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에서 만난 쌍둥이와 독수리

나는 뭘 보고 있는걸까?

by 김유려

이 얼마나 힘들게 구한 티켓이던가. 202X년 한국시리즈 직관이라니. 그것도 팽팽하게 승부가 유지되고 있는 도중에 드디어 올해의 최종 우승자가 결정되는 7차전 경기. 야구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어젯밤 설레서 뒤척이다가 늦게 잠을 이룰 정도였다. 치킨을 사들고 맥주를 한 손에 든 채 작지만 왠지 편안한 기분이 드는 관중석에 앉아있는 기분은 뭐라고 표현하기도 힘들었다.

경기는 초반부터 치열했다. 이 맛이다. TV 너머로는 느끼기 힘든 현장만의 끓어오르는 정열과 광기.


오, 그렇지. 강한 직구! 그렇지만 타자는 받아쳤다.

"딱-"

야구공이 방망이에 살짝 빗맞는 소리. 타자가 타이밍을 조금 놓쳤다. 순간, 장내에서 방송이 나왔다.

"파울볼 조심하십시오."

그리고...

"딱-"

또 한 번의 딱 소리. 이건 무슨 소리지?




"이건 내가 먼저 봤으니까 내 꺼야!"

"아니야, 이건 내가 먼저 잡았으니까 내 꺼라고!"

뒤쪽 몇 열 뒤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얼굴이 똑같이 생긴 소년 둘이 파울볼을 가지고 서로 밀고 당기며 싸우고 있었다. 방금 전에 날아온 그 공 같았다.

'쌍둥이...?'


나는 뭔가 이상한 광경에 잠시 멍해 있었다. 야구장의 모습은 그대로였다. 내 옆자리 아저씨는 여전히 맥주를 턱수염에 흘리면서 마시고 있었고, 내 앞줄의 커플은 응원하는 팀 유니폼을 맞춰입고 열심히 응원 율동을 하고 있었다. 다만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작동한 듯 사방이 조용했다.


그리고 파울볼을 두고 싸우는 소년들은 마치 로마 귀족같은 복장을 하고 있었다.

"너, 너희들. 쌍둥이면서 그렇게 자기들끼리 싸우는 거야?"

"우리는 싸울 때 가장 닮았지!"

쌍둥이는 타이밍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동시에 말했다.


"이건 팔라티노 언덕으로 가져가야 해!"

"아니야! 이건 아벤티노 언덕으로 가져가야 한다고!"


맙소사. 이 소년들은 단순한 쌍둥이가 아니다. 로마의 건국 신화에 나오는 로물루스와 레무스가 아닌가! 물론 결과적으로 로마는 로물루스가 건국했지만. 이들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쌍둥이인 것이다. 그런데 홈런볼도 아니고, 아니 사실 홈런볼이라고 해도 로마 제국의 초대 군주로서는 격이 떨어진다만...파울볼을 가지고 싸우고 있다?!


"너희들끼리 싸울 때가 아니야!"

왠지 나도 모르게 그런 외침이 나왔다. 마침 그 순간, 갑자기 하늘에서 커다란 독수리 한 마리가 빠르게 활강해서 파울볼을 노렸다. 쌍둥이는 내 절규에 대답이라도 하듯 서로 싸우던 태도를 바꾸어 합을 맞춘 것처럼 독수리를 피했다. 독수리의 부리에서는 피가 흐르고 약간의 살점같은 게 묻어있었다.


신이시여. 내 눈을 의심했다. 이번에는 프로메테우스의 간을 쪼아먹던 독수리인가. 나는 야구를 보러 왔는데 왜 그리스 로마 신화 특집을 보는 상황이 되었을까. 이 독수리 역시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독수리이려나. 이 녀석은 혹시 쌍둥이의 간을 노리고...?


"공을 내놔라아-!"

......가 아니라 파울볼을 노리는 거였냐!


"어디 할 수 있으면 가져가 보시지!"

쌍둥이는 아까처럼 동시에 똑같은 대사를 외치며 품에서 검을 꺼냈다. 독수리는 기죽지 않고 파울볼을 향해 날개를 펴고 한 번 더 돌진했다. 그 순간 번쩍- 하며 "콰광" 소리가 났다. 번개였다. 그렇지. 독수리는 제우스의 상징이었지. 로마식으로 말하면 유피테르인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번쩍임과 함께 의식을 잃었다.

그리고 동시에 의식을 찾았다.


주변에는 나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사람들의 얼굴이 잔뜩 보였다.

다들 다행히 눈을 떴다며 나에게 괜찮냐고 물었다. 혹시 뇌진탕이 왔을지도 모르니 병원에 가겠냐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정중하게 거절했다. 어떻게 구한 티켓인데. 파울볼을 맞고 내가 얼마나 의식을 잃었냐고 묻자, 대략 2~3분 정도였다고 했다. 아직 이닝이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 나는 중얼거렸다.


"로마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한국시리즈는 오늘 끝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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