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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씨네가족 Sep 16. 2020

아이를 꼭 학교에 보내야 하는 걸까?

코로나 19로 인하여 대안교육을 생각하게 되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나의 초등학교 3학년 시절을 돌이켜보면 나름 학교에 열심히 다니고 공부도 꽤 착실하게 했던 것 같다. 그 시절에는 수, 우, 미, 양, 가라는 통지표를 매 학기마다 받았는데 그 통지표에 적힌 나의 평가는 나무랄 데가 없었다. 그런데 그 시절을 다시 돌이켜 보면 과연 학교에서 무엇을 배웠는가?라는 큰 질문과 함께 초, 중, 고, 대학교를 정상적으로 졸업한 내가 과연 그 오랜 기간을 그렇게 학교를 다녔어야 했는가?라는 질문에는 명쾌히 답을 하지 못하겠다.


나의 자녀들만큼은 어린 시절 시간을 낭비시키고 싶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마땅한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공교육의 한계를 느끼지만 그것보다 더 나은 대안교육은 힘이 많이 든다. 그 힘은 비용일 수도 있고, 나의 에너지, 시간, 노력일 수도 있다. 무엇이 되었든 현재의 공교육보다 더 나은 교육을 찾기 위해선 큰 대가를 치러야 함은 분명하다. 그런데 그런 큰 대가를 치르게 하는 분명한 계기가 지금까지는 없었다.


코로나 19로 인하여 대안교육을 생각하게 되다.


우리 집 첫째 아들은 초등학교 3학년이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는 조금 본격적인 공부로 돌입하는 것 같다. 우리 집은 기본적으로 학원이나 기타 교육은 시키지 않는데, 그 이유는 그래도 초등학교 때는 다른 활동을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시절은 많은 독서와 토론, 그리고 활동, 놀이 등이 좋고 향후에 공부가 되었든 다른 무엇이 되었든 기초체력과 끈기력, 인내 등을 키워주는 게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좋다고 생각해서다. 그리고 나의 어린 시절을 돌이켜봐도 그냥 어릴 때는 좀 잘 노는 게 전체 인생을 두고 봤을 때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교육은 필요하기에 별생각 없이 학교만 보냈었다. 그런데, 이제 그 학교를 제대로 보낼 수가 없게 되었다. 그리고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학교에서 하는 기본교과과정을 얼마나 잘 따라가고 있는지에 대해서 의문도 들고, 학교를 가지 않으니 나름 보게 되는 많은 것들이 생겨났다.


일단은 원격수업은 아주 빨리 끝난다. 그리고 주어지는 아주 긴 시간 동안 의외로 나의 아들은 시간을 잘 보내고 있다. 하루 종일 종이로 뭘 만들어 접기도 하고, 좋아하는 책을 집중력 있게 몇 시간씩 보기도 하고, 바깥에서 열심히 나랑 운동을 하기도 하고, 그저 멍하니 시간을 조금 보내기도 한다. 


미디어와 휴대폰, 게임 등은 좋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시간만 허락해준다. 그리고 나머지 시간은 다양한 활동들을 하는데, 그것도 혼자서 주도적으로 잘하는 걸 자주 목격한다. 


현재의 공교육의 목적은 졸업 후 사회에서의 직업을 갖추기 위함인가?

 이게 아니어야 하지만, 나의 과거를 돌이켜 보면 이게 공교육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공교육을 잘 받으면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시대는 이미 끝난 것 아닌가? 그리고 공교육이 오직 직업을 갖추기 위해서라면 오히려 그 시간에 다른 길을 찾는 게 더 빠른 것 같다.


 그렇다고 공교육을 통해서 아이들이 좋은 인품을 갖추고, 좋은 태도를 배울 수 있다고 할 수 있을까? 그러한 측면도 있지만, 반드시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선생님들의 권위가 이제는 예전 같지 않고, 학부모들의 요구가 갈수록 거세어지고 있는 이러한 시대에 학교는 그 갈길을 잃고 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런데 마땅한 대안처가 없기 때문에 그저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있었다.


 막상 집에서 아이를 보니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점점 익숙해지고 아이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나는 무엇을 줄 수 있는지를 조금씩 알게 되고 있다. 그리고 시간만 허락한다면 학교보다 더 좋은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것이 과연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만 남아 있을 뿐이다.


교육의 주체는 역시나 부모이어야 한다.

 그동안 아이의 교육을 그저 학교에 맡겨둔 것 같았다. 아이가 무엇을 배우는지, 얼마나 학업과정을 잘 따라가는지, 학업과정에서 무엇을 가르치는지에 큰 관심이 없었다. 아니 관심을 가지도록 시간을 내기가 어려웠다는 표현이 더 정확한 듯하다. 그런데 이제는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아이가 물어보기도 하고 학교에 오랫동안 가지 못하다 보니깐 걱정이 되기도 해서다.


 그래서 결국 부모도 계속 공부해야 한다. 아이의 수준에서 무엇을 배워야 하고, 어떤 책을 읽어야 하며, 그 책을 통해서 어떤 생각을 해야 하는지 지도해주고 이끌어 줘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스스로 공부하고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삶을 개척해 나갈 수 있는 중요한 자양분들을 옆에서 심어줘야 한다.


 그건 생각보다 큰 건 아닌 것 같다. 인내심, 이타심, 비판의식, 사고하는 능력, 학습하는 능력,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는 법, 자신의 재능을 발전시키는 법, 이러한 걸 지속적으로 계속해나가는 법. 이러한 것이 실제 교육의 핵심인데 공교육 전체 과정을 통해서 이러한걸 충분히 배워나갈 수 있는다고 믿는다. 그렇지만 모두 다른 개개인의 특성에 맞게끔 해주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아이를 공교육에 완전히 맡겨서도 안되고, 다른 대안학교에 맡겨서도 안된다. 교육은 그 부모가 가장 잘할 수 있다. 각 전문영역은 전문 선생님들께 맡겨야겠지만, 교육의 핵심과정은 그 아이에 맞게끔 부모가 잘 이끌어줘야 하는 것이다. 그 누가 부모보다 아이를 잘 알 수 있겠는가? 물론 현대 사회는 부모가 아이를 잘 모른다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있기도 하다.


스스로 배우고 학습할 수 있도록 옆에서 잘 이끌어 줄 수 있는 부모라면, 이미 좋은 선생님의 역할을 갖추고 있는 것 아닐까?


그저 옆에 있었을 뿐인데, 창의적인 놀이를 하고 있는 아들을 보면서 교육에 대해서 비전문가이지만 교육에 대한 전문가보다 더 애정이 많은 부모라서 교육에 대한 생각을 다시금 해보게 되었다.


아이를 꼭 학교에 보내야 하는 걸까?

한 번쯤은, 아니 여러 번 질문해보아야 하는 중요한 문제임에는 분명하다.

그리고 더 나은 대안과 답이 있다면, 그것을 실행하기 위한 장애물들이 무엇인지도 곰곰이 따져보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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