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사는 법을 배운 지 1년 10개월
물론 이곳에도 잘 갖추어진 놀이터가 있다.
키즈카페도 있고, 놀이동산도 잘 갖추어져 있는 편이다.
오히려 집에서 가까운 곳에 놀이공원이 있어서 한국에서 보다 더 저렴하게 자주 이용할 수 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놀이터와 키즈카페, 놀이동산이 크게 필요가 없기도 하다.
그 이유는, 엄청나게 많은 아이들이 거의 항상 밖에서 놀기 때문이다.
잘 갖추어진 시설보다,
무엇인가 아이들을 만족케 하는 그 무엇보다,
그냥 또래의 친구들만 있으면 아이들은 너무나 잘 논다.
스스로 놀이를 만들고, 기막힌 상상력을 동원해서 어른들이 하지 못하는 모험들을 해낸다.
우리가 사는 아파트 앞의 계단이다.
좀 특이하긴 하지만, 나름 건축법에 휠체어가 다닐 수 있도록 건축을 해야 하는 법이 있었나 보다.
그런데 너무나 위험스러운 각도로 만들어 놓았다.
이걸 아이들이 그냥 지나칠 리가 없다.
저곳은 항상 이곳 아파트 아이들의 미끄럼틀이었다.
생각보다 상당히 속도감이 있게 내려오는 곳이어서
형으로 보이는 친구가 우리 아들의 손을 잡아주면서 놀고 있는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우리가 보기에는 뭔가 위험해 보이고 전혀 놀이터로 사용해선 안될 공간이,
아이들에게는 그저 신나고 모험이 넘쳐나고 재밌는 공간으로 변한다.
비록 우리 아들이 이곳 언어가 유창하진 않지만,
그들이 친해지고 놀이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 같다.
어린아이들은 언어가 통하지 않는데도 놀이로 그들 간에 끈끈한 관계를 만들어 낸다.
어른들은 언어가 통한다고 착각해서 어렵게 만들어 놓은 관계마저도 스스로 끊어버리는 것일까?
아이들을 키우면서, 오히려 인생에 대해서 배우게 되는 것 같다.
연륜에서도 무언가 배울 수 있지만,
때 묻지 않은 순수함에서 더 가치 있는 것을 배울 수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