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는 5번째 회사다.
이제 더 이상 취업이 불가능할 줄 알았는데 또다시 취업이 되었다.
누구는 그렇게 어렵다고 하는 취업이 나같이 복잡하고 이상한 경력을 가진이가 통과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취업의 기쁨을 다시금 느끼기에는 너무도 부족한 한 달이 지난 후 나는 또다시 퇴사를 결심하고 말았다.
결심은 행동으로 이어져, 취업한 지 한 달이 안되어 나는 퇴사를 통보했다.
그래 일방적인 통보였는데 그 통보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만두겠다는데, 막는 사장도 웃기지만..
막았다는 사실에 계속 다니는 나도 웃기긴 마찬가지다.
그리고 3개월이 지났다.
더 이상은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서 다시금 정중히 퇴사를 해야겠다고 사장님께 통보했다.
다시금 이 특이한 사장님은 나에게 부탁을 한다.
1년만 다녀줄 수 없냐고..
그리고 1년은 퇴사 이야기 더 이상 하지 말라고..
그래, 그래서 다시금 1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나의 퇴사의 꿈은 저기 멀리 어딘가로 멀어져 가고 있었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는 5번째 회사다.
이 회사가 마지막이길 희망하고 있는 나는 여전히 회사원의 삶은 나하고 어울리지 않다고 스스로 자책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이런 사람도 뽑아서 일을 시키는 걸 보면, 취직하려고 마음먹고 눈을 낮추면 어디든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경력은 좋게 이야기하면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있으나, 나쁘게 얘기하면 경력이 엉망진창이다. 전혀 연결성이 없고 뭘 시키기에는 나이에 맞지 않는 경력들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연봉 책정에도 상당히 어려움을 준다. 특이한 이력을 좋아하는 일반 회사는 많이 없기 때문에, 특이한 사장들이 나를 뽑아주는 듯하다. 그래 분명 일반적인 길이 통하지 않으면 샛길도 있고 아니면 길을 만들 수도 있는 건 분명한 진리다.
문제는, 내가 회사를 들어가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서 뛰쳐나오고 싶어 하는 본능을 잘 억제하지 못하는 데 있다. 돈도 없고 빽도 없는 나는 아이들을 많이 낳아서 분명히 부양자의 의무가 있음에도 그 의무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뭔가 믿을만한 게 없는데 무엇을 믿고 있는 건지 나도 때로는 의심스럽다.
그래 그렇게 믿는바도 없지만 퇴사를 통보하는 나를 다시금 일하게 하는 사장의 능력도 대단한 것 같다.
그렇게 나는 퇴사를 통보함으로써 일반 직장인이 가질 수 없는 다양한 혜택을 받으면서 회사생활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같기도 하면서 사장 같기도 하는 정말 특이한 포지션에서 일을 하고 있다. 자유롭게 일하면서 또 때로는 구속당할 수밖에 없는 월급루팡의 삶을 살아간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나에게 상당히 자유가 주어져 있다는 것이다. 자유를 위한 대가는 치르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고 싶은 일들을 최대한 하면서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이런 시간이 조금씩 지나니 매달 주는 월급의 달콤함에 내 감각이 무뎌지는 것 같아서 가끔은 두려운 생각도 든다.
내가 퇴사하고 싶은 유일한 이유는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삶을 살기 위해서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재정적인 뒷받침이 주어져야 하는데 현재로써는 조금 부족함이 있다. 그 부족함이 채워진 뒤에 퇴사해도 늦지 않는데 나는 조금 급한 성격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대책 없이 그동안 4번이나 퇴사를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아직은 쓸만한지 좀 특이한 이력에도 나를 사용해주는 것에 감사하고 있다.
그리고 혼자서 일했을 때의 어려운 점을 경험적으로 알기에 회사생활의 장점들에 감사하면서 지내고 있다.
그러다가도 이해하지 못하고 대화가 안 되는 고객이나 파트너들을 만날 때면 어김없이 내가 당장 이걸 때려치우지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조금 버티면 나도 성장할 거야라는 2가지 생각의 교차점에서 혼란스러워하는 나를 발견한다.
숨이 꼴 딱 꼴 딱 넘어가는 지점이 있다.
일도 해야 하고 또 새로운 일도 준비하고 그러면서 집안일과 아이들을 보는 일들을 다 감당해낸다. 그렇게 열심히 살다 보면 정말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을 때가 온다. 그때가 숨이 꼴 딱 꼴 딱 넘어가는 지점이다.
그 숨이 꼴 딱 꼴 딱 넘어가는 지점을 어떻게 견디고 넘어가면 또다시 평화가 찾아오면서 어제보다 조금 더 성숙한 나를 보게 된다.
4번이나 퇴사를 해보니 알게 된 건,
퇴사를 하든 입사를 하든 인생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회사생활을 하면서 자유로울 수 있으며,
회사생활을 하지 않아도 자유로울 수 없을 수도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회사보다는 자유로운 삶을 위한 프리랜서나 1인 기업 등의 단어에 마음이 끌린다. 그리고 그러한 길을 지금도 여전히 준비하고 있다.
이미 다른 세계를 맛본 이후에 다시금 이전의 세계로 돌아가는 건 정말 괴로운 일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다시금 다른 세계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를 나 스스로 무너뜨릴 순 없다.
징검다리에서 괴로움을 벗어버리고 다른 세계로 가기 위한 단계로 여길 때 나는 현재를 즐겁게 살아갈 수 있다.
매일 퇴사해야 내 심장이 뛰는 것 같이 느끼지만,
지금도 심장이 뛰지 못한다면 퇴사 후에도 내 심장은 생각처럼 잘 뛰지 못할 것이다.
마음의 컨트롤타워는 외부환경의 영향을 받지만,
외부환경의 영향 없이 내 마음의 컨트롤 타워의 힘을 키우는 것이 지금의 내 숙제다.
퇴사해야 사는 남자.
결국 나는 퇴사를 할 것이다.
그러나 퇴사 전에 숙제가 있는데,
그건 퇴사하지 않더라도 행복한 삶을 충분히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나의 회사생활이
그렇게도 오랫동안 노력하고 꿈꿔왔던 꿈의 결과물일 수도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