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영, 선수 또 다른 그녀......(7)

효라빠 장편 소설 30회

by 효라빠

은영은 갑자기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선수에게 따질 수도 없었다. 거실 소파에 멍하니 앉아있었다. '삐비 빅 삑삑삑'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언니 효경이 퇴근하고 들어오는 소리였다.

"은영아 저녁에 뭐 먹을까?"

"......"

효경의 말에 은영은 아무 대답이 없었다. 평상 시면 자기가 먼저 뭘 먹자고 말할 텐데 멍하니 천장만 올려다보고 있었다

"야~ 뭐 먹을 거냐고?"

"나 저녁 생각 없어"

은영이 무미건조하게 대답했다.

"얘가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나 입맛 없어~"

"회사에서 무슨 일 있었어?"

"아니. 없어"

"그런데 왜 세상 끝난 사람처럼 그러고 있어?"

"회사에는 없는데 다른 데서 일이 있어"

"다른데? 거기가 어딘데?"

"......"

은영이 아무 말이 없었다.

"사람 답답하게 하지 말고 빨리 말해보라니까"

"저... 언니 있잖아. 남자가 주말에 뮤지컬을 보러 간다는 것은 여자랑 간다는 거겠지? 남자들끼리 뮤지컬을 보러 가는 건 아니겠지?"

"아무래도 남자들끼리 뮤지컬을 보러 가기는 쉽지 않지. 둘이 사귀는 사이가 아니라면 킥킥. 누가 남자끼리 사귄데?"

"아니 그게 아니라. 저번에 내가 말한 선수 씨라고 있잖아. 우리 회사 신입사원"

"그래. 너의 짝사랑 그대. 그 사람이 남자랑 사귄데? 킥킥"

"아니 그게 아니라. 그 사람이 주말에 뮤지컬을 보러 간데"

"난 또, 그래서 네가 이렇게 심각하게 있는 거야? 지구의 종말이 온 거처럼?"

"그럼 이게 지구의 종말이지 뭐야"

"네 입장에서는 틀린 말도 아니긴 하다. 그런데 그 사람이 주말에 뮤지컬을 보러 가는걸 네가 어떻게 알아?"

"퇴근할 때 같이 카플 하잖아, 방금 차 타고 오면서 주말에 뭐할 거냐고 물어보니 뮤지컬 구경을 간다고 하네. 누구랑 가는지는 모르겠는데. 그 말하는데 입이 귀에 걸리던데 분명 남자는 아닐 거 같아"

"음~ 그 사람 여자 친구 있는 거 아냐?"

"아냐. 사무실 이대리님이 없다고 했단 말이야. "

"야! 세상에 남자 많으니까 혹시나 잘 안돼도 신경 쓰지 마 뭘 그런 걸 가지고 인생 끝난 거처럼 그러고 있어. 인류의 절반은 남자야. 알았지?"

"그래도 그 사람은 한 사람뿐이잖아."

"얘가 맨날 드라마만 보더니 무슨 드라마 대사를 말하고 있네. 지금은 그 사람 아니면 안 될 거 같지? 그런 생각은 바보들이나 하는 생각이야. 연애하면서 죽네사네 하는 것들이 제일 멍청한 것들이야. 살다 보면 결혼해서도 이혼하는 사람도 있고 몇 년 사귀면서도 헤어지는 사람도 있어. 그 사람들도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잘 살아가. 그게 사람이야. 괜히 감성에 젖을 거 없어"

"몰라......"

효경이 은영에게 냉정하게 말했다. 많은 연애경험을 통해 직접 몸으로 깨달은 효경의 말이지만 사랑을 해보지 않은 은영에게는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여전히 선수가 누구랑 뮤지컬을 보러 갈까 하는 생각에만 잠겨 있었다.

"정 그렇게 답답하면 내일 퇴근하면서 물어보면 되잖아"

"뭐라고? 누구랑 뮤지컬 보러 가냐고? 그것도 좀 웃기잖아"

"너 바보냐? 그걸 그대로 말하게. 살짝 돌려서 말해야지"

"어떻게?"

"일단 뮤지컬을 좋아하시나 봐요? 하고 물어봐 그럼 진짜 뮤지컬이 좋아서 그러는지 아니면 다른 약속이 있는 건지 말하겠지. 다른 약속이라고 하면 누구랑 가냐고 살짝 떠봐 대충 얼버무리면 여자일 확률이 높지"

"오~ 좋은 생각인데. 그런데 정말 여자 친구가 있어서 여자 친구랑 간다고 하면 어떡해? 그럼 나 너무 슬플 거 같은데.... 힝~"

"아까 말했잖아. 세상에 남자들 많다구. 내가 더 멋진 사람 소개해 줄테니까 걱정하지 마. 남자 때문에 질질 짜는 애들이 젤로 바보야. 알았지?"

"응. 알았어"

은영이 알았다고 대답했지만 그녀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선수가 은영을 내려 주고 집에 도착했다. 차를 주차장에 주차 시키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데 아까 은영의 행동이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았다.

'왜~ 그렇게 예민하게 반응을 했을까? 주말에 뮤지컬을 보러 간다고 말한 거밖에 없는데...' 그러고 보니 은영이 요즘 자신을 대하는 행동이 그 전과는 많이 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팥빙수도 만들어 주고, 당근주스도 챙겨준다고 그러고 사무실에서도 이것저것 자신을 도와주는 은영의 모습이 떠올랐다. 요즘 출퇴근할 때 입고 다니는 옷들도 그전과 다르게 화려했다.

은영을 생각하며 올라가는데 '띵동'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갔다.

"다녀왔습니다."

"아들 왔어? 배고프지? 식탁에 저녁 차려놨으니까 밥 먹어"

"엄마는 안 먹어?"

"응. 엄마는 있다가 계 모임이 있어서 잠깐 나갔다 올게. 먼저 챙겨 먹어"

"네. 그럴게요. 먹고 설거지해 놀게요. 다녀오세요"

"그래. 아들~ 천천히 먹어~"

선수가 저녁을 먹고 방으로 들아갔다. 방에 들어와서도 은영의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은영 씨가 나한테 호감이 있나?' 왠지 그녀의 행동이 그러는 거 같았다. 자신을 잘 챙겨주는 은영이 선수도 싫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선수는 은영보다는 리에가 더 끌렸다. 은영이 알뜰살뜰한 살림꾼 같다면 리에는 멋진 패셔니스타 같았다. 그런 리에의 모습이 자기랑 사귀기에 부담스러워 보이기도 했지만 선수는 리에가 마냥 좋았다. 더 고민해 봤자 머리만 아플 거 같아 일단 그만 생각하기로 했다. 은영이 자기에게 고백을 한 것도 아닌데 미리 오버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침대에 걸터앉아 스마트폰으로 주말에 있을 뮤지컬을 예약했다. 선수도 처음 보는 뮤지컬이라 설레었다. 그의 옆자리에 리에가 앉을 거라고 생각하니 더 설레었다. 가격이 비쌌지만 R석으로 예약했다.

기쁜 나머지 '굿! 굿! 굿이야~~~ 하하하' 선수의 입에선 환호성이 나왔다.

벽에 걸린 시계를 보자 리에가 퇴근할 시간이었다. 스마트 폰을 열고 리에에게 카톡을 보냈다.

[퇴근하셨어요? 오늘도 고생하셨습니다. 하하하]

30분쯤 지나자 기다리던 답장이 왔다.

[네. 선수 씨도 고생하셨어요. ㅎㅎ]

선수가 귀여운 이모티콘을 보내며 답장을 하자 리에도 거기에 맞춰 앙증맞은 이모티콘을 보냈다. 바로 오는 답장에 선수가 기분이 좋았다. 그녀도 자신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오 씨~ 이거 초반 분위기 좋은걸~ 킥킥킥. 음~ 뮤지컬을 보고 차나 술을 마셔야 하는데 시간이 늦어서 어떡한다~'

선수가 주말에 있을 리에와 데이트 코스를 생각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예약된 뮤지컬이 마지막 공연이라 아무리 생각해봐도 뮤지컬을 보고 다음 코스로 가는 건 시간이 되지 않았다.

'그럼 차로 리에씨를 집까지 바려다 줘야겠군. 하하하. 그리고 헤어지면서 다음 약속을 잡는 거야. 킥킥. 맞아 차에서 이벤트를 해야지. 뭐가 좋을까.' 선수는 열심히 리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작전을 짰다.

'그래, 장미꽃 다발을 사서 건네고 풍선을 불어 짐칸에 가득 채우고 뒤로 타라고 할까?' 말도 안 되는 이벤트였지만 혼자서 생각하며 배꼽이 빠져라 웃었다.

리에가 자신의 이벤트에 놀랄 생각을 하자 마냥 기분이 좋았다. 주말까지는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자 더 흥분이 됐다.


다음회에 계속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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