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시간을 팔아 종이돈을 사는 행위

by 김씨네가족

자본주의 시스템을 벗어날 순 없다. 간절히 그러길 바라지만 현실적인 감각을 완전히 소멸시키지 않는 이상 그것이 불가능한 사실임을 깨닫는 것도 지혜일 것이다.


그렇다고 자본주의 시스템의 노예로 살고 싶지도 않다. 우리의 삶은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움직이지만 그것보다 더 큰 우주 안에서 또 움직인다. 자본주의는 우리의 소중한 시간을 팔아서 누군가에 의해서 만들어진 종이돈을 사는 행위를 굉장한 일이라고 사람들을 설득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설득에 넘어간다. 종이돈으로 또 다른 무엇을 쉽게 바꿀 수 있는 효용성 때문인데 그렇게 계속 바꾸어가다 보면 결국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처음 돈을 받기 전에 내가 준 것을 찾고 싶은 그 갈망 속으로 다시금 회귀한다.


그래, 자본주의 시스템에서는 인간은 어리석게도 무료로 받았고 또 공평하게 받은 시간이라는 소중한 것을 완전하지 못한 인간에 의해서 만들어진 자본주의 시스템을 이끄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되는 종이돈 쪼가리랑 바꾸어 버린다. 조금 더 높은 차원에 의해서 받게 된 시간을 인간 수준의 낮은 차원의 돈 종이랑 교환하는 걸 꽤나 즐거워한다.


나 역시 그걸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고 계속 그걸 즐기자니 뭔가 마음속 한 구석이 찜찜하다. 이렇게 살다 간 인생을 다 살고 나서 꽤나 후회할 것 같은 느낌이 막 든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나는 돈과 교환한 시간을 다시금 되찾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고 한다. 그러기 위해선 일단 버리는 걸 먼저 해야 한다.


내 삶에서 시간과 노동력을 투입하여 얻게 된 돈, 그리고 그걸로 바꾼 집이며 차, 그리고 각종 생활에 불필요한 이상한 것들.. 그런 것들을 먼저 버려야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그리고 돈으로 바꾼 그 물건들보다 더 귀하고 소중한 그 무엇을 볼 수 있는 시야가 생길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대한 자본주의 시스템의 영향을 덜 받는 환경으로 다시금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다. 필요하다면 직업도 바꾸고, 사는 곳도 바꾸고, 생활 습관, 태도, 그리고 모든 환경들에 있어서 불필요한 것들을 제거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리고 조금 더 삶에 깊이 있게 다가가기 위해서 시간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 것, 그리고 주변 환경을 최대한 통제 가능한 상태로 만드는 것 등이 필요하다. 지금은 사실 자본주의 시스템의 노예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 있으므로 하나둘씩 중요한 것들부터 가치를 다시금 매기고 그것을 교환하거나 버리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 첫 번째 작업이 바로 시간이다. 시간은 완전히 공짜로 주어졌다. 그리고 시간은 나의 삶을 또 다르게 채워나간다. 그런데 이 시간을 대부분 '돈'이라는 것과 교환하는 바람에 나의 시간은 자본주의 시스템의 한 부속품으로 전락해 버리고 만 삶을 살아간다. 완전한 해방은 어렵겠지만 그래도 나의 시간의 대부분을 자본주의 시스템의 한 부속품으로 전락시킬 순 없다. 최대한 내 시간을 확보하고 최소한으로 자본주의 시스템의 작은 부속품으로 적절히 균형을 맞추면서 살아가는 지혜가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 포기해야 할 것들은 과감히 포기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도시생활은 포기하기 힘든 유혹이다. 삶에 있어서 각종 편의시설과 문화생활, 교육시스템, 직업의 기회들이 꽤나 많다. 그러한 것들은 인생을 편리하게 해 주지만 그것에 대한 대가로 우리는 시간과 노동력을 온전히 도시 시스템의 완성을 위해서 희생한다.


일단, 이 도시를 벗어나서 스스로 삶을 살아갈 기회를 얻을 필요가 있다. 편의시설, 문화생활, 교육, 직업 등의 기회들은 사라질 수 있지만, 또 다른 삶의 여유, 독특한 문화, 그리고 다른 방식의 교육, 새로운 형태의 직업들이 생겨날 수 있다. 물론 그 길은 꽤나 도전적이고 두려울 수 있지만 이 지구 상에 사람이 살아가지 못하는 환경은 꽤나 적고 특히나 대한민국은 사실 그 어디나 사람이 살기에 굉장히 잘되어 있는 환경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빠른 도시생활에서는 시간도 굉장히 빠르게 흐른다. 조금 느린 시골생활에서는 시간도 꽤나 천천히 흘러간다. 결국 심리적으로도 천천히 흘러가는 시간이라는 독특한 환경에서 더 많은 시간을 얻게 되는 이점이 있다. 물론 그렇게 늘어난 시간을 무엇을 위해서 사용하고 어떻게 활용할지가 중요하겠지만 말이다.


시간을 팔아서 돈을 사는 행위에 열심을 내었는데, 이제는 다시금 돈을 팔아서 시간을 사는 행위로 삶의 전환이 필요함을 느낀다. 귀촌 생활 이전에 '시간'문제에 대해서 조금 더 성찰할 '시간'이 필요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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