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 3시에 퇴근합니다.

퇴사가 답이다.

by 김씨네가족

나의 첫 번째 회사는 매일 쉼 없이 야근을 했다.

일이 있어서 야근을 하기도 하고, 상사들이 다 야근을 해서 야근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내가 맡은 업무가 해외 쪽 비즈니스도 있어서 새벽에도 일어나서 일을 해야 했다.

그 시절에는 돈도 필요 없고 다 필요 없으니 칼퇴근만 할 수 있다면 천국이 따로 없겠거니 했다.


나의 두 번째 회사는 절대 야근을 하지 않았다.

일은 많았지만, 나의 팀장이 일 못하는 사람이 야근을 한다고 매일 6시 되면 빨리 퇴근하자고 닦달하던 분이었다.

덕분에 칼퇴근은 했지만 업무시간에 미친 듯이 일을 해야 했다.

업무량은 야근을 해야 했지만, 팀장의 철학으로 쉬지 않고 미친 듯이 일을 하던 시절이었다.


나의 세 번째 회사는 두 번째 회사를 퇴사하고 4년이 지난 후 다시 재입사했다.

팀장이 바뀌어서 회사는 동일했지만, 야근을 강요했다.

아니 일을 많이 해서 성과를 많이 내기를 원했다.

결국 세 번째 회사도 퇴사했다.


나의 네 번째 회사는 회사가 망하기 직전이었다.

그런데 아직도 망하지 않고 잘 버티고 있다.

그 회사는 일이 없었다.

일을 아무리 만들려고 해도 일이 생기지 않았다.

일이 없는 게 일이 많은 것보다 더 힘들다는 걸 그때 처음 깨달았다.


그리고 지금의 회사.

어찌어찌하다 보니 3시에 퇴근을 하게 되었다.

9 to 6.

물론 퇴근 후에도 전화나 이메일 등으로 업무처리를 한다.

다만, 3시 이후에는 내 몸은 회사 밖으로 멀리멀리 달아나 있다.



처음에는 정말 날아갈 듯이 기뻤다.

3시에 퇴근을 하다니..

아내도 맘껏 일할 수 있고,

나도 일도 하면서 돈도 벌고 아이들도 볼 수 있다니..

한국에서는 절대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이 내 삶에 벌어진 것이다.


모든 것을 포기하니,

뭔가 얻게 되는 신기한 일을 나는 여러 번 경험했다.

그 놀라운 경험을 또다시 하게 되다니..


그러나 기쁨도 잠시..

모든 환경이 상당히 좋아지는 것 같았는데..

역시나 다양한 변수들이 생긴다.


아이들이 갑자기 아프고..

방학을 하고..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하나둘씩 생긴다.


아이들을 보면서 일을 해야 하는 상황도 생기고..

그러니 정말 폭발할 것 같은 순간이 여러 번 발생했다.

결국 이것마저도 포기해야 하는가..


숨이 꼴 딱 꼴 딱 넘어간다.

정말 모든 걸 포기하고 싶다.


나보다 강인한 아내가 한마디 해준다.

숨이 꼴 딱 꼴 딱 넘어가는 그 순간을 넘겨야 한다고..


그리고 친구의 말도 생각이 난다.

절망을 이기는 방법은 없다. 단지 걸어 나갈 뿐이다.



지금은 내 삶의 목표와 현재의 상황을 절충해서 살고 있다.

아내가 일을 잘할 수 있도록 최대한 상황을 배려해주면서..

아이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최소한의 보호막을 해주려 노력한다.

그러면서 나 역시 내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배경을 만들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은 조금 힘겹더라도 그 힘겨움을 이겨내는 지속적인 내적 동기가 필요하다.


그 동기란 게 뭐 특별한 건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한 최소한의 경제적 독립.


다시금 내가 회사로 복귀한 이유도..

어렵게 3시에 퇴근을 하게 된 이유도..

아직은 우리 5 식구가 최소한으로 먹고살 수 있는 기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실이 그렇다.

최소한의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된 뒤에야

조금 더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는 배경을 갖출 수 있는 현실을 자각해야 한다.


이상은 멀리 보되,

현실을 정확히 자각하면서 현실에서 삶을 채워나가는 훈련과 연습이 필요하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좋은 조건이 나에게 주어졌음을 감사하며 사는 삶의 자세도 중요한 듯하다.


아..

그런데도..

여전히 100% 만족하지 못하는 나는..

역시 퇴사가 답이다!!

하하하하하하.


절망을 이기는 방법은 없다. 단지 걸어 나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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