 대로 했다. 그래서 나쁘게 보면 경력이 엉망진창이고, 좋게 보면 다양한 경력으로 화려하다.
지금은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해야 할 것도 많아서 이런저런 일을 하고 있다. 전문분야의 칼럼도 쓰고, 회사도 다니고 아내 일도 도와주고 아이들 셋도 키워내고, 집안일까지.. 그리고 브런치에 글도 쓴다. 그런데 이것저것 다 보니 브런치에 글 쓰는 게 제일 행복한 일인 것 같다. 돈도 안 주는데 왜 행복할까? 역시 행복이랑 돈은 상관관계가 깊은 것 같으면서도 전혀 상관관계가 없음이 분명하다.
직업을 바꾸면 행복할까?
여러 번 직업을 바꿔보니, 결론은 행복에 대한 정의, 개념, 범위가 넓어지는 것은 분명하다.
직업은 그 사람의 세계관인데, 사람들은 대부분 저마다의 세계관 속에서 살고 그가 속해 있는 사회나 네트워크 안에서 어느 정도의 한계를 가지고 살아간다.
그런데, 직업을 여러 번 바꾼 사람은 그가 그 분야에 성공이든 실패든 다양한 경험과 네트워크를 가지게 된다. 그러한 다양한 경험과 네트워크 속에서 만난 다양한 세계관들 속에서 자신의 세계관도 조금씩 넓어지고 확장되는 걸 보게 된다.
다비드 벤구리온은 총리 자리를 내려놓으면서, 인생의 참 의미를 발견한 것 아니었을까?
남들이 다 원하는 그 자리에 서보니, '별거 없네..'라는 독백의 소리를 스스로 하지 않았을까?
나도 짧은 인생이지만, 내 명함이 여러 번 바뀌면서 사람들이 나에게 대하는 태도와 반응이 여러 번 바뀌는 걸 경험하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보니, 그 직업을 내려놓을 때 진정한 관계가 남는 걸 경험하게 되었다.
나를 만나고 좋아하는 척했던 사람들이 내 명함 때문에 좋아했던 것인지,
명함은 나를 포장해주는 일부에 불과했고 나 자체를 좋아했던 것인지..
그래 나도 사람들을 대할 때 그 사람이 가진 명함 때문에 좋아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명함이 그를 표현해주고 있지만 그 명함 뒤에 가려진 그의 내면을 보고 좋아하기도 한다.
명함이 없더라도 좋은 사람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지만, 그러한 사람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내가 의사라면,
내가 변호사라면,
내가 대통령이라면,
내가 대기업 총수라면,
내가 청소하는 사람이라면,
내가 택배기사라면,
내가 농부라면,
그래 사람들은 내가 어떤 직업인지에 따라서 나를 평가한다.
그것을 부정할 수 없기에, 내가 가진 직업에 의해서 사람들이 하는 평가가 나의 행복에 상당히 영향을 주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직업을 잃어버렸을 때,
나 자체로 좋아해 주는 이를 만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러한 사람이 주변에 많다면.. 그보다 더 행복한 사람이 있을까?
그리고
잃어버리지 않는 자신만의 직업을 찾은 사람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그것으로 생계도 유지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행복의 한 가지 조건이 되는 것 같다.
나는 인생의 중반에서
여전히 내 삶의 여정과 내 직업을 찾아서 여행한다.
아직까지 명확하진 않지만, 이 여정과 여행에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을 통해서 배우는 삶의 지혜들로 인해서 감사하다.
무엇을 하는지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하는지가 중요하며,
어떤 일인지도 중요하지만,
누군가와 함께 하는지가 중요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