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5년 차교도관이다. 번외편...

오늘은 교정의 날!

by 효라빠

오늘은 10월 28일 '제75주년 교정(矯正)의 날'이다.


75년 전 일제로부터 교정 업무를 되찾은 날을 기념해 제정한 법정기념일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교정의 날'이 있다는 걸 모른다. 크게 실망스럽지는 않다. 나도 경찰의 날, 소방의 날, 국군의 날을 관심 두지 않듯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그냥 일상일 뿐이니까. 그래도 '교정의 날'이 있다는 것은 말해주고 싶다.

교도소가 아닌 밖에서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다. 악수를 하며 통성명을 하고 직업을 물어본다.

"네 저는 교도소에서 있습니다."

"교, 교도소요?"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상대의 얼굴이 굳어진다.

"아. 범죄자는 아니고 교도관입니다."

"아, 네. 네. 교도관처럼 안 생기셨네요! 하하하"

대부분의 사람들이 교도소에 놀라고 교도관처럼 안 생겼다는 칭찬인지 뭔지 모를 말을 꺼낸다.

그 사람들은 내가 처음 본 교도관인 거 같은데 교도관처럼 안 생겼다는 말을 한다.

일을 마치고 돌아와 곰곰이 생각해 본다. '교도관처럼 안 생겼다!' 그럼 교도관의 이미지는 무엇일까? 교도관처럼 안 생겼다는데, 그럼 교도관처럼 생긴 건 어떤 얼굴일까?"

그런 말을 한 사람들의 의도를 100% 알 수는 없지만 교도관의 이미지는 무섭고, 어두운 표정일 거라는 인식이 깔려 있을 거라 생각해 본다.

그 사람들을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나도 내가 교도관을 시작하기 전에는 교도소는 무서운 곳이고 거기서 일하는 교도관들도 무서운 사람들로 생각했으니까.

그런 말을 들은 후부터 어떻게 하면 일반 사람들이 교도소와 교도관의 이미지를 조금이라도 밝은 쪽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 혼자 하는 게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교도관 이미지를 크게 변화시킬 수 없지만 내가 주변 사람 들이라도 조금씩 변화시키면 그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을 변화시켜 서서히 교도관의 이미지가 좋아지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하기 위해 첫 번째로 생각한 게 나 스스로 멋있는 사람이 되자였다. 보이는 것에서부터 내면까지 그러면 '교도관이란 사람이 저런 스타일이구나 교도소처럼 칙칙한 사람들인 줄 알았는데 쿨하구나' 하는 이미지를 심어주자 였다. 나는 지금도 모르는 사람들과의 첫 대면에서는 최대한 깔끔하게 복장을 하고 나간다. 당연히 내면이 더 중요하지만 첫인상은 외모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니까. 또한 내면적으로도 공직자로서 자부심을 느끼기 위해 가꾸려고 노려을 한다.

그다음으로는 교도소와 교도관이 이런 이미지라는 것을 주변에 많이 알려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아무리 멋지고 심도 있게 내면을 닦는다 하더라도 주변에 알리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으니까.

그래게 시작한 게 회사에 얘기해 '보라미 준법 교실'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인근 중, 고등학교에 교도관을 알리는 선생님으로 강의로 나갔다.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못 갔지만 학생들에게 교도관이란 직업을 소개하고 교도소에 대해 알리면 흐뭇하다. 정복을 깔끔하게 차려입고 "와~ 교도관 멋있다. 저도 나중에 교도관 하고 싶어요!"라는 말을 들을 때는 정말 잘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기분이 하늘을 찔렀다.

요즘은 시대의 흐름을 따라 sns도 이용한다. 내가 '나는 15년 차 교도관이다!"라는 글을 쓰고 있는 것도 내 자랑을 하려고 하는 게 아니다. 내가 처음 마음먹었던 '교도관처럼 안 생기셨네요!" 하는 이미지 좀 바꿔 보자는 취지에서 하고 있다.

내 글에 달리는 댓글 중에 '교도관이 수용자를 감시만 하는 줄 알았습니다. 교도관님이 이런 일도 하네요, 교도소가 수용자에게 많은 도움도 주네요,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네요' 등등 그분들이 몰랐던 교도소와 교도관에 관한 말씀을 하실 때면 정말 기분이 좋다. 내가 시나브로 좋은 이미지로 물들이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서이다.


교도관 생활을 15년 동안 하면서 처음 시작할 때와 비교해 보면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근무환경, 교도관 제복, 최첨단 교도소의 신설, 스마트 접견, 수용자의 생활여건, 등등 그중에서 가장 큰 변화는 '수용자의 인권과 교도관의 인권'이란 생각이 든다. 15년 전과 비교해 보면 수용자의 인권은 너무 좋아졌지만 반대로 교도관의 인권은 너무 추락한 거 같다. 나도 지금 현 정부를 투표한 사람이다. 정부 정책을 비난하고 싶지는 않지만 교정 현실에 있어서는 맞지 않는 부분도 있는 거 같다.

지금의 수용자 인권은 일취월장했다. 딱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교도소에 들어오기 전에 살인, 강도, 강간, 사기 등등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였고 파렴치 한 사람이었 다면 교도소에 들어온 순간부터는 인권이 짓밟히는 곳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피해자가 되어 버린다.

'가해자에서 피해자로, 사회에서 격리할 사람들이 교도소에서는 보호받아야 할 사람들로' 반대로 범죄자의 인권이 그만큼 올라간 만큼 그런 일들을 처리해야 할 교도관의 처우는 발전했을까? 글쎄 뭐라고 대답하기 힘들다. 더 많은 이야기를 쓰고 싶지만 여기서 그만 적는 게 내 신상에(?) 좋을 거 같아 그만 적어야겠다.


오늘은 법무부에서 교정의 날 기념행사가 있을 것이다. 당연히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는다. 참고로 국군의 날 경찰의 날 등은 대통령이 참석한다. 지금까지 교정의 날 행사는 대통령의 격려 메시지로 끝났다. 크게 서운하지는 않다. 매번 그래 왔으니까. 아침에 일어나 스마트폰으로 교정의 날 관련 기사를 검색했다. 기사 한 부분의 내용을 옮겨본다.


[추 장관은 "지금까지 교정행정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이뤘으나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보다 과감한 변화와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며 "교정현장에서 어떤 반칙과 특권도 없는 공정한 법집행을 통해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교정행정이 되도록 노력할 것"을 강조할 예정이다. (출처:다음 뉴스 공감 얼론 뉴시시 김가윤 기자)]


마지막으로 이 글을 보시는 국민(?) 들게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 장관이 말하는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 은 무엇일까?


나는 15년 차 교도관이다. 오늘도 하루가 이렇게 간다.


오늘은 '교정의 날'입니다. 이런 날도 있구나 알아주셨으면 하는 마음에 몇 자 적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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