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쇠망치로 내 뒤통수를 후려갈긴다
카메라 테스트하고 있는데 남편이 찍어준 사진.
이 사진의 구도에서 보면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잘 표현한 사진 같다.
2011년부터 지금의 2019년 지금까지 내 옆에는 남편과 아이들이 있다.
이제는 이 가족이 나의 한 부분이 아니라 나의 전체 부분을 아우른다.
추석 연휴가 시작되었고 많이 오던 비가 그쳐서 새벽에 조깅을 하고
집에 돌아와 자고 있는 아이들을 볼 때면
그 느낌이란...? 그냥 단순히 행복이라고 말하기엔 참 복잡 미묘한 심정이다.
고통스러운 표정도 아닌, 고민스러운? 걱정스러운 그 어떠한 감정이 없이
그저 평화로이 눈 감고 자고 있는 아이들을 볼 때면...
마치 영상 빨리 감기 하듯 아이들을 뱃속에 품고 있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생각하는 나의 모습을 내가 보고 있자니 성취감에 뿌듯해하는 기분이랄까?
그동안 잘해 왔다는 안도감? 아직은 가족 중 모두 다 잘 살아있어 다행이라는 그런 안정감이랄까?
이렇게 감정, 심리적, 정신적인 부분들에 있어 약간은 집요하게
분석하고 파고들고 뭔지 구체적으로 정리해보려는 나의 모습에 유치원 시절부터 지냈던 친구가
나에게 한마디 했었다.
"너 피곤한 스타일이잖아."라는...
지금은 그 친구의 한마디를 쓰며 피식 웃음이 나지만...
저때 저 한마디를 듣는 순간 누군가 쇠망치로 내 뒤통수를 후려갈긴다라는 표현을 하면 좀
속이 시원하나? 뒤통수를 친다가 아닌 후려갈긴다는 표현을 해야 내 속이 좀 시원하....
저 말을 한 친구를 미워하거나 원망하는 감정은 하나도 없다.
단지 삼십 중반을 지나고 있는 내가 나에게 충격을 먹은 날이다.
누군가가 나를 이렇게 생각할 거야.
이런 이미지로 날 기억할 거야.
난 이런 사람이라고 알 거야.라고 생각하는 나의 이미지가 있다.
물론 나는 상대방에게 정확히 어떻게 비치는지는 확실히는 모른다.
그래서 나는 저 사건이 있은 후 내가 얼마나 다른 이들을 인식하며
나도 모르게 이미지 관리를 (되지도 않는...)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기에 내가 생각하는 나와 관계된 모든 사람들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내가 사람 자체를(심지어 남편까지도) 다 안다고 말할 수 없겠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리고 SNS로 쉬이 판단할 수 있는 한 사람의 느낌, 성향들은 모두 거짓된 것일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것을 당연 알았다고 하지만 사람은 보이는 대로 또 듣는 대로 믿는 법이다. 나조차도 꾸며진 사실을 믿는 그런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일기를 공개적으로 쓰지 않는다.
그렇지만 나라는 사람에 대해 알리고 싶은 충동, 욕구가 생길 때면 블로그를 열어 글을 써보고 싶을 때가 있다.
그와 반대로 내가 믿는 하나님과 비밀스러운 관계에 대해서는 나만의 일기장에 쓰려고 노력한다.
사실 세상을 살다 보면 얼마나 불필요한 곳에 나의 에너지를 쏟고 있는지 모른다.
그 에너지는 감정, 시간, 힘, 건강, 수면, 식욕, 돈... 등이 될 것 같다.
그렇지만 불필요한 곳에 에너지를 쏟으니 사람이라는 생각도 든다.
어느 순간부터는 나 자신을 혹사시키지 않기 위해 나에게 불필요한 시간을 허락하기도 한다.
오늘은 오후에 2시간 정도 나를 위해 쓰라고 남편이 시간을 주어서 주저리 써보았다.
나는 살아있기에 글도 중간에서 끊기를 좋아한다. 마무리를 하지 않고 오늘도 글을 중간에서 마쳐야겠다.
저녁밥은 뭘 먹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