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물었다. “오늘 회사에서 무슨 일 있었어?”

나는 15년 차 교도관이다. 35

by 효라빠

나는 15년 차 교도관이다.

사람마다 자기의 성향이 있듯이 교도관들도 자기만의 업무 스타일이 있다. 수용자를 상대할 때 수용자의 입장에서 편하게 대해주는 사람 아니면 원칙에 따라 깐깐하게 대하는 사람 이 두 가지 업무 스타일은 규정에 위배되지 않는다면 뭐가 옳고 그르다고 할 수 없다.

교도관이라는 일은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다 보니 두 가지의 성향이 전부 필요하고 그게 조화가 되면서 수용자를 관리하고 교도소가 원활하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굳이 나의 근무 성향을 따진다면 나는 후자 쪽에 가깝다. 교도소는 사회에서의 잘못을 반성하고 죗값을 치르는 곳이라는 생각이 크기 때문이다. 먼저 죄를 뉘우치고 반성하게 한 후에 사람들을 교정 교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금의 현 추세는 질서 확립보다는 인권보장이 우선시 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 보니 사회에서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고 들어오는 인간쓰레기들도 교도소에만 들어오면 사회적 약자로 신분이 탈바꿈하게 된다. 본인들에 의해 침해된 피해자의 인권은 따지지도 않고 교도소 수감된 순간부터 그들은 인권유린이 될 확률이 높은 교도소로부터 인권보호가 되어야 하는 인권 약자가 되는 특이한 구조가 된다.

이상하게 국가인권위원회나 정권의 높으신 분들은 교도관들이 수용자들을 못살게 굴고 학대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솔직히 귀찮아서라도 그렇게 안 하는데 말이다. 공무원들은 시키지도 않는 일을 그렇게 능동적으로 처리하지 않는다. 킥킥킥


어쨌든 교정교화보다는 질서 확립을 먼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는 강성 교도관으로 통한다. 업무를 규정대로 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아무래도 수용자들에게 원성을 살 때가 많고 나에게 안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수용자들도 많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항상 그런 것만은 아니다. 본인의 잘못에 대해서 반성하고 열심히 생활하는 수용자들에게는 따뜻한 교도관으로서의 모습도 많이 보여 준다.


하루는 휴게실에서 잠깐 쉬고 있는데 후배 직원이 날 불렀다.

“김 주임님!”

“응~. 왜? 이 담당!”

“주임님 또 매스컴 탔던데요?”

“그게 무슨 말이야? 매스컴 타다니?”

“아~ 다름 아니라 방금 징벌방 거실 검사하고 오는데 수용자들이 벽에 낙서를 엄청 해놨더라고요 낙서 읽다 보니까 주임님 이름이 많이 거론되시던데요? 하하하”

“무슨 청문회 하냐? 내 이름이 거론되게 킥킥킥. 그래? 뭐라고 적혀 있디? 혹시 나 잘생겼단 말 아니냐? 하하하”

그런 식으로 이름이 나온 게 처음이 아니다 보니 당연히 욕이 적혀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지만 농담으로 받아쳤다.

“잘생겼다고 적혔으면 좋으려 만 내용이 아주 살벌하던데요. 주임님 잘못 걸리면 죽여 버린다고 하던데요.

주임님 보고 개새끼, 소새끼 웬만한 욕은 다 써졌던데요.”

“난~ 사람새낀데...... 이 담당~ 혹시 거기 1245번 000이 방 아니었어?”

“맞아요! 그 수용자랑 무슨 일 있었습니까?”

“그놈 사동에서 운동하다가 걸려 나한테 혼났잖아 몇 번을 못하게 해도 지시 불이행하고 마지막에는 창문 다 깨부수고 난리 펴서 CRPT 출동해서 제압하고 난리 났었다. 그 수용자 눈빛에 독기가 차 있어서 거실 검사하거나 동행할 때는 항상 신경 써야 해, 그놈이 하는 말은 농담이 아닐 확률이 크다!”

“아! 그렇군요. 어쩐지 거실 검사한다고 방에서 나오라고 하는데 태도가 상당히 불량하더라고요”

“그럴 거야! 거실 검사하면서 특이한 것은 발견 못했어?”

“네. 전부 뒤졌는데 특별한 것은 발견 못했어요. 본인이 반성문 쓴다고 해서 필기구 몇 개만 담당 근무자가 넣어 줬더라고요......”

“그놈이 반성문 쓸 놈이 아닌데...... 그래 알았어. 고생했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대화를 마무리했지만 상당히 신경이 쓰였다. 벽에 낙서가 되어 있어 욕이 써져 있는 것은 종종 있는 일이었지만 그 수용자 같은 경우는 직원 폭행 전력이 있어서 내 이름이 거론되어 있었다는 게 장난 같지가 않았다. 징벌방에 있다고 하지만 징벌이 끝나고 다시 내가 담당하는 사동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에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몇 주가 지나 징벌을 종료하고 1245번 000이 다시 내 사동으로 돌아왔다. 오자마자 기선 제압을 할 필요가 있었다.


“000 씨 징벌받았으니까 본인이 무슨 잘못을 한지 잘 알겠죠? 앞으로는 다시 그런 일이 안 생기게 생활 잘하길 바랍니다. 알겠어요?”

“주임님은 주임님 일이나 잘하시죠! 저는 제 징역 살아가겠습니다.”

175cm 정도 되는 보통 키에 다부지게 생긴 몸매, 스포츠머리 그리고 가늘게 찢어진 두 눈은 누가 봐도 평범한 인상은 아니었다. 가는 눈의 뒤끝이 올라가서 눈매는 더욱 날카롭게 보였다.

“본인이 자기 징역 살아가겠다고 하니까 그럼 규정 잘 지키면서 잘 살도록 하세요. 만에 하나 규정에 어긋나게 행동하면 바로 처리할 겁니다.”

“......”

“대답은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되고 일단 부정한 물품이 있을지 모르니까 짐 검사부터 하겠습니다. 가지고 온 짐 이쪽 바닥에 깔린 매트 위에 올리세요!”

징벌이 종료되고 오면 보통 개인 사물 검사는 하지 않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검사를 했다. 검사를 하다 보면 분명히 부정하게 제작한 물품이 나오기 때문이다. 규정에도 수시로 검사를 하게 되어 있어서 어긋나지는 않는다.

사물 검사를 하면서 불법 제작된 나무젓가락과 사진첩, 임의로 제작한 모포 등을 몇 개 압수했다. 그 수용자는 옆에서 보고 있으면서 그런 거까지 다 압수하냐며 입이 튀어나와 있었다. 철두철미하게 규정대로 처리했다.

“와~ 주임님! 너무 하시는 거 아닙니까? 그런 거 까지 다 압수하나요?”

“이건 전부 다 본인이 부정하게 임의대로 제작한 거 맞죠? 이걸로 다시 징벌 먹일 수도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압수한 것만 해도 본인에게 선처를 해준 거니까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아~ 씨발~ x 같네!”

“방금 뭐라고 했어요? 지금 나한테 욕했어요?”

“뭘 욕해요! 혼잣말도 못합니까!”

“분명히 경고하는데 혼잣말이라고 해도 내가 들리게 욕을 하면 직원에게 욕을 한 거로 처리할 거니까 말조심하세요?”

갑자기 옆에 있던 플라스틱 의자를 발로 차면서 큰소리를 지른다.

“야! 직원이면 다야! 너 죽고 싶어!”

소리를 지르면서 내 앞으로 걸어왔다.

“분명히 경고하는데 움직이지 마! 너 앞으로 조금만 나오면 직원에게 위해를 가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강제력 행사한다!”

“니 맘대로 해라! 개새끼야! 평소에도 너 하는 게 맘에 안 들었는데 오늘 잘 걸렸다!”


소리를 지르면서 아까부터 손에 쥐고 있던 형광펜을 치켜세웠다. 물건 검사할 때부터 내가 확인하지 못하게 손에 쥐고 있길래 조금 의심스러웠지만 그냥 형광펜으로만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나에게 다가오면서 형광펜 뚜껑을 열었다.

그걸 보는데 정신이 번쩍 들었다. 형광펜 속에는 펜촉이 있어야 할 자리에 날카로운 면도날이 박혀 있었다.

교도소에서는 흉기가 될 수 있어서 일반 면도기는 사용할 수 없다. 대신 전기면도기를 사용하고 면도날을 교체할 때는 수량을 파악해서 1인당 1개 이외에는 지급되지 않는다. 그 수용자는 전기면도기 날을 은닉해서 형광펜 속에 집어넣어 날카롭게 갈아 사제 칼로 제작해 가지고 있었다.

그걸 바로 내 앞에서 휘두르고 있었다.

‘휙휙~ 휙휙~~~’ 눈앞에서 날카로운 칼날이 지나갔다.

“야~ 칼 버려! 빨리 칼 버려!”

“웃기는 소리 하지 말어! 너 같은 놈은 죽여버려야 해! 직원이면 다야?”

내 말을 무시하고 자기 흥분에 못 이겨 계속 칼을 휘둘렀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바닥에 넘어져 있던 플라스틱 의자를 집어 들었다. 그리곤 의자를 흥분한 수용자의 얼굴을 향해 집어던졌다. ‘철퍽’ 하는 소리와 함께 그가 비명을 지르면 눈을 감았다.

‘이때다!’ 하고 바로 덮쳤다. 양손으로 형광펜이 잡힌 손을 잡고 뒤로 힘껏 재꼈다. 꺾음과 동시에 유도의 ‘밭다리’ 기술로 다리를 걸어 넘어 뜨렷다. 평상시에 유도를 수련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닥에 쓰러진 수용자의 손을 더욱 세게 꺾어 손에서 형광펜을 빼내려고 하는데 쉽지가 않았다. 발악을 하면서 손으로는 계속 사제 칼을 잡고 있었다. 꺾은 팔을 잡고 흔들면서 간신히 손에 쥐고 있던 칼을 빼냈다. 그리고 허리에 차고 있는 trs로 통제실에 무전을 쳤다.

그 순간 바닥에 깔려 있으면서도 빠져나오기 위해 발버둥 치고 주먹으로 내 다리를 때리고 있었다.


“통제실 여기 3동 하층 담당실입니다. 수용자 난동 중입니다. 빨리 직원 출동 바랍니다. 3동 하층 직원 출동 바랍니다.”

“네. 여기 통제실입니다. 수신했습니다. 기동순찰 3 동하 담당실 난동 발생했습니다. 출동 바랍니다. 기동순찰 3 동하 출동 바랍니다!!!”

몇 분 후 직원들이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제 서야 안심이 됐다.

팔이 꺾인 수용자는 밑에 깔려서도 계속 욕을 해대고 있었다. 직원들이 달려와 수갑을 채우고 그 수용자를 다시 징벌방으로 쳐 넣었다.

단지 몇 분의 시간이었지만 지옥을 갔다 온 기분이었다.


교도관들은 사동이나 공장에서 60~70명, 많게는 100명 정도 되는 수용자를 아무 보호장비 없이 혼자 관리한다. 그 상황도 주변에 도와줄 직원이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내가 제압을 하지 못하고 당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간담이 서늘해졌다.

의자에 앉으니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천장만 쳐다보고 있는데 다리에 힘이 풀렸다. 집에 있는 가족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더 마음이 씁쓸해졌다. 사건을 다 처리하고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퇴근을 했다.


집에 돌아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아이들을 안아주고 아내와 함께 저녁을 먹었다.

나는 평상시와 같이 행동한다고 했는데 아내가 느끼기에는 그게 아니었나 보다. 보통 때와 다르게 말도 없고 많이 피곤해 보였는지 아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당신, 오늘 좀 이상해 보이는데? 회사에서 무슨 일 있었어?”

“아니. 아니야....... 아무 일 없었어~”

나는 갑자기 물어봐서 말을 더듬으며 대답했다.

“아닌데 뭔가 이상한데? 무슨 일 있었지?”

“아니. 그냥 몸이 으슬으슬한 게 몸살기가 있나 봐.”

대충 얼버무릴 수밖에 없었다. 사실대로 말하면 걱정할게 뻔했기 때문이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하루를 마무리했다. 잠자리에 들기 전 곤히 잠들어 있는 아이들의 얼굴을 바라보는데 ‘그나마 다행이었다’라는 생각이 들며 깊은 한숨이 베어 나왔다.

‘그래.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오늘도 많이 배웠다고 생각하자’ 마음을 다잡고 잠을 청했다. 하지만 잠은 쉬이 들지 않았다.


나는 15년 차 교도관이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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