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사는 법을 배운 지 1개월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한국사람들이 외국에서 살 때 현지 음식만 먹고 산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 현지인들을 만날 때는 현지 음식을 먹는다. 그러나 집에서는 한식을 먹는다. 물론 한국과 같은 그러한 한식은 당연히 아니다. 그러나 최대한 비슷하게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걸 최대한 활용해서 한식을 먹는다.
한국과 같은 쌀은 아니지만 쌀을 구해서 밥을 하고
여러 가지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들을 최대한 활용해서 한식으로 먹는다. 그 말은 여기에서는 음식 하는 일이 한국보다 최소 2배, 최대는 측량할 수 없을 만큼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아무튼 그러한 환경에서 최대한 도와줘야 하는 것이 남편의 역할이다.
많은 건 도와줄 수 없을지라도 최대한 시장을 같이 가고, 물건을 들어주고, 이것저것 고를 때 따지지 않아야 한다.
한국은 마트에 가면 모든 것들이 있고 쇼핑카트도 있고, 여러 가지 쉽게 쇼핑할 수 있다. 물론 돈이 꽤 들긴 한다. 이곳은 돈은 정말 들어가지 않는다. 모든 것이 너무나 싸다.
특별히 기본적으로 많이 쓰는 양파, 감자, 당근, 오이 등은 싸다. 그런데 비싼 것이 있다. 여기 사람들이 사용하지 않는 한국음식을 위해서 필요한 것들은 소비층이 적기 때문에 비싸다. 한국보다 더 비싼 것들도 본 것 같다. 그래서 싸긴 하지만 한식을 제대로 먹으려면 또 이러한 비용을 생각해야 한다.
그래도 이곳은 정감이 있는 곳이다. 사람들이 친절하게 대해준다. 외국인이라고 바가지를 씌우기도 한다. 시간이 지나면 그냥 속아 넘어가기도 하고 이걸로 싸워서 현지인들과 동일한 가격을 받아내기도 한다.
시장이 가장 현실감 있게 이곳의 경제상황을 볼 수 있게 한다. 그들의 성실성, 국민성, 여러 가지 것들을 보게 하는 곳이다.
그런데, 이러한 장보기를 하면 하루의 반나절이 지나기도 한다. 어떤 날은 날 잡아서 하루 종일 장을 봐야 할 때도 있다. 한 곳에 모든 것이 있는 것이 아니고, 여기저기 떨어져 있기도 하고, 없는 물건들도 많고, 여러 가지 제약들이 많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우리는 잘 먹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일단 건강해야 일도 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지인들 만날 때는 잘 먹는 것이 아니라 잘 먹어주는 것이다. 그래서 집에서 최소 한 끼라도 잘 먹어야 하루를 버텨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니, 이곳에서의 삶을 즐기며 살 수 있다고 믿었었다.
타지에서 제일 먼저 배워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역시 시장 보기와 물건을 사기 위한 최소한의 서바이벌 언어가 필수적이다. 가장 먼저 빠르게 배우고 익혀야 하는 언어는 숫자다.
그리고 처음에 시장보기를 하면서 아내와도 많이 다투었었다. 다투는 주요 관점은 이러한 것이었다.
나는 일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한데 장 보는데 너무 시간을 많이 쓰는 것 아닌가?
나는 일에 있어서 부담과 압박이 알게 모르게 많았던 것 같다. 아내는 오히려 우리 가족의 건강을 위해서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다.
이러한 다툼과 오해를 해결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지만, 결국 나는 시장보기의 중요함을 깨닫게 되고 적극 도와주는 남편으로 변하게 되었다.
왜냐면, 결국 이게 다 내가 먹는 게 아니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