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사는 법을 배운 지 1년 10개월
키르기스스탄의 교육은 러시아와 거의 동일하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교육시스템은 잘 갖추어져 있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경제적인 열약함으로 인하여 여러 가지로 부족함이 많은 건 사실이다.
일반 국립 어린이집을 대부분의 부모님들이 보낸다.
한 반에 50명 정도 되고, 선생님은 1명이다.
1명이 50명을 돌보니, 제대로 돌 볼 수가 없다.
선생님들이 소리도 많이 지르고, 우리가 보내기에는 사실상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비용은 한화로 1만 원 수준 이하였던 것 같다.
우리 아들은 국립 어린이집을 보낼 수는 없었기에..
사립 어린이집을 찾았다.
이곳에서 괜찮은 어린이집이었는데,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 중고등학교까지 연계된 사립학교였다.
러시아와도 연계가 되어 있고,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러시아계 선생님들이 많이 있었다.
비용은 한화로 한 달에 15만 원 정도 수준이었던 것 같다.
우리나라로 계산하면 저렴하지만, 이곳 사람들의 일반 한 달 평균 수입이 20만 원인 점을 감안하면 부자들이 아니면 다닐 수 없는 어린이집이었다.
일반 국립 어린이집이 한 반에 50명 정도에 선생님이 한 명이었는데 비하여,
이곳에서는 프로그램도 다양하고 한 반에 15명-20명 정도 선이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도 러시아 선생님이었다는 것이, 다른 무엇보다도 장점이었던 것 같다.
대부분의 러시아 사람이 키르기스스탄이 독립하고 나서 고국으로 돌아갔는데,
여전히 돌아가지 않고 남아 있는 일부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 중에는 이러한 선생님들이 일부 있는 듯했다.
배경 설명이 길었는데,
사진에 있는 선생님 이름은 나타샤였다.
가장 흔한 러시아 이름인 듯하다.
처음에 우리 아들이 러시아어를 하나도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잘 가르쳐주고 잘 돌봐주었다.
그래도 우리 아들에게는 험난한 시절이었을 줄로 생각이 든다.
말도 안 통하고, 원하는 걸 얘기도 못하는데...
어찌 지냈을까 싶다.
몇 주 정도는 울었던 것 같다.
그리고 몇 주가 지나서는 잘 지냈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러시아 말을 어느 정도 이해하는 것 같았고,
시간이 흘러 흘러 이제는 친구들하고도 얘기도 하면서 즐겁게 지내는 걸 볼 수 있었다.
확실히 아이들의 적응력은 놀랍도록 빠른 것 같다.
문제는 이미 굳어버린 아들들의 적응력이다.
그래도 아직 젊다는 이유로, 빠르게 적응하는 것 같지만
가장 큰 언어의 장벽과, 내 위장은 전혀 적응하지 못한다.
아마도 다시 태어나지 않는 한, 이것의 장벽은 영원할 것 같다.
지금에서야 하는 말이지만,
러시아 말을 한마디도 못하는 아이를
잘 아껴주고 돌봐주어서 고맙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은데..
전할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한국에 와서 언어로 어려워하는 외국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최선을 다해서 도와주는 것이 내가 받은 은혜를 갚는 길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본국이 아닌 외국에서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심심찮은 위로를 전해주고 싶다.
언어와 민족이 달라도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고, 같은 사람이니 우리는 서로 위로를 주고받을 수 있는 존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