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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이 셋, 낯선 외국, 거기서 한 달을..

비어가는 통장의 잔고, 쌓여가는 우리들의 관계와 경험

by 김씨네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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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이 해외 한 달 살기를 결심한 이유


작년 한 해는 굉장히 바쁜 한 해였다. 스케줄만 된다면 들어오는 일들을 모두 받아서 하고 불가능해 보이는 일까지 모두 해냈다. 결과가 굉장히 만족스러웠다기보다는 내 한계를 더 끌어올려서 일을 했다는 사실에 의미 있는 한 해를 보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꽤나 힘든 시기도 있었는데 그러한 시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나와 가족들에게 어느 정도 보상을 해줘야겠다고 생각도 들었다. 그래 그 보상의 의미, 그리고 좀 더 인생에서 의미 있는 일을 지금 실천할 수 있을 때 하자는 의미로 가족에게 한 달간의 해외살기를 실행하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주로 하는 일은 강의인데, 강의가 많을 때는 하루에 12시간도 한다. 낮 8시간 그리고 저녁 4시간 해서 총 12시간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렇게 강의를 많이 하면 돈은 적지 않게 벌지만 정말 체력적으로 많이 지친다. 그래서 사실 강의를 잘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건 체력인 듯하다. 무슨 일이든 마찬가지겠지..


꽤나 힘들게 일하기도 하지만 강사의 장점은 시간이 꽤나 자유로운 시기가 있다는 것이다. 내가 돈을 벌지 않기로 마음을 먹으면 1년까진 아니겠지만.. 꽤 긴 시간을 쉴 수 있다. 그리고 보통 강사들에게 비수기도 있다. 그때가 해가 시작되는 1,2월이다. 보통 연초에 회사나 정부에서 여러 가지 계획을 잡고 3월부터 교육이 시작된다. 그래서 그전까진 꽤나 여유롭다. 물론 이 시간에 그동안 못했던 강의자료를 업데이트하고 못했던 공부도 해야 하지만, 그게 막상 닥치지 않으면 잘 안된다. 그렇게 시간을 어영부영 보내느니 차라리 노는 게 나을 수도 있다. 그리고 바쁠 땐 어차피 시간이 허락되지 않으니 여유 있을 때 제대로 노는 것도 괜찮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같이 아이들이 셋이나 있는 집에서는 이 시기가 가장 좋은 시기다. 아이들은 모두 방학했고 시간은 넘쳐나고 무엇인가 해야만 하는 이 시기, 그렇다고 계속 집에만 있을 수도 없고 여름엔 그나마 여기저기 다닐 때도 많지만 겨울은 꽤나 힘들다. 아이들이 조금 크다면 강원도에서 길게 숙소 잡고 스키를 탈 수도 있을 텐데, 아직 조금 어려서 겨울철 놀이는 꽤나 힘겹다. 이것저것 해줘야 하는 게 너무나 많다.


그래서 결정된 게 해외 한 달 살기다. 처음엔 필리핀을 가서 어학원도 다니면서 여행도 할까? 생각했는데.. 그렇게 알아보다 보니 분위기가 왠지 필리핀은 어린아이들 조기영어교육의 의미가 강한 듯 해다. 뭐 그것도 나쁘지 않지만 우리의 목적은 노는 거니, 거기에 굳이 공부를 더할 필요는 없었다. 그래서 방향을 전환해서 완전히 놀러 가기로 했는데, 그렇게 마음을 바꾸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라도 바뀌게 되었다.


태국의 푸켓을 한 달 살기로 결정한 이유 그리고 기대감


그렇게 이곳저곳 찾아보니 태국이 검색이 되었다. 태국은 아직 한 번도 가보지 못했는데, 그래도 전 세계인들의 가장 사랑받는 관광지라고 하니 우리의 목적과도 맞았다. 이번 한 달 살기는 잘 먹고 노는데 목적이 있으니 딱이었다. 그렇게 목적지를 정하고 티켓팅을 하고 숙소를 에어비엔비에서 한 달로 예약했다. 이 예약한 시점이 달러가 최고점일 때였다는 점만 제외하면 아쉬움은 없다. 아마 지금 예약한다면 티켓은 있겠지만 숙소를 한 달짜리 괜찮은데로 구하긴 꽤나 어려울 듯하다.


어찌어찌 티켓팅과 숙소예약을 해둔 이후로 시간이 흘러 흘러 이제 출발일까지 일주일 남았다. 그래도 한 달을 살아야 하는데 이제부터라도 뭔가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본격적으로 준비를 해야 한다. 사실 계획은 없다. 숙소와 티켓을 했으니 도착해서 분위기를 살피면서 뭘 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 중이다. 여행이라고 하기엔 시간이 꽤나 길고 거기에서 살아간다고 하기엔 꽤나 부족한 시간이다.


그러니 사실 뭘 해야 할지 계획을 세우는 것도 너무 어려운 일이다. 그래도 지금부터 이렇게 글을 쓰면서 생각들을 하나씩 정리하고, 어떤 기대감과 어떤 목적의 여행이 될지 천천히 즐기면 되는 듯하다.

작년 한 해 열심히 살아온 보상이 꽤나 큰 듯하다. 물론 통장의 잔고는 점점 비어가겠지만, 그 비어 가는 잔고 속에서 우리들의 추억과 삶에 대한 배움이라는 잃어버릴 수 없는 추억의 잔고는 점점 가득 해질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조금씩 쌓아가는 아이들과의 추억이 그 어떤 사교육과도 비교할 수 없을 테니, 우린 정말 좋은 곳에 돈을 잘 쓰는 듯하다. 열심히 돈을 잘 버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 돈을 어떻게 잘 쓰는지도 중요한 듯하다. 어차피 죽을 때 가져가지고 못하는 돈, 그리고 지금 가지고 있는 돈도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세상에서 누군가에게 빼앗기기 전에 우리들을 위해서 적절한 시기에 잘 쓰는 것이 삶의 지혜가 아닐까?


아, 어쨌거나 일주일 남은 시점, 이 시기가 가장 행복하고 즐거운 시기인 듯하다. 우리 인생을 다시금 새로운 세계로 확장되고 있는 이 시기가 정말 우리가 살아 있음에 행복을 느끼는 시점인 듯하다. 인생은 꽤나 힘든 순간도 많지만, 그래도 그 힘든 순간들을 잘 극복하면 감당하기 벅찬 행복도 기다리고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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