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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차 없이 장 보는 즐거움

by 김씨네가족

내가 있는 곳은 푸켓에서 2번째로 유명한 해변이 있는 곳이다. 한국인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고 러시아인들이 많으며 유럽인들과 가끔 영어 쓰는 영어권 사람들이 관광하러 온다. 휴양지의 특별함이랄까? 당연히 있을 줄 알았던 마트가 근처에 없다. 간단한 걸 살 수 있는 편의점도 많지 않지만 요리를 직접 해 먹어야 하는 우리에게는 좀 큰 마트가 필요하다.


걸어서 장을 보러 가기에는 거리도 있지만 그 많은 짐을 집까지 가지고 오기에는 그야말로 극한의 노동을 맛보아야 한다. 무거운 짐도 그렇지만 이곳 대낮의 날씨는 그야말로 뭘 할 수 없는 날씨다. 가만히 있기만 해도 땀이 주르륵 흐르는데 거기에다가 먼 거리를 장을 본다는 건....


차를 렌트했으면 어렵지 않게 장을 볼 수 있지만 어쩌다 보니 차는 렌트하지 못했다. 선택지는 택시를 타고 장을 보는 것과 툭툭이라고 불리는 이곳 특유의 택시가 있었다. 거리가 애매해서 택시 부르기가 쉽지 않아서 길거리에 널려 있는 툭툭을 타고 큰 마트로 향했다.


툭툭 택시기사 아저씨가 마트에 도착하더니, 다시 숙소로 돌아가냐고 물어본다. 그렇다고 하니 여기서 기다리겠다고 한다. 우리가 장 볼게 많아서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는데 괜찮냐? 고 하니 그냥 괜찮다고 하면 민망한지 자기가 화장실도 가야 하고 할 일이 좀 있다고 한다. 그래서 툭툭 택시기사 아저씨를 마트 주차장에 대기해 놓고 이것저것 필요한 것들을 잔뜩 장 봤다.


툭툭은 좀 특별하다. 엔진소리가 보통 두룽..두룽..툴..툭..이런 소리가 난다. 그 소리 때문에 이 택시 이름이 툭툭이다. 차 크기는 작은 SUV정도의 크기이고 뒤가 다 트여있다. 그리고 이 차의 매력은 와이파이를 연결하여 뒤에 큰 스피커로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실컷(?) 시끄럽게 들으면서 갈 수 있다. 장보고 집에 가는 길에 음악을 틀 여유까진 없었지만 트렁크에 실는 것보단 꽤나 쉽게 실을 수 있어서 꽤나 기분이 좋아졌다.


많은 짐을 툭툭 올리고 짐과 함께 우리도 뒷칸에 타서 이곳 현지의 분위기를 흠뻑 즐기면서 집으로 향했다. 우리가 에어비엔비에서 빌렸던 집 호스트가 자기네는 지하수로 물이 문제가 없다고 하였지만.. 그걸 그대로 믿기었다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지하수는 맞겠지만 석회수도 있고..관의 문제도 있고..) 물도 잔뜩 사 왔다. 이곳 계란이 약간 맛이 특이했는데, 그래도 잔뜩 살 수 있으니 그것으로 괜찮다. 소고기며 돼지고기며 닭고기며 각종 필요한 것들을 잔뜩 사서 한국보다 더 잘 먹을 요량으로 실컷 사 왔다.


이렇게 장을 보고 툭툭을 타고 숙소로 오니, 일반 여행객 같지 않고 제대로 한 달 살기 하는 느낌이 나서 좋기도 하고 또 여행객이 아닌 반 현지인처럼 사는듯한 묘한 기분이 든다. 왠지 이곳이 우리의 집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좀 불편하지만 그 불편함을 감내할 수 있는 즐거움도 곳곳에 숨어 있음을 깨닫게 된다.


아마도 한국에 돌아가면 자동차를 가지고 장을 편하게 볼 수 있는걸 꽤나 감사하며 살아가겠지? 아, 한국은 그냥 클릭 몇 번 하면 다음 날 아침에 문 앞에 모든 게 와있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기 힘든 나라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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