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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ㄱㅅㄱ Nov 15. 2024

카라멜 마끼아또(시련 1)

#6 [몽탁 마음 공작소] 효라빠 장편소설.

"오빠 이러지 마. 제발 부탁이야 이러지 마"

"됐어. 누구 맘대로 헤어져. 그동안 내가 너한테 어떻게 했는데. 누구 맘대로 헤어지냐고?"

"마지막으로 얼굴만 보기로 했잖아."

"네가 말로 하게 만들지 않잖아. 꼭 이렇게 해야 되겠어? 그래야 되겠냐고? 내 성질 알잖아!"

호선은 소란의 원룸 문이 열리자 강제로 밀고 들어가 다짜고짜 그녀의 멱살을 잡았다. 문 앞에서 울고 불며 마지막으로 얼굴 한번 보자고 사정하는 모습에 소란은 잠깐 얘기만 나눌 심정으로 문을 열었다. 안으로 들어온 호선은 밖에서의 모습과 180도로 바뀌었다. 애처롭게 글썽이던 눈은 살기가 돋아 빨갛게 불타 올랐다. 호선의 그런 다혈질 성격 때문에 이별을 통보했고 마지막으로 대화만 하정리하려 했다.

"오빠, 우리 말로 하자."

"알았으니까. 헤어질 거야? 사귈 거야?"

"여기까지만 했으면 좋겠어. 미안해 오빠"

"으악~ 죽여 버리겠어. 다 필요 없어"

헤어지자는 말에 호선이 더 흥분하며 소리 질렀다.

"왜! 왜! 뭐가 싫어서 헤어지자고 하는 건데? 네가 말한 대로 성격차이? 그동안 우리 행복하게 잘 지내왔잖아. 너도 사랑한다고 했잖아. 제발 부탁이야 한 번만 봐주라. 내가 더 잘할게"

호선이 바닥에 무릎을 꿇고 두 손으로 빌었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이미 굳어 있었다.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사귀면서 소란은 너무 지쳐 버렸다. 성격차이도 차이지만 자신을 너무 성적으로만 대하는 호선의 모습에 소란은 여자친구 보다 남자의 욕구를 풀어주는 도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만나면 무조건 해야 하는 섹스와 변태적인 행동은 사랑이라고 하기에는 도가 지나쳤다. 이건 아니다 싶어 거절할 때부터 과격한 행동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헤어져야 한다고 다짐했지만 호선의 집착이 무서워 마음을 쉽게 정하지 못했다. 소란이 모든 걸 정리하고 헤어져야겠다고 마음먹고 이별 통보를 하자 호선은 만나서 얘기 하자며 끊임없이 연락을 해왔다.

"오빠 미안해. 우린 여기까지야. 앞으로는 연락하지 마. 다시는 찾아오지도 말았으면 좋겠어"

"싫어!"

호선이 짧게 말을 끊었다. 그리곤 소란을 안으려 했다. 소란은 놀라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 호선에게 조금이라도 남아있던 마음을 정리해 버리자 같은 공간에 마주 보고 있는 것도 끔찍하게 싫었다. 자신을 아직도 여자친구로 생각하고 있는 호선이 두렵기까지 했다.

"싫고 좋고는 네가 결정하는 게 아냐, 그건 나만 할 수 있어. 용서해 줄 테니 이리 와. 우리 다시 잘 지낼 수 있어. 그러니 다시 시작하자."

실핏줄이 터질듯한 살기 가득 찬 눈빛이 어느 순간 바뀌어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소란에게 포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순간 소란의 팔에 소름이 돋았다. 화내고 흥분한 모습보다 더 정상처럼 보이지 않았다. 스릴러 영화에서 나오는 정신병자 같았다. 호선이 두 팔을 벌리며 소란에게 한 걸음 다가갔다. 소란의 온몸에 식은땀이 흘렀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비좁은 원룸엔 둘 뿐이었고, 휴대폰도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 없었다. 소란의 앞에 선 호선은 웃으며 소란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걱정하지 마, 우리 다시 시작하는 거야. 마음이 떠나면 몸을 합쳐서 다시 하나가 되는 거야. 어때 좋겠지? 너도 내 손길이 그립잖아. 그래서 이렇게 투정 부리는 거잖아? 하하하"

얼굴을 쓰다듬던 호선의 두 손이 소란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악~ "

소란이 비명을 질렀다.

"그냥 하던 데로 하면 돼. 겁먹지 마 소란아. 알았지?"

웃으며 차분히 말하는 호선은 정상이 아니었다. 무표정한 표정에 눈빛만 웃고 있었다. 말로 설명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싫어. 오빠 이러지 마. 이러는 거 정말 싫어."

온몸을 더듬는 호선의 손길에 소란이 덜덜 떨며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둘의 마음이 통해 연애하는 기간 육체적인 관계까지 갔지만 지금의 기분은 그때와 전혀 달랐다. 이미 식어버린 마음은 모르는 사람에게 겁탈당하는 것과 차이가 없을 정도로 소름 끼치고 무서웠다.

소란이 자신의 몸을 더듬는 호선의 손을 밀쳤다.

'철썩~'

호선이 뭉툭한 손으로 소란의 뺨을 때렸다

"시발년이 죽으려고, 내가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면 되지 왜 이렇게 뻗뻗하게 굴어. 나랑 첨 하는 거야? 뭘 이렇게 짜증 나게 해. 까불지 말고 가만히 있어. 항상 하듯이 한 번 하고 너랑 헤어질지 말지 생각해 볼 테니까."

"오빠, 제발 이러지 마. 나 사랑했잖아. 아니 사랑하잖아. 사랑한다면 이렇게 하는 거 아니잖아. 부탁할게. 엉엉"

소란이 겁에 질려 울면서 사정했다.

"됐고. 이미 끝났어. 내가 무릎까지 꿇고 빌었는데도 다 끝났다며. 너도 네 마음대로 했으니 나도 내 마음대로 할 거야. 이건 네가 만든 거니까. 나한테 뭐라 하지 마."

호선의 눈빛이 불타올랐다. 표정에서 사람이 아닌 악마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그대로 소란을 침대에 밀쳤다. 소란의 비명 소리와 울음소리가 작은 원룸을 가득 채웠다. 호선은 한 손으로 소란의 입을 틀어막았다. 다른 손으로는 소란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소란이 발버둥 쳤지만 육중한 성인 남성의 억센 힘에 눌리자 숨을 쉴 수 없었다. 이러다 죽겠구나 하는 두려움이 몰려왔다.

살고자 하는 본능적 움직임으로 몸부림칠 때마다 거친 주먹이 소란의 얼굴과 몸 이곳저곳을 때렸다. 눈과 광대는 빨갛게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녀의 옷이 하나씩 벗겨졌다. 수치스러웠다. 그것도 잠시 다리 사이에서 찢어질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순간 모든 게 포기되었다. 주먹으로 맞는 고통보다 한때는 사랑했던 사람에게 당하는 겁탈에 가슴이 찢어졌다. 마지막 발악 이라도 하듯 밀쳐 내는 두 손은  욕정에 눈이 멀어버린 남자가 내는 거친 호흡과 살 속을 파고드는 고통에 침대 옆에 널려있는 이불만 움켜 잡았다. 매일 포근하게 덥고 잤던 이불이지만 아무 느낌이 없었다. 눈에서 흐르는 눈물만 침대를 적셨다. 소란은 통나무가 되어버렸다. 살아 숨 쉬는 나무가 아닌 전기톱으로 굵은 가지와 파릇한 잎사귀, 예쁜 꽃봉오리까지 통째로 잘려 버린 벌복장에 나뒹구는 통나무가 되어 버렸다. 그 위에서 광란의 춤을 추는 듯 움직이는 인간은 사람이 아니라 괴물이었다. 자신의 의지로 움직일 수 없는 통나무가 되어 버린 소란은 눈을 감고 이를 악물며 소스라치게 치욕스러운 시간이 끝나기 만을 기다렸다. 그 순간 죽어 버릴 수도 없는 자신이 비참하기만 할 뿐이었다. 미친 듯이 위에서 나뒹굴던 악마가 축 늘어진 사악한 한 마리 뱀이 되어 옆으로 미끄러지듯 쓰러졌다. 허벅지 사이로 비릿한 냄새의 뜨거운 게 흘러내렸다. 죽고 싶었다. 침대옆에 나뒹굴어진 옷가지를 들고 화장실로 뛰어들었다. 아무 정신이 없었다. 자신을 감고 쓸어 내려오던 뱀 허물을 모조리 지워 버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화장실 문을 잠그고 샤워기를 틀어 정신없이 닦았다. 온몸의 이곳저곳 남김없이 쓸어내렸다. 손바닥이 아닌 손톱으로 얼굴에서부터 가슴, 다리 사이까지 미친 듯이 씻었다. 씻는다는 것보다 긁어 파는 게 맞았다. 살이 파헤쳐졌지만 고통을 느낄 수 없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뱀의 허물이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았다. 온몸에 힘이 다 빠지도록 씻고 나자 몸이 덜덜 떨려왔다. 정신이 혼미했지만 화장실 문을 열고 나갈 수 없었다. 한때는 사랑하는 연인이었지만 무시 무시한 괴물로 변해 버린 사람을 다시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강제로 소란을 느낀 호산은 그녀가 다시 자신에게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하다 보면 둘 사이의 관계도 좋아 질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욕실에서 흐느끼며 들려오는 소란의 소리는 진정한 사랑을 위해 당연히 치러야 할 고통으로 여겨졌다.


[다음 회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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