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 다시 회사원이 되다니 이런..

3시에 퇴근하는 꿈의 직장

by 김씨네가족

4번째 회사를 그만둘 때, 나는 더 이상 회사생활은 안 하겠다는 분명한 목표와 계획이 있었다. 그리고 내가 일할 수 있는 회사들은 대부분 강남에 있었기에, 강남에서 아주 먼 곳으로 이사를 떠났다. 이곳에 새로운 정착을 하기 위한 목표들을 가지고 거의 1년을 벼레별 짓을 다 했다.


두려움이 커졌을까?

불안함 때문이었을까?


나는 그토록 싫어하던 회사생활로 다시 복귀하게 되었다.

이전에는 그나마 강남이 가까웠는데.. 이제는 출퇴근만 4시간 걸리는 강남으로..


그렇다.

나는 그토록 싫어하던 회사원이 다시 되었다.

그 달콤하고 짜릿한 월급의 유혹을 끝내 이겨내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혼자만의 시간과 외로움을 극복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4번째 회사를 그만두고 계획대로 인생이 흘러가진 않았지만..

스타트업도 잠깐 해보고(투자를 못 받아서 중간에 그냥 홀딩된 채로 멈추었다.)

프리랜서로도 적지 않은 돈도 벌어보고..(수익이 지속적이지 않다.)

그냥 백수생활을 즐기기도 하고..(도서관, 수영장을 오가면서 수영하는 아줌마 할머니들이랑 꽤 친해졌다)


결국 1년의 시간을 채우고

아이 셋을 키우고, 집 대출금도 갚아야 하고, 생활비도 벌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그렇게 싫어하던 회사생활이 꿈의 직장으로 바뀌는 시점이 되었다.


경력단절에 공백도 길고 나이도 꽤 있는데 가능성은 있는 것일까?

뭐.. 손해 볼 건 없으니 이력서나 한번 오픈해보자..

라는 마음으로 이력서를 오픈했는데..


그래 인생이란 정말 모르는 일이다.

내가 객관적으로 내 이력서를 보면 정말 별로인데..

누군가는 이러한 이력에 속는가 보다.


몇 군데의 회사에서 연락이 오고

꽤 유명한 글로벌 기업에서도 연락이 왔다.

이럴 수가..


몇 군데 면접을 봤었는데, 지금 다니는 회사의 사장님이 나를 너무나 이뻐하는 것이었다.

그래, 지금의 나이에는 내가 어떠한 업적을 내는 것보다 나를 인정해주는 곳에서 일하는 게 좋지..

라는 생각에 지금의 회사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들어왔다.


들어오기 전에 약간 의심이 들었던 건,

내가 일하는 팀의 임원분이 계셨는데..

그분이 면접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래, 문제는 여기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나의 뭔가 찜찜한 감을 그때 인지하고 욕심을 버렸어야 했는데...



결국 나의 아주 민감한 눈치는 적중했다.

회사를 들어왔는데, 나의 팀장이자 임원인 그분은 일을 주지 않았다.

하루, 이틀,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아무런 회의도 대화도 일도 없다.


그냥 정말..

나를 돌처럼 대했다.


그렇게 한 달의 시간이 지났다.

그리고 또 한 달이 더 지났다.


그렇다.

나는 2달 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매일 8시간씩 뭔가 스스로 일을 알아내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그러면서 깨닫게 된 게 하나 있는데..

정말 일을 안 하면서 돈을 받는 게 더 괴로운 일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사람은 돈보다는 자신이 그 조직 내에서 어떠한 역할과 인정을 받는지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계속 이렇게 지낼 순 없어서, 사장님께 말씀드렸다.


"사장님, 말씀드릴 일이 있는데요..(어쩌고.. 저쩌고.) 회사를 그만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 그렇게 회사 입사한 지 2개월 만에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이 시점에서 나는 아내와 여러 가지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 당시 나의 아내는 플라워 케이크를 집에서 홈 클래스로 운영하고 있었다.

판매 문의가 많이 왔었지만, 집에서는 판매가 안되어 클래스만 하고 있었다.


우리의 결론은,

지금 하고 있는 아내의 플라워 케이크 사업을 함께 집중해서 하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가게도 알아보고 계약까지 완료했다.

그러고 나서 사장님께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이야기한 것이었다.


사장님은

"한 일주일만 더 생각하고 다시 이야기하자"

라고 얘기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난 뒤,

다시금 사장님께 얘기드렸다.

"일주일 생각해봤지만, 가게 계약도 하고 아이들도 봐야 해서 더 이상 다닐 순 없을 것 같아요.."


사장님이 이렇게 얘기한다.

"그런데 A상무가 퇴사한대."


헉...

A 상무가 퇴사하면 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회사 내에 없다.

나도 사실 그동안의 이력은 모르지만, 업무경력으로 그 일을 어떻게든 쳐낼 순 있었다.

결국 잠깐이라도 봐줘야 하는 상황으로 변한 것이다.


"아.. 그건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네요... 그런데 저도 가게를 계약해서 제가 아이들 라이딩과 픽업을 해줘야 하는 상황이긴 한데요... 한번 고민해보고 내일 알려드리겠습니다."


하루가 지나고

사장님께 알려드렸다.

"저희 아내가 저녁에도 일해야 할 때가 많이 있어서, 아이들 픽업을 해야 하는데요.. 그래서 3시에 퇴근할 수 있게 조정해주시면 당분간 일을 봐드릴게요."


"좋아. 그리고 가능하면 아줌마도 한번 알아봐 봐. 비용은 줄 테니깐.."


그렇게 나는 3시에 퇴근하는 꿈의 직장을 다니게 되었다.

그리고 부자들이 애용하는(?) 아줌마도 쓸 수 있는 기회까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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