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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씨네가족 Jul 29. 2020

더 나은 부모가 되기 위한 경쟁

부모들은 자기 나름의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거다.

부모들은 주말을 즐겁게 보내기 위해 계획한다. 그런데 그 계획대로 잘 되진 않는다. 날씨가 조금 덥긴 했지만 주말에 계속 집에만 있을 순 없으므로 두 딸에게는 킥보드를, 아들에게는 보드를 챙겨서 공원으로 왔다. 


날씨는 생각보다 더웠고 해는 뜨거웠다. 주변을 보니 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모님들이 꽤 있다. 역시 더워도 집에 있는 것보다는 밖이 낫다는 생각을 하면서 스스로 뿌듯해한다. 그런데 문제가 시작되었다. 나름 치밀하게 계획했지만 공원에 이런 물놀이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걸 미쳐 생각하지 못했다. 


아마 다른 부모들도 나랑 형편은 비슷한 듯하다. 분위기를 보니 다들 이곳이 목적지는 아니었는 듯하다. 아이와 심하게 갈등 중인 부모님들도 있고, 아이를 잘 설득하여 이 유혹의 장소를 지나치는 부모들도 있다. 그리고 아예 포기하고 아이들과 함께 열심히 이곳에서 뛰어노는 부모들도 있다.


부모의 눈에는 물에 빠져서 젖을 옷과 신발, 양말 등이 먼저 들어온다. 아이들은 그런 것을 전혀 개의치 않는다. 그저 물만 보일 뿐이다. 아이들은 놀이에 관심이 많고 부모들은 그 놀이 이후의 책임감에 어쩔 수 없는 불편함을 느낀다. 이 차이의 정도에 따라서 부모의 행동이 결정된다. 


난 그저 관망하고 있었는데 준비해왔던 킥보드와 보드는 내팽개쳐져 있고 둘째의 신발이 젖은걸 목격했다. 그래 여기까지는 나도 꽤 침착했다. 나는 어떤 부모가 될까를 고민하는 사이에 첫째가 신발을 신은 채로 물에 들어간다.


아니, 첫째는 어린이집을 다니는 것도 아니고, 유치원생도 아니며 초등학교 3학년이다. 나의 기억을 아무리 되돌려봐도 나는 저러지 않았던 것 같다는 생각만 들면서 화가 조금씩 싹트기 시작한다.


뭔가 결정해야 한다. 

소리 칠 부모가 될 것인지,

TV나 영화에서만 보던 정말 멋진 부모가 될지,

그냥 그 중간에 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부모가 될 것인지.


나의 선택은 그 중간에 낀 부모였다.

나까지 함께 그 물에 들어가서 놀지는 못했지만,

최소한 화내는 건 참아냈다.

그리고 원래 계획을 포기하고 그저 아이들이 원하는 놀이를 할 수 있도록 해줬다.


그래 주도적으로 함께 즐겁게 놀진 못했지만,

그래도 화를 내진 않았으니, 중간은 한듯하다면서 괜히 뿌듯해한다.


그리고 커피를 한잔 시켜서 나도 내 나름의 시간을 즐겨본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서 생각해 보니

부모들 사이에 경쟁을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

'나는 저 부모보다는 조금 나은 듯한데?'

라면서 말이다.


모두 저마다의 사연이 있다.

소리치는 부모도

놀아주는 부모도

그 중간에 껴 있는 나도


부모들은 자기 나름의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거다.

그리고 아이들은 그저 자기들의 엄마, 아빠가 제일 좋을 뿐이다.


그러니 너무 못해준다고 속상해할 이유도

너무 잘하고 있다고 자만할 필요도 없다.


그저 아이들 곁에 있어주는 것

그것만 해도 충분히 잘하고 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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