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물을 끼얹었던 지난날을 반성하며
나이가 들수록 좋아하는 것보다, 싫어하는 게 더 많아진다.
상대와 내가 잘 맞는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함께 좋아하는 것'보다는 '똑같이 싫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도 갈수록 더 실감하게 된다.
또한 같은 걸 싫어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그것에 대해 씹고 물고 뜯을 때가 차암 재밌기도 하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상대가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것에 대한 존중.
나는 한동안 그것을 상실했던 때가 있었다.
일이 잘 안 풀려 매사에 뾰족하고 늘 화가 나있던 시절.
매일 주둥이로 흑역사 발언들을 양산하던 구간.
내가 싫어하는 것을 상대가 좋아한다고 말하면 나의 눈이 번뜩였다. 그게 (그 영화가, 그 사람이, 그 주의가) 대체 왜 좋아? 내가 봤을 때 그건 이러이러한 점들이 참 구리고 짜치거든? 당신도 그걸 깨달아야만 해! 라는 식으로 말할 때가 잦았다. 그렇게 길게 주절거릴 시간이 주어지지 않거나 에너지가 없을 땐 그냥 이렇게 말했다.
'그래? 난 그거 정말 싫어하는데.'
무례하기 짝이 없다.
나는 이후 여러 번의 거울치료를 통해서야 그것을 깨달았다.
호불호는 '취향'의 영역이다. 개인의 '소양'과는 다르다. 그때의 난 그걸 구분하지 못했던 것 같다.
(내 기준에) 그딴 걸 좋아하는 사람은 반드시 (이 또한 내 기준에) 얄팍한 사람일 거야! 라고 여겼다. 그렇게 여겼던 내가 참 얄팍하기 짝이 없었다.
다행히 지금은 내가 싫어하거나 시큰둥해 하는 것들을 몹시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응 그렇구나' 하고 웃어줄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다만 그래서 예전보단 밍숭맹숭한 사람이 되었다. 그래도 공격적인 것보단 차라리 니 맛도 내 맛도 아닌 어른이 낫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