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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부와 경제적 부의 갈등

천천히 사는 법을 배운 지, 1년 4개월

by 김씨네가족
그래도 괜찮아.jpg


우리는 초대받지 않은 집에는 가지 않는다.

아니, 요즘에는 그 누구도 사실 잘 초대하지 않는 것 같다.

다들 바쁜 삶을 살고, 개인의 생활이 중요해지면서 본인들의 가정을 오픈하는 경우는 아주 친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보기 힘들다.


이곳에서는 다르다.

초대받지 않아도 갈 수 있고,

가려고 마음먹지 않았는데도 강제로 끌려가기도 한다.

그리고 먹고 싶지 않아도 강제로 먹어야 하는..


내 기억에는 없지만, 나의 부모님의 세대들이 이야기하는 그런 문화가 이곳에 있다.

많은 것들이 기억이 나지 않아서

사진의 중요함을 느낀다.


비록 사진에 찢긴 벽지가 보이지만,

실상은 저보다 더했던 것 같다.


재미난 것은, 이 사람들은 본인들이 집을 대부분 짓는다.

돈을 조금 벌어서, 그 돈으로 기초를 쌓고..

또 올리고, 또 올리고..

해서 오랜 시간에 걸쳐서 집을 짓는다.


초대받아 간 이곳도 역시 그러했다.

가려고 갔던 건 아닌데..

가족끼리 피크닉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만나게 되어서 반강제적으로 끌려가듯이 갔다.


이것저것 집에 있는 것들을 내어주고..

우리는 그것을 먹고 간단한 대화를 하고..

나의 아들은 어느새 친해져서 재미나게 논다.

확실히 아이들은 어떠한 경계도 벽도 없다.


어느새 동화되어 친구로 지내는 아이를 보면,

어른이 되어 성숙되기보다는 퇴보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간단한 담소를 나누고, 헤어지려고 하니

닭을 좋아하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했더니..

닭요리를 해주겠다고 한다.


좀 더 자세히 물어보니,

집에 있는 닭을 잡아서 요리를 해주겠다는 것이다.


아...

그래서 겨우겨우 사정해서,

그 집의 닭을 살려주었다.


우리 부모님 세대들이 이야기하는 이웃 간의 정, 접대문화가 이런 것이었구나 느낀다.

그들에게 있어서 우리는 귀중한 손님인 것이다.

줄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대접하는 것이 그들 스스로에게도 복이라고 여긴다.


비록 집은 우리 집보다 누추해 보이고,

아이들의 해맑음 뒤로 가난이 짓누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의 마음만큼은 그 어떤 경제대국의 사람들보다도 부유함을 보게 된다.


나는 무엇을 주려고 이곳에 왔지만,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얻어간다.


경제적 부유함을 포기할 순 없지만,

마음의 부유함과 경제적 부유함 중에 선택해야만 한다면,

경제적 부유함을 포기하는 것이 좀 더 인간다운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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