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는 성공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하다.

by 김씨네가족

난 비록 전업주부는 아니지만, 내 시간의 대부분을 주부로 보내고 있다.


직장생활을 할 때는 명함 한 장이 나의 정체성과 성공에 대한 정의를 쉽게 내려주었다. 회사명과 부서, 직급 그리고 연봉이 내가 인생에서 어느 정도 성공했는지의 여부를 나타내 주었다. 명함은 비록 종이 한 장이지만, 그 종이 한 장에 적힌 몇 글자의 글은 상당한 파워를 가져오기도 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나한테 잘하게도, 관심 없게도 하는 힘의 근원이 되었다.


직장인이 아닌 프리랜서나 사업가 역시 성공에 대한 정의를 쉽게 내릴 수 있다. 그 사람이 시간당 벌어들이는 수입, 그리고 그 업계에서의 인기 등 객관적으로 평가될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있다. 이러한 객관적인 평가는 사람으로 하여금 안정감을 주든지, 불안감을 야기시켜서 더 발전될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런데, 주부에 대한 성공의 정의는 참 어렵다. 주부는 사회적으로 보이지 않는 엄청난 역할을 하고 있지만 그 대가를 정부나 기업, 개인으로부터 받지는 못한다. 그래서 주부에 대한 연봉 산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 누구도 주부에게 대가를 지급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성공에 대한 정의와 기준이 없고 모호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았던 이들이 주부의 역할을 할 때 힘겨워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어떠한 평가도 어떠한 경제적 대가도 그리고 어떠한 경쟁도 없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성공에 대한 정의가 없기 때문에 분명한 목표도 잘 생기지 않고 경쟁상대가 없기 때문에 경쟁사회 속에서 살아온 이들에게는 오히려 힘겨운 환경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주부는 성공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하다.




사실, 난 주부로써 성공에 대한 정의를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몇 가지 발견한 것들은 있다.


과거에는 나의 연봉과 사회적인 위치, 사람들의 평가가 성공에 대한 정의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것들은 사실상 중요치 않고 아이들이 나에 대해서 어떠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우리 집은 항상 잘 정돈된 상태를 유지하는지, 아이들의 식단은 균형감 있게 잘 배식되고 있는지, 그리고 난 아무도 관심 주지 않는 일에서 스스로 관심을 부여하고 있는지, 나의 내면은 항상 잘 정돈되어 있는지, 짜증과 화가 날 때 이러한 걸 스스로 잘 극복하는지, 아니면 외부에 의존해야 하는지 등 이러한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 성공에 대한 정의가 새롭게 부여되고 있다.


무너지고, 넘어지고, 좌절하고, 그리고 다시금 겨우 일어서다 보면 내 내면의 무너져 있는 감정들과 엉켜져 있는 욕망들, 그리고 여전히 사회적인 성공의 기준으로 나를 살아가는 걸 깨닫게 된다. 사실 주부일은 사회에서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가정에서는 가장 잘 알아준다. 그런데 실제 인생은 사회가 아닌 가정에서 만족된다면 사회의 영향은 큰 상관이 없다.


사회적인 성공과 가정에서의 실패 또는 사회적인 실패 가정에서의 성공을 선택하라면 사람들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대부분 후자가 아닐까? 그런데 질문이 조금 잘못되었을 수 있다. 가정에서의 성공은 사회적인 성공을 보장하진 않지만, 최소한 사회적인 실패로 연결되진 않는다는 사실이다.


결국 사람들은 가정과 사회에서의 삶에서 저울질을 하는데, 이 저울질의 기준점이 잘못된 것이다. 가정에서의 안정감과 성공은 사회에서도 보이지 않거나 보이는 곳에서 영향을 반드시 준다. 그렇게 인간사회는 돌아가는 것인데 현대인의 삶은 이 기준점이 분명 많이 어긋나 있는 것처럼 보인다.


글을 쓰고 보니, 주부가 성공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하지만 이런 성공에 대한 재정의를 사회 전반적인 영역으로 확대할 수 있는 그 근원지가 또 주부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성공에 대한 기준이 많이 뒤틀어진 현시대 속에서 주부들이 다시금 성공에 대한 재정의를 분명히 한다면 이 사회에 조금씩 빛이 밝아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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