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저축은행 김선수(효라빠 장편 소설 15회)
"네? 아버지라구요?"
"네. 아버지요. 엉엉엉~"
아버지라는 말이 나오자 그녀는 다시 울기 시작했다. 선수가 무언가로 뒤통수를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저기... 아버지라면... 혹시 미국에 살고 있다는 최 씨 어르신 따님이신가요?"
"네. 얼마 전까지 미국에서 살고 있었던 딸이에요"
"우와~ 어떻게 이런 일이!!!"
"그런데, 아저씨는 누구신데 저한테 이러세요? 혹시 경찰이세요?"
"아~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
경찰이 이냐는 그녀의 말에 선수가 무안했던지 한 손으로 콧등을 쓸어내리며 다른 손으로 목에 감겨 있는 신분증을 조심스럽게 혜숙의 앞으로 내밀었다.
혜숙은 선수가 내미는 신분증을 천천히 읽어 나갔다.
'해피 저축은행 사원 김선수'
"은행 직원이세요?"
"네. 제가 경찰은 아니고 공무원 공부는 몇 년 했습니다. 하하"
"그건 그렇고 저희 아버지 일을 어떻게 이리 잘 알고 계세요?"
"알려고 했던 건 아니구요. 제가 쌀가게에 수금을 다니다 보니 관심이 생겼고, 은행 여직원 말로 통장에 있는 거금을 인출했다고 하셔서 보이스피싱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아~ 그러셨군요.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처음부터 그렇게 말씀하시면 될 걸 가지고 왜 본인 잘못이라고 하셨어요? 저는 그 말 듣는 순간 100%로 보이스 피싱 범인으로 생각했잖아요. 경찰에 신고 먼저 하지 않으게 다행이네요. 하하하"
"실은 제가 미국에서 20년 넘게 아버지와 떨어져 살면서 많이 힘들었어요. 아이들은 커서 독립했지만 남편과 이혼하고 작년에 한국에 들어왔어요. 차마 그런 모습을 아버지에게 보이기 싫어서 연락을 못 드렸어요. 하나밖에 없는 딸이 타국에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에게 불행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없었습니다. 한국에 들어와 친구와 사업을 했는데 그것마저 사기를 당해 얼마 안 되는 돈도 다 날려 버렸습니다. 주변에는 아무도 업고, 아버지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에게 연락해 돈을 찾아 놓으라고 하신 거예요? 찾아다 놓으면 조용히 가지고 가려고?"
"생각은 했는데 너무 고민이 되는 거예요. 안 그래도 혼자 사시는 게 안타까운 분에게 그렇게 하려고 하니 차마 못하겠더라고요. 아저씨가 저한테 보이스 피싱이냐고 하자 그런 마음을 가진 제가 너무 미안한 마음에 '잘못했다고' 말한 거예요"
"아~ 그러셨군요. 그 말씀 들으니 한편으로 이해가 되네요."
"네..."
그녀는 말을 끝내고 또다시 흐느꼈다. 선수는 차의 시계를 봤다. 다음 코스를 가야 할 시간이었다.
"흠~. 제가 업무를 해야 해서 저는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저기, 부탁이 있는데요?"
"네? 부탁이요?"
"네."
"무슨 부탁이요?"
"제가 아버지를 뵈로 가게로 들어가야 하는데 용기가 안나 도저히 혼자서는 못 들어갈 거 같은데 같이 들어가 주시면 안 될까요? 흑흑흑"
여자는 아버지의 말이 나오자 멈췄던 울음을 다시 터트렸다. 선수는 가슴이 터져라 울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자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 다음 코스로 가야 할 시간은 되고 심경이 복잡했다.
"제가 지금은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안되고 이따 2시간 후 점심시간에 사무실을 안 들리고 여기로 올게요. 그때까지 마음 좀 진정하시고 계실래요?"
"네. 그럴게요. 감사합니다."
"그럼 이따 뵐게요. 제가 지금 시간이 없어서요."
"네. 감사합니다."
선수는 사정 얘기를 하고 차에서 내려 방구에게로 갔다.
'방구야~ 와~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냐? 보이스피싱일 줄 알았는데, 미국에서 20년 만에 온 진짜 딸이라니? 야~ 이건 완전 소설에서나 있을 법한 일인데?' 선수가 너무 놀랐는지 방구에게 말을 걸었다. 방구는 '봉봉봉~ 봉봉~'거리면 진짜 그랬냐는 듯 대꾸를 했다.
'그래도 보이스피싱 아니라 정말 다행이야~ 하하' 방구에게 웃으며 말을 하며 스트롤을 당겼다. 방구도 다행이라는 듯 '부릉~ 부르릉~'하며 선수를 태우고 달렸다.
최노인은 선수가 나가고 멍하니 메리를 안고 있었다. 어제 현금을 찾아서 냉장고 냉동칸에 넣어 두라는 전화 말고는 딸에게서는 아무 연락이 없었다. 선수가 아침에 들려 보이스 피싱에 관해 말을 했지만 그는 딸이 교통사고로 다쳤다는 생각 때문에 걱정이 되어 아무 말도 머릿속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평상시에도 힘이 없어 보이는 그의 어깨는 더 축 쳐져 있었다. 주인의 마음을 아닌지 왈왈이 메리도 힘이 빠진 체 최노인의 무릎 속에서 '낑~낑~'거리고만 있었다.
선수가 오전의 거래처를 서둘러 돌고 다시 쌀가게 앞으로 왔다. 검은색 그랜저는 자리를 옮겨 쌀가게 옆의 한적한 도로에 세워져 있었다.
방구를 옆에 세우고 천천히 검은색 그랜저 옆으로 걸어갔다. 차 옆에서 조수석의 창문을 가볍게 두드렸다. 안에서 최노인의 딸이 가볍게 목례를 했다. 선수가 문을 열고 차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인사를 했다. 아까와는 다른 차분한 목소리였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방금 전까지 울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벌겋게 닳아올라 퉁퉁 부어 있었다. 선수가 먼저 말을 꺼냈다.
"좀 괜찮아지셨어요?"
"네..."
짧은 대답이었다. 선수도 딱히 할 말이 없었다.
"저~ 지금 들어가 보실래요? 제가 먼저 들어가서 어르신께 말씀드릴게요. 그 뒤로 제가 부르면 들어오세요"
"네. 이렇게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요. 돈 드는 것도 아닌데요 하하하"
"......"
그녀는 아무 대답이 없었다. 선수가 썰렁한 분위기를 깨 보려고 유머를 날렸는데 유머를 날린 게 아니라 그녀의 어이를 날려 버린 듯했다.
더 애매해져 버린 분위기에 선수가 신속하게 차에서 내렸다. 그녀도 차에서 내렸다. 둘은 앞뒤로 천천히 걸었다.
몇 걸음 움직이자 쌀가게의 허름한 새시 유리문이 그들을 기다렸다. 선수가 문을 열고 들어가기 전 고개를 돌려 살짝 그녀를 쳐다봤다. 그녀는 '목포 쌀 상회'라고 적힌 허름한 간판을 어두운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눈빛에서는 20년 전으로 돌아간 듯한 회상이 담겨 있는 거 같았다.
그의 표정을 보자 선수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거 같았다. 고개를 돌려 쌀가게의 새시 문을 열었다.
여김 없이 '끼익~익~'소리가 들려왔다. 끼익 소리가 나면 들려야 할 소리를 기다렸다. '왈왈~ 왈왈왈!!!' 역시 개의 새끼 메리의 소리가 들왔다. 마지막으로 들릴 소리를 기다리며 선수는 마음의 준비를 했다.
'누구여~' 최노인의 목소리였다. 어김없이 3종 세트였다. 평상시와 다른 거라면 '끼익~ '소리는 이상이 없었지만 '왈왈~' 거리는 메리의 소리와 '누구여~'부르는 최노인의 목소리는 어딘지 모르게 힘이 빠져 있는 거 같았다.
"네~ 어르신 저 해피 저축은행 김선수입니다."
"김선수라고?"
"네. 어르신~"
"아까 들려놓고. 왜 또 왔당가~~~"
'드르륵~' 소리와 함께 미닫이 방문이 열렸다. 메리가 잽 싸게 뛰쳐나왔다.
"아~ 저 다름이 아니라. 좀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그래? 무슨 말인데, 말해보소"
"저..."
"뭔디 그랑당가~ 빨리 말해보소~"
"저기... 어르신. 어르신 따님이 미국에 사신다고 하셨죠?"
"응. 그러네 자네가 그걸 어떻게 안당가?"
"아~ 우연히 어르신 따님을 만났는데요..."
"뭐라고 혜숙이를 만났다고?"
"네. 어르신"
"무슨 소리 하는거여? 우리 혜숙이는 미국에 살고 있고 교통사고가 나서 병원에 입원했다고 하던디?"
"그게요."
"뭐시~ 그라믄 혜숙이가 한국에서 교통사고가 났당가"
최노인이 갑자기 오해하자 선수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랬나 봅니다. 아니. 저~저~. 그건 자세히 모르겠고. 제가 지금 따님을 모시고 올게요"
"뭐라고 우리 혜숙이를 모시고 온다고"
"네. 네. 잠깐만요"
선수가 몸을 돌려 바로 나갔다. 최노인은 무슨 말인지 몰라 당황한 표정이 얼굴에 역 역했다. 딸이 왔다는 말에 목소리는 한껏 격앙되어 있었다.
"저기, 들어오실래요? 제가 어르신께 말씀드렸어요"
선수가 문 뒤에 서있던 혜숙에게 말을 걸었다. 혜숙이 아무 말 없이 흐느끼며 새시 문턱을 넘어 쌀가게 안으로 발을 옮겼다.
"아빠~ 엉엉엉"
"혜숙이냐? 옴메~ 우리 혜숙이네... 혜숙아~ 아이고~ 사고 났다고 하더만 어떻게 왔냐~ 아이고 내 새끼 우리 혜숙이가 맞구나."
최노인은 혜숙의 등장에 방에서 신발도 신지 않고 가게로 뛰쳐나왔다. 혜숙의 손을 잡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그녀의 얼굴을 올려다봤다.
"아이구~ 우리 혜숙이가 맞구나. 이게 얼마만이냐. 20년도 넘은 거 같은디 드디어 내 새끼 얼굴을 이렇게 보구나!"
최노인의 목소리는 울부짖고 있었다. 그동안 꿈에서만 볼 수 있었던 딸을 드디어 만난 것이었다. 젊어서 먼저 가버린 부인은 잊을 수 있었지만 미국으로 떠나 버린 딸은 한시도 잊지 못하고 살아왔다. 그리도 그리던 그녀가 그의 앞에 서 있었다. 최노인은 '엉~엉~' 울었다. 가슴속에 갇혀있던 멍울들을 다 토해 버리듯 엉엉 울었다. 그리고 그녀를 안았다. 최노인의 눈물은 멈추질 않았다. 그의 어깨도 함께 울었다. 젊었을 때 쌀가마니를 거뜬하게 들어 올리던 넓은 들판 같은 어깨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지만 울고 있는 그의 목소리는 어린 혜숙을 부르던 목소리와 하나도 변함이 없었다. 이제는 딸을 한아름에 안기조차 작아져 버린 최노인의 품에서 혜숙도 함께 울었다.
"아빠, 죄송해요. 행복하게 잘 살아서 왔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정말 죄송해요"
"아이고~ 아니다 아니여~ 그런 말 하지 말어라. 니 몸 건강하게 내 앞에 왔으면 된 거다. 그런 말 할 필요 없다. 아이고 내 새끼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냐? 옴메 불쌍한 내 새끼."
최노인은 주름진 진 손으로 흐느끼며 울고 있는 딸의 눈물을 닦았다. 20년이란 세월이 지나간 버린 지금 그녀의 얼굴에도 주름이 하나둘 자리하고 있었다.
아버지를 위해서라도 당당하게 살아가야 했지만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가진 것 없이 미국으로 떠난 이민생활은 쉽지 않았다. 세탁소 운영부터 마트 점원, 가정부까지 힘든 일은 다 했었다. 다행히 두 아들은 잘 키워서 독립시켰지만 남편과의 생활은 순탄하지 않았다. 경제적으로 쪼달린 생활은 부부관계도 쪼달리게 만들어 버렸다. 남편과의 관계는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몇 년 전에 이혼을 했다. 이혼을 하고 한국에 들어왔지만 아버지가 받을 상처가 클 거 같아 아버지 앞에는 나타나지 못했다. 얼마 되지 않은 위자료로 받은 돈도 친구에게 사기를 당하고 말았다. 한국에서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자 아버지를 찾아오게 되었다. 친구와 사업이 잘되어 당당하게 나타나고 싶었지만 현실은 그렇게 되지 못했다. 그래서 돈이 필요했고 냉장고에 넣어 놓으라고 했다. 돈만 가져가려다 그런 생각을 한 자신이 너무 부끄러워 아버지에게 더욱 죄송하기만 했다.
부녀는 하염없이 울기만 했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선수도 코끝이 찡해졌다. 그 옆에 메리도 분위기를 아는지 '낑~낑~'거리며 한쪽 구석에 쪼그려 앉아 있었다.
"내 딸~ 혜숙아~ 그동안 고생 많았다. 이제 나하고 편하게 살자"
"네. 아빠"
"인생이 다 그런 거야. 내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야. 너무 상심하지 마라. 네가 이렇게 내 앞에 나타나 준거만 해도 이 아빠는 너무 감사하다. 사람일이 돈이 다가 아니야. 알았지? 너 하나면 아빠는 다 충분해."
"고마워요. 아빠"
"고맙기는 뭐가 고마워. 이렇게 와준 이 아빠가 고맙지."
최노인이 딸을 위로했다. 그의 말에 인생의 진리가 담겨 있는 거 같았다.
신발도 신지 않은 맨발로 딸을 안고 있는 최노인의 모습에 선수가 천천히 말을 꺼냈다.
"어르신~ 방으로 들어가서 얘기하시죠?"
"흑흑흑."
선수의 말에도 최노인은 흐느끼기만 했다.
"어르신~ 들어가서 차분히 대화하시죠?"
"응. 그래. 알았네. 아이고 고맙네. 자네가 이렇게 신경을 다 써주고"
"아니요. 제가 한 게 뭐 있다구요."
최노인이 그제야 정신이 조금 드는 듯했다.
"혜숙아 방으로 들어가자? 아이고 내 새끼?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냐? 불쌍한 것~"
"....."
여전히 손을 놓지 못하고 있었다. 둘은 방으로 천천히 들어갔다.
"저기~ 저 그럼 먼저 가볼게요. 대화 나누세요"
"차라도 한잔 마시고 가지 그랑가~ 아니 점심은 먹었는가?"
"네. 먹고 왔습니다. 하하하"
먹고 왔다고 하자 배에서 거짓말하지 말라는 듯 '꼬르륵~ 꼬르륵~' 소리가 났다.
"배에 거지가 들었다냐. 방금 먹고 왔는데도 더 달라고 꼬르륵 거리네. 하하하"
선수가 무안한 듯 농담을 건냈다.
"선수 밥 먹고 가소~ 같이 묵고가~"
"아니요. 저 진짜 괜찮아요. 두 분 오랜만에 만났으니까 더 대화 나누세요. 하하하"
선수가 배는 고팠지만 두 부녀의 분위기를 깰 수 없어서 모르는 척 몸을 돌렸다.
"저기~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다음에 차분히. 인사 한번 드릴게요."
"네. 하하하. 그럼 저는 오후 일이 있어서 그만 나가 보겠습니다."
혜숙이 울먹이는 목소리로 선수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고맙네. 선수~ 진짜 고맙네."
"아니요. 뭐 이런 걸 가지구요. 하하"
최노인이 평상시 쌀쌀한 말투는 어디 가버렸는지 부드러운 목소리로 진심 어린 말을 건넸다. 선수는 짧게 대답하고 쌀가게 문을 나섰다.
오토바이의 헤드라이트가 정오의 햇볕을 받아 반짝거리고 있었다.
방구가 '선수야! 잘했어~'하며 미소 짓는 거처럼 보였다.
'뭐? 잘했다고? 하하하 요놈 요놈. 밖에서 그걸 어떻게 다 알았데? 킥킥킥' 선수가 방구에게 말을 했다.
두 부녀가 안고 오열하는 모습을 볼 때는 너무 가슴이 아팠지만 그 눈물이 행복의 눈물이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자 기분이 좋아졌다. 정신없이 바빴지만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수는 오후 코스를 다 돌고 4시가 넘어 은행에 도착했다. 먼저 일을 끝냈는지 은행 앞에 이성재 대리의 씨댕이가 주차되어 있었다. 시간이 없어 점심을 건너 띄어 배에서는 연신 꼬르륵 소리가 났지만 기분은 너무 좋았다.
'우리 방구도 오늘 고생했어 하하하' 짧게 인사를 하고 전쟁터의 개선장군처럼 어깨에 힘을 팍 주고 은행 안으로 들어갔다. 빨리 들어가 직원들에게 낮에 있었던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
현관문을 열고 '수고하셨습니다~'를 힘차게 외치며 은행 안으로 들어갔다. 카운터에서 은영이 웃으며 인사를 받았다.
"선수 씨~ 고생하셨어요~"
"네. 하하하"
"무슨 좋은 일 있나 봐요?"
"아~ 있죠. 좋은 일. 하하하"
"뭔데요?"
"잠깐만요."
선수가 짧게 인사를 하고 자신의 책상에 가방을 풀었다. 그날의 실적으로 가방 안은 현금과 수표로 가득 차 있었다.
"은영 씨~ 저번에 최 씨 어르신이 돈 많이 찾으셨다고 하셨죠?"
"네. 통장 잔액을 모두 찾으셨죠"
"보이스 피싱이라고 생각하셨죠? 하하"
"네. 맞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는데요"
"킥킥킥. 참 사람일은 몰라요"
"네? 그게 무슨 말씀이에요. 보이스피싱 아니었어요?"
"저도 그런 줄 알고 아침에 쌀가게 들릴 때 엄청 긴장했는데 알고 보니 미국에 살고 있다 던 딸이었어요"
"정말요? 와~ 별일이네요"
옆에서 듣고 있던 이성재 대리가 선수의 말을 듣더니 끼어들었다.
"선수 씨~ 아침에 우리가 의심했던 게 보이스 피싱이 아니었단 말이야?"
"네. 이대리님. 진짜 딸이 더라니까요. 하하하. 저는 그것도 모르고 차 안에 있는 여자를 체포할 뻔했잖아요. 갑자기 저한테 누구냐고, 경찰이냐고 물어보길래. 좀 당황했지만 당당하게 목에 걸린 사원증을 내밀었습니다.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하구요. 하하"
"그러니까 뭐라고 하던가?"
"뭐지! 이 또라이는... 이런 표정이던데요? 킥킥킥"
"진짜?"
"아뇨. 농담입니다. 하하하"
선수는 낮에 있었던 일을 이성재 대리와 은영에게 목에 핏줄이 서도록 힘주며 열변을 토했다. 그들도 선수의 얘기가 신기하고 재밌어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들었다.
"어쨌든 간에 보이스 피싱이 아니라서 다행이네. 선수 자네 초반부터 너무 큰일 하는 거 아냐?"
"하하하. 그런가요?"
"오늘 고생했어. 빨리 마무리하고 퇴근 하세"
"네. 이 대리님"
선수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시제를 맞추고 하루 일을 마무리했다.
퇴근해서 집에 도착해 저녁 식탁에서 어머니 전 여사에게 낮에 있었던 일을 다시금 풀어냈다. 전 여사도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냐며 놀라며 들었다.
공무원 공부하면서 시험에 계속 떨어져 반 백수 생활할 때는 속 좀 썩이더니 들어간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은행원 일을 하면서 자기 역할을 열심히 하는 같아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머금어졌다.
선수는 점심을 건너뗘 배가 등짝에 붙을 정도로 허기 가졌다. 엄마가 해준 청국장찌개를 정신없이 입으로 밀어 넣았다. 허겁지겁 먹으면서도 가슴속에는 아직도 흥분된 마음으로 심장이 벌렁벌렁거렸다. 내일은 또 어떤 일이 기다릴지 기대하며 급하게 저녁을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