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걸기~ 차에도, 인생에도......

해피 저축은행 김선수(효라빠 장편소설) 2회.

by 효라빠

5월의 싱그러운 아침 햇살이 선수의 첫 출근을 축하라도 하듯 아파트의 현관 앞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합격 소식에 부랴부랴 장만한 세미 정장의 날이선 바지와 처음 신고 나와 광이 나는 검정 구두가 '이 사람은 오늘 첫 출근 합니다'라고 말하고 있는 거 같았다.

180cm의 훤칠한 키에 뚜렷한 이목구비가 얼마 전까지 집에서 게임만 하는 백수 김선수였나 싶을 정도로 멋져 보였다.

길이 들지 않아 어색한 구두이지만 선수의 발걸음은 가볍기만 했다.

'뚜벅~ 뚜벅~' 첫 출근이라는 긴장과 기쁨을 안고 주차장의 자동차로 향했다. 왠지 멋진 세단이 기다릴 거만 같은 모습이었다. 선수가 한쪽에 세워진 차에 키를 꼽았다. 시동을 켜기 위한 키가 아니라 문을 열기 위한 키였다. '끼익~' 소리와 함께 문을 연 차는 멋진 승용차가 아니라 호로(천막)가 씌워진 1톤 화물차였다.

멋진 정장과 광이 나는 구두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파란색 천막이 씌워져 있고 '효라빠 생과일주스 & 토스트'라는 문구까지 세겨진 용달차였다.

이 화물차는 선수가 백수 생활하면서 힘들게 아르바이트해서 마련한 중고차였다. 출퇴근 용도보다는 장사를 하기 위해 헐 값에 샀다. 차를 구입해서 생과일주스와 토스트 장사를 길거리에서 했다. 오래 하지는 못했다. 망했기 때문이었다. 몇 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사회의 쓰디쓴 맛을 보고 장사를 접었다.

아르바이트로 힘들게 목돈을 마련한 후 길거리에 장사를 해서 남은 건 사업 실패의 상처와 호로(천막)가 씌워진 오래된 중고차 한 대 뿐이었다.

얼마 하지도 않은 낡은 중고차지만 선수는 부끄러움보다는 나중에 꼭 몇 십배의 멋진 차를 탈거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자동차의 키를 돌리자 '덜~ 덜~ 덜~' 거리는 소리와 함께 힘겹게 시동이 걸렸다.

'좋아! 이제 시작이다! 하하하. 백수 김선수가 아니라 은행원 김선수가 나가신다!'

혼자 말을 시원스럽게 하고 핸들 밑에 달린 스위치로 눈꽃 송이 같은 하얀 먼지가 쌓여있는 앞 유리창을 워셔액으로 깨끗이 닦고 힘차게 액셀을 밟았다.

차 안에서 들리는 라디오에서는 '굿모닝 fm 장성규입니다'의 사회자 장성규가 특유의 쾌활한 웃음소리로 아침을 밝히고 있었다. 사회 초년생으로 첫 출근하는 김선수를 응원하는 듯했다.


해피 저축은행 앞에 도착한 선수는 선뜻 은행 문을 열고 들어갈 수가 없었다.

첫 출근이라는 긴장감에 발이 내디뎌지지 않았다. 근처 골목으로 돌아가 주머니 속의 전자 담배를 꺼내 입 물었다.

'할 수 있다! 김선수! 이제는 수험생 김선수도 아니고 백수 김선수도 아니다. 멋진 은행원이고 직장인이다.

아자~ 아자~ 가자! 인생 뭐 있어!' 전자 담배를 손에 쥐고 혼잣말을 하며 기운을 불어넣었다.


"성재야!"

"네. 정 과장님"

"신규직원 출근했어? 오늘 신규 온다고 하지 않았어?"

"네. 오늘부터 출근합니다. 아직 출근 안 했는데 이제 금방 나오지 않을까요?"

"신규 오면 네가 군기 확실히 잡아라. 요즘 애들은 빠져가지고 말을 잘 안 탈 수 있으니 초장에 확실히 교육시켜."

"네. 알겠습니다."

"그 신규 직원 이름이 특이하다고 했던 거 같은데?"

"네. 조 부장님이 그러는데 이름이 김선수라고 하던데요"

"선수라고? 축구선수? 아니면 야구선수? 킥킥, 이름 한 번 들으면 절대 잊어 먹진 않겠다. 후보인지 선수인지 오면 잘 봐 보자 어떻게 하는지. 하하하"

"네. 과장님!"

해피 저축은행의 꼰대로 불리는 40대 초반의 정태섭 과장이 아무도 들어줄 거 같지 않은 아재 개그를 날리며 남자 직원 중에서 가장 막내 사원인 이성재 주임에게 신규로 들어오는 김선수를 확실히 잡으라고 지시를 하고 있었다.

정태섭 과장은 만년 과장이다. 승진을 해야 했지만 그 특유의 꼬장꼬장한 성격으로 인해 고객들의 클레임이 자주 들어와 몇 번의 승진심사에서 누락이 됐다. 입사동기인 조현익 부장은 벌써 몇 년 전에 부장으로 승진을 했지만 정태섭 과장은 과장이란 직함으로 아래 직원들에게 꼰대 역할을 하고 있었다.


"대체나~ 신규직원이 안 나오네?"

"출근 시간이 됐으니 금방 나오지 않을까요. 조 부장님 신규직원 오면 무슨 일부터 해야 할까요?"

"응. 내가 회사 전반적인 내용에 대해 설명해 주고 나면 전무님께서 우리 해피 저축은행의 연역과 중요 사항 등을 교육하실 거야. 그런 후에 이 대리가 데리고 다니면서 본인 구역을 인수인계해줘. 앞으로는 신규직원이 이 대리 코스로 다닐 거니까."

"네. 알겠습니다."

정태섭 과장과 입사 동기인 조현익 부장이 이성재 대리에게 업무 인수인계 관련 사항에 관해 지시를 하고 있었다.


조현익 부장은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가지 않았다. 바로 해피 저축은행에 취업했다. 고졸의 학력이지만 회사에서 는 그 누구보다 능력을 인정받았고 저축은행의 실세였다. 대학을 나온 직원들보다 빠른 머리 회전과 능수능란하게 고객을 대하는 자세가 남달랐다. 조현익 부장의 별명은 '대체나~'로 통했다.

상대방이 무슨 애기만 하면 동의한다는 말 앞에 '대체나~'라는 어구를 붙였다. 밥 먹다 반찬이 맛없어도 '대체나~ 반찬이 맛이 없네', 중요한 문서에 금액이 안 맞아도 '대체나~ 돈이 안 맞네', 뉴스에서 특이한 기사가 나와도 '대체나~ 큰일이 났네' 등으로 상대의 말에 동의하거나 놀라는 말 앞에는 언제 어디서나 '대체나~'가 꼭 들어갔다. 그렇다 보니 은행 안의 직원 들뿐만 아니라 은행 밖의 고객들까지도 조현익 부장을 부를 때는 '대체나 부장'으로 불렀다.


은행의 현관문인 철문이 아직 내려져 있고 직원들만 다니는 뒷 문으로 젊은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신규직원 김선수였다. 사무실 분위기를 살피며 살며시 '안녕하십니까~'라고 말하고 은행 안으로 들어갔다.

드디어 막내 직원이라는 타이틀을 물려주게 된 이성재 대리가 하이에나가 먹이를 기다렸다는 표정으로 컴퓨터 모니터를 보고 있던 쌍꺼풀 진 동그란 눈을 '안녕하십니까~ ' 소리가 나는 곳으로 잽싸게 돌렸다.

"아~ 김선수 씨 되시죠?"

"네. 네."

"많이 기다렸습니다. 하하하 이쪽으로 오세요. 제 자리 바로 옆인 여기가 김선수 씨 책상입니다."

"네... 네... "

무슨 잘못이라도 한 듯 선수는 허리를 연신 굽신 거리며 이성재 대리의 책상 옆으로 다가가 그의 옆에 섰다.

그의 두 손은 새로 산 정장 바지의 날이선 앞 다림질 자국과 일직선이 되어 있었다. 선 자세는 빳빳하게 다림질된 바지 주름보다 더 빳빳해 보였다.

순간 사무실 안의 모든 직원들의 시선이 선수에게 집중되었다. 특히 앞쪽 데스크에 앉아있는 해피 저축은행 유니폼을 맞춰 입은 여직원들의 시선은 더욱 선수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김선수는 헤드라이트를 받고 있는 연극의 주인공 같았지만 그의 자세는 길 한복판의 전봇대 마냥 부동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은영아, 이번에 새로 온 남자 직원이래! 와~ 키도 크고 잘생겼다. 그렇지?"

"응. 응. 그런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고. 뭐~ 키는 크네......"

"얘, 저 정도면 멋있구만. 너 답지 않게 대답이 뭐 이리 맹숭맹숭하니? 그러니까 네가 남자 친구가 없는 거야. 이럴 때 콧소리도 내고 해 봐야지. 하하 은영이 너처럼 선머슴 같이 행동하면 어느 남자가 좋아하겠니. 내가 결혼만 안 했어도 잘해보는 건데 아쉽네. 킥킥"

"언니는 참. 내가 뭐가 선머슴 같다고 그래요?"

"야~ 아니긴 뭐가 아니야? 네 발에 신겨진 슬리퍼부터 봐봐. 언제부터 사서 신었는지 모르겠는데. 끈 떨어진 부분이 테이프로 연결되어 있잖아. 이그~ 오래 신었으면 버리고 새 걸로 하나 사라~ 사~"

"칫~ 이게 뭐가 중요해요. 잘 신고 다니면 됐지"

"애인 만들고 싶으면 그런 털털한 성격으로는 힘들어, 어느 남자가 그런 여자 좋아하겠니?"

"제 앞길은 제가 잘 해쳐 나가렵니다. 유부녀 언니님!"


결혼한 유부녀 직원인 장은주가 전체 직원 중에 가장 나이가 어린 20대 중반의 조은영에게 농담을 건넸다.

은영은 정말 김선수에게는 관심이 없는 건지 선수의 얼굴보다는 유리테이프로 붙여진 자신의 오래된 슬리퍼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언니는 눈도 없네? 저게 잘생긴 거야? 그냥 평범하게 생겼구먼 그래......"

"아이고. 하여튼 소영이 너는 뭐가 그리 만사가 꼬였니? 뭐든지 불만이야. 저 정도면 키도 크고 잘생겼고만 그러네."

옆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세명의 데스크 여직원 중 나이로나 경력으로나 중간인 김소영이 두 사람의 말에 끼어들었다.

"저번에 나온 직원도 6개월도 못 버티고 그만뒀잖아요. 저 사람도 얼마나 버틸지 지켜봐야지."

"하긴, 그러긴 하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조금만 힘들어도 그만둬 버리니까 어떨지 모르겠네."

그들은 간단히 대화를 마무리하고 영업 시작하기 위해 각자 자리에서 돈들을 맞추고 있었다.


"선수 씨?"

"여자 친구는 있는가?"

"네? 아뇨. 아직 없습니다."

"아, 그렇구먼. 키도 크고 얼굴도 훈남인데 여자 친구도 없네잉. 하하"

"네. 이제 만들어야죠"

이성재 대리는 업무 얘기하기도 전에 나온 첫 질문이 여자 친구 있냐부터 물었다. 쌍꺼풀 지고 부리부리한 눈에 머리를 올백으로 올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머리스타일이 '저~ 뺀질이입니다.'라고 말하는 거 같았다.


"선수 씨는 이제부터 나하고 며칠 동안 같이 다니면서 업무를 배울 거예요. 우리 해피 저축은행은 은행이지만 저와 선수 씨가 주로 하는 일은 사무실에서 하는 일보다는 밖에서 고객들을 만나는 일을 할 거 에요. 혹시 돈 수금하는 일에 관해 들어봤어요?"

"수금이요? 일수 가방 같은 거 옆구리에 끼고 건달들이 하는 거 아닌가요?"

"킥킥킥. 그거는 조직폭력배들이 개인들 사채놀이할 때 하는 거고, 우리 해피 저축은행에서 하는 수금은 인근 상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거예요. 자영업 하시는 분들은 낮에 장사하느라 시간이 없어서 은행 업무를 볼 수 없으므로 나와 선수 씨가 그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직접 돈가방을 들고 가게로 찾아가 현금도 찾아주고 적금도 들어주는 어떻게 보면 움직이는 은행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아~ 그럼. 걸어서 다니나요?"

이성재 대리가 선수의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은행 현관문의 창틀 사이로 보이는 작은 오토바이 두 대를 도톰하게 살이 오른 턱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거 타고! 저게 우리 발입니다. 하하하"

"저거라면? 오토바이요?"

"그래요. 선수 씨. 저 오토바이가 선수 씨와 나와의 밥 줄입니다. 하하하 선수 씨 오토바이는 탈 줄 알아요?"

"아~ 네. 탈 수는 있는데......"

선수는 갑자기 오토바이를 타야한다는 선배 이성재 대리의 말에 무척 놀랬다. 자신은 은행원이라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에어컨 빵빵하게 나오는 시원한 사무실에서 고객들을 대면하며 일할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오토바이를 타야 한다니, 무슨 짜장면 배달도 아니고 갑자기 오토바이를 타고 상가들을 돈다고 생각하니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일단 오토바이는 내일부터 타기로 하고 사무실에서 할 업무에 대해 말해 줄게요. 돈 셀 수 있어요? 한 번 해 보세요."

이성재 대리가 백만 원짜리 묶음 두 개의 띠지를 풀어 만 원권 200장을 선수에게 건넸다.

선수는 얼떨결에 건네 받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 채 은행원들이 하듯 손가락 사이게 현금 다발을 끼고 돈을 세어 보았다.

"윽~ 잘 안 되는데요."

"그렇게 해가지고 어느 세월에 돈을 다세요? 우리는 하루에도 몇 천 만원씩 현찰을 만져야 하는데. 잘 보세요."

"네. 이 대리님"

이성재 대리는 왼 손에 지폐를 끼우고 반대 손 엄지와 검지로 능수능란하게 현금을 세어나갔다. 빳빳한 현찰이 '틱~ 틱~ 틱~' 하며 넘겨지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렸다. 뺀질뺀질하게 보이던 이성재 대리의 얼굴이 선수의 눈에 갑자기 생활의 달인에서 나오는 달인처럼 무척 대단해 보였다.

이성재 대리도 선수의 놀라는 표정에 자신감이 붙었는지 돈을 세던 엄지와 검지에 침을 '퉤~ 퉤~' 뱄더니 더 욱 빠르게 지폐를 세어 나갔다.

"어때~ 잘 봤어요? 하하하. 은행원이라고 하면 이 정도는 해줘야 어디 가서 은행 다닌다고 말할 수 있어요. 선수 씨!"

"네. 잘았겠습니다. 이 대리님. 와~ 근데 정말 잘하시네요. 완전 멋있으신데요? 그 뭐지! 생활의 달인인가 거기에 한 번 나가셔도 될 거 같은데요?"

"그런가? 하하하 나도 처음에는 잘 못했는데 은행에 한 5년 다니다 보니 이렇게 되어 있더라고. 선수 씨도 금방 이 정도로 할 수 있을 거예요. 신기한 거 한번 더 보여줄까?"

"뭐가 또 있습니까?"

"오늘 첫날이니 내가 좀 더 보여주지. 하하"

이선재 대리는 책상 위에 쌓여있는 만 원권 현금 다발을 엄지와 검지로 신중하게 한 뭉치를 집어 들었다.

"선수 씨. 선수 씨 책상 위에 지폐 계수기 있죠?"

"네. 이 기계 말씀하시죠?"

"네. 거기에 이 만원 권 지폐 한 번 넣어 보세요. 얼마나 되는지."

"네. 알겠습니다."

선수는 이선재 대리가 건네는 만 원권 지폐를 돈 세는 기게 안으로 넣었다. 순간 '드르륵~ 드르륵~ 소리가 나며 계수기의 중앙의 붉은색 숫자가 0부터 빠르게 올라가더니 정확하게 100에서 멈춰 섰다.

선수의 입에서 감탄사가 나왔다.

"우와~ 선배님! 이거 딱 100장을 손의 감각으로 짚으신 건가요?"

"선수 씨. 내가 꼭 말을 해야 하나. 하하하 거기 숫자 보이잖아. 뭐 기계가 거짓말할 리는 없을 테고......"

"이야~~~ 정말. 대단하십니다. 야~ 이거 정말 생활의 달인에 제보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선배님 너무 멋진데요?" 선수는 자기도 모르게 '짝! 짝! 짝!' 물개 박수를 치고 있었다.

"킥킥킥, 선수 씨가 사람 좀 볼 줄 알고만. 하하. 이거~ 이거~ 리엑션도 아주 좋고 선수 씨 회사생활 잘하겠는 걸?"

옆에서 지켜보던 선수의 감탄과 약간의 아부성 멘트에 이선재 대리의 기분이 무척 좋아 보였다. 의자까지 뒤로 재끼며 무릎을 꼬고 앉아 열심히 하면 나처럼 할 수 있다고 선수에게 계속 말을 해댔다.


이성재 대리는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간 상태로 선수에게 007 가방과 비슷하게 생긴 검은색의 묵직한 가방을 건넸다.

"선수 씨. 이 가방이 뭔 줄 알아요?"

"글쎄. 잘 모르겠는데요?"

"당연히 모르시겠지. 하하하. 이 가방과 밖에 서 있는 오토바이가 선수 씨와 나의 밥줄입니다. "

"네? 밥줄이라고요?"

"네. 우리의 밥줄입니다. 내일부터 당장 선수 씨가 아침에 출근하면 조은영 씨에게 현금으로 150만 원을 수령해 이 검은 가방을 메고 오토바이를 몰아 근처의 상가들을 돌며 업무를 볼 것입니다.

우리 해피 저축은행의 조합원님들이 선수 씨에게 돈을 맡기거나 돈을 찾기를 원하면 이 가방에서 찾아서 주면 됩니다. 돈을 찾기보다는 거의 대부분이 그 전날 밤늦게 까지 영업해서 번 돈들을 선수 씨에게 맞길거에요. 그러면 여기 PDA 단말기에 입력하면 됩니다.

저 들어올 때만 해도 종이 통장에 수기로 작성해서 사무실로 들어가 마감전에 입력 작업을 했었는데 지금은 이 PDA가 있어서 여기에 바로 입력하면 전산에 자동으로 뜨게 됩니다. 요즘은 정말 일하기 쉬워졌어요.

금액이 조금이라도 안 맞으면 돈 맞추느라 전 직원이 퇴근도 못하고 내 돈으로다 메웠는데 이 기계가 도입되면서 돈 실수할 일이 많이 줄어 정말 업무가 예전보다 편해졌어요. 선수 씨는 정말 좋을 때 들어온 거예요."

"네~ 그렇군요....."

이선재 대리의 장황한 업무 설명에 선수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알아먹은 체했다. 대답은 잘했지만 머릿속에 들어오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내일부터 바로 시작한다고 너무 겁먹지 말아요. 일주일 동안은 내가 선수 씨와 같이 다니며 거래처 인수인계도 하고 조합원님들께 인사도 드릴 테니까"

"네. 네. 감사합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선수 씨 하는 거 보니가 이쪽 일 잘할 거 같네요. 하하. 너무 걱정 안 해도 될 거 같아~"

"네. 잘 가르쳐 주시면 열심히 하겠습니다."

"저기 데스크에 여직원 세 명 있죠? 가운데가 조은영 씨인데 은영 씨가 우리 은행의 모든 돈의 시작과 끝의 결산을 봅니다.

아침에 각자의 시제(본인 업무를 시작할 때 현금)를 찾아 업무를 보고 오후 5시 전까지는 마감을 해줘야 해요. 그러면 은영 씨가 은행 전체의 수입과 지출에 대해 아침 시제와 돈의 입, 출금 마감을 하면 하루 일이 종료되고 전 직원이 퇴근하는 겁니다.

만약 돈이 부족하면 부족 분을 찾을 때까지 전 직원이 퇴근을 못합니다. 끝까지 못 찾으면 본인의 돈으로 메워야 할 상황이 생길 수도 있어요. 조합원들의 돈은 내 돈 보다 더 신중하게 관리해야 합니다.

그럼 여기서 질문. 선수 씨! 만약에 수금한 돈을 시제와 맞췄는데 전산보다 남으면 어떻게 할 거 같아요? 하하"

"제가 먹나요? 아... 아... 니요.... 제가 보관하나요?"

"먹기는 뭘 먹어요. 킥킥. 만약에 아침의 시제와 오후 마감할 때 돈이 남는다면 어느 조합원님 통장에 입금이 되지 않았는지 꼭 찾아야 합니다. 만약 찾지 못하면 우리 은행의 통장에 임시 보관합니다.

내가 지금까지 일을 해보니까 돈이 부족해서 메운 적은 많았는데, 돈이 남았던 적은 거의 없었어요. 대부분 그다음 날이나 아니면 다른 날에 주인이 꼭 나타나더라고요. 하하하."

"네. 그럴 거 같긴 하네요."

"대충 어떻게 업무가 돌아가는 줄 알겠죠? 오늘은 첫날이니 이 정도로만 하고 내일부터 같이 거래처로 돌아봅시다."

"네. 알겠습니다. 선배님."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장황한 이선재 대리의 업무 설명과 함께 서서히 퇴근시간에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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