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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해외 한달살기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by 김씨네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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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켓 한 달 살기가 일주일정도 남았다. 처음 도착했을 땐 한 달이 꽤나 길어 보여서 원래 기간의 여유보다 더 여유롭게 생활을 했다. 시간이 흘러 일주일정도 남은 시점이 되니 한 달은 역시 긴 시간이 아니었다. 그래도 일주일정도의 여행보단 꽤나 여유로운 시간이다. 여행이라고 하기엔 조금 길고 이곳에서 살아간다고 생각하기엔 조금 짧다.


집을 떠나서 한 달 살기를 한다는 건 그곳에서의 삶을 약간 간접적으로 살아보는 효과를 맛볼 수 있다. 여행은 사실 너무 짧기에 대부분의 것들을 훑어지나 가는 느낌도 들고, 삶이라기보다는 삶을 떠나서 새로운 경험을 짧은 시간 안에 압축적으로 하는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 대부분 여행을 싫어하는 이들은 없다.


그런데 한 달 살기는 여행과는 조금 다르다. 여행자의 신분이지만 이곳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신분과 약간은 비슷한 형태를 하고 산다. 작은 형태지만 최소한으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구성해 놓고 이곳에서 살아간다. 매일 빨래와 설거지 요리등의 일상도 한 달간의 삶을 꽉 채운다. 집보단 불편하지만 그래도 해야만 하는 일들을 이곳에서 매일 해 나간다. 물론 집에서 하는 것과는 모든 것이 다르기 때문에 조금 색다른 느낌과 함께 더 능률이 생기기도 한다. 그리고 모든 경험들이 새롭기 때문에 몸도 마음도 그러한 새로운 경험들을 맞을 새로운 형태로 변화한다.


그래도 짧은 여행자와는 이곳에서 살아가는 태도가 사뭇 다르다. 그렇다고 이곳 현지에서 살아가는 이들과도 전혀 다르다. 그러니 여행자와 이곳 현지인의 삶 그 중간 어디쯤에 있다.


해외 한 달 살기,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처음 해본 해외 한 달 살기, 온 가족이 이곳에서 살아간다. 아이들 셋을 데리고 한 달을 낯선 타지에서 살아간다는 건 꽤나 흥분되는 일이지만 분명히 쉬운 일은 아니다. 비용을 떠나서 아직은 케어가 필요한 아이들과 함께 한 달을 지내는 게 여러 가지로 신경 쓸 일들이 많이 있다. 사서 고생한다는 말이 어쩌면 적절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우리는 비용과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여 이곳 한 달에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여행자도 아니고 이곳에서 살아가는 현지인, 외국인도 아닌 그 중간 어디쯤에서 살아보니 삶이라는 큰 틀을 압축적으로 사는 느낌을 받는다. 한국에서의 우리의 일상도 언젠가는 끝이 난다. '죽음'이라는 꽤나 무겁지만 피할 수 없는 '현실' 앞에 우리는 서게 된다. 아마도 그 '죽음'이 언제인지 예상할 수 없지만 가까워질 때 우리는 우리의 일상의 고마움과 평소에 그냥 가볍게 스쳐 지나갔던 것, 중요하게 여기지 못한 것들을 다시금 중요한 것으로 인식하게 된다.


가까운 사람들의 소중함, 내가 매일 지나가던 길의 아름다움, 언제나 먹을 수 있는 집 앞 떡볶이의 그 맛, 누구나 먹을 수 있는 순대 역시 얼마나 소중한 음식이었던가를 좀 더 느끼게 된다. 부자나 가난한 자나 그래도 나름 공평하게 먹을 수 있는 스타벅스 커피의 한잔과 그 분위기를 맘껏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그걸 지금의 시점에서 조금 느끼게 된다. 한 달 전에는 꽤나 시간이 많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막상 일주일 정도 남으니 그동안 스쳐 지나갔던 것들, 언제라도 먹을 수 있으니 그냥 남겨뒀던 것들, 실컷 할 수 있는 수영이니 조금 덜했던 것, 이곳의 아름다운 풍경등 그 모든 것들이 이제는 조금 더 귀중하게 여겨진다.


우리의 인생의 압축본을 짧게나마 경험하고 간다. 한 달 살기 이후 아마도 내 일상은 더 소중해질 것이고, 내가 삶을 대하는 태도 역시 이전보다 조금 더 성숙한 모습일 것이다. 작은 것 하나에 감사하고 나에게 주어진 시간과 환경들 사람들이 항상 그 자리에 있지 않다는 걸 조금 더 놓치지 않고 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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